Home ▶ 취업상담실 ▶ 무료취업상담실
무료취업상담실

제목"내게 안맞는 직업선택, 그건 인생낭비"2005-10-31
작성자상담실
첨부파일1
첨부파일2
드라마 ´내이름은 김삼순´이 뜨면서 파티시에가 뜨고, 드라마 ´웨딩´이 뜨니 플로리스트가 덩달아 인기다. 또 증권시장이 활기를 띠면 관련 직업이 인기고, 불황이 오면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이 상한가를 달린다. 우리나라에 모두 9700여 개 직업이 있다는데 한 사람의 일생을 걸어야 할 직업을 고르는 것이 이처럼 유행 따라 춤을 출 일인지 모르겠다. 파티시에로 일하고 있는 김원선 씨(33ㆍ베이커리 아루 대표)는 " ´내이름은 김삼순´이 인기를 끈 후 파티시에가 되겠다고 제과제빵학원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엄청나게 늘어났다"며 "하지만 드라마 속 파티시에는 현실 모습과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런 환상 때문에 시작했다가 그만두는 사람이 90%가 넘는다"고 덧붙였다. 파티시에가 되기 위해 2개월째 학원을 다니고 있는 김민영 씨(27)는 대표적인 ´직업 낭인´이다. 대학 졸업 후 소위 뜨는 직업만 찾아다니느라 3년을 허송세월했다. 3년 동안 유행에 따라 플로리스트 학원, 디자인 학원, 컴퓨터 학원 등을 전전했지만 때론 일이 힘들어서, 때로는 적성에 맞지 않아서 중도에 포기했다.

-. 장기적인 직업 지도가 없다
이처럼 ´유망 직종´ 전망이 춤을 추는 것은 제대로된 직업 전망이나 장기적인 직업 지도를 작성해주는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망 직업 조사´는 취업정보회사인 인크루트가 2004년부터 발표하고 있는 ´10대 유망 직종´과 ´10대 유망 신직종´이 유일하다.

지난 6월 발표한 10대 유망 직종은 정보보안 전문가, 인사 컨설턴트, 생명공학 전문가, 국제협상 전문가, 헤드헌터 등이었다. 이 조사는 100개 직업을 선정해놓고 임금 수준, 안정성, 고용창출, 유연성, 직업 가치, 근무환경, 직업 전문성 등 7개 항목에 대한 전문가 설문을 통해 이루어진다.

미국은 일정한 기준에 의해 유망 직업을 선정하고 있다. 미국은 노동통계국에서 기업ㆍ산업ㆍ고용별 종사자 수를 조사하고, 여기에 임금 수준 등을 추가한 뒤 이를 40년 이상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분석해 직업 전망을 내놓는다.

이 분석 자료는 일선 학교나 직업훈련기관의 상담 자료로 쓰이기도 한다. 이와 관련된 전문 데이터베이스 회사도 있는데 왓슨와이어트와 휴잇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의 직업정보를 담당하고 있는 중앙고용정보원은 2002년 유망 직종을 선정했으나 스스로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창피한 수준이라서 2003년부터 중단했다.

이렇다 보니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유망 직종이라고 소개되는 직종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망 직종이라기보다는 이색 직종이거나 잠시 유행하는 직종인 사례가 많다.

커리어 다음 김기태 대표는 "산업 수요나 수익성, 확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어도 10년 앞을 내다보는 유망 직종 전망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 유망 직종은 없다(?)
사실 그 전부터 있어 왔던 직업을 외국어로 고쳐 부르기만 해도 유망 직업 리스트에 오르는 예가 많다. 파티시에는 거칠게 말해 ´제과제빵기술자´의 프랑스어일 뿐이고 플로리스트는 쉽게 말해 ´꽃꽂이 전문가´에 다름아니다. 보험설계사는 라이프컨설턴트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고, 직업상담사는 커리어코치라고 불린다.

또 자격증 발행기관과 관련 학원의 이해관계에 따라 지나치게 부풀려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98~2000년 유행했던 웹마스터가 대표적. 당시 각 사설 학원들은 ´단기간 완성, 고수익 보장´을 외치며 구조조정 칼바람에 내몰린 직장인과 대학생을 유혹했다.

이때 정부는 실업난 타개책의 일환으로 보조금 지원을 통해 그들을 독려했고 결국 웹마스터 인력은 과잉 공급 상태에 이르렀다. 그러나 과잉 공급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필요한 전문성을 가진 웹마스터는 부족하다. 단기간 교육 과정을 통해 저급 인력만 대량 양산했기 때문이다.

-. 트렌드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망 직종´의 일정한 흐름은 있다. 현재 형성되고 있는 명확한 흐름은 ´ITㆍBT´와 ´웰빙´이다. 최병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IT업계는 통신, 모바일 컨버전스가 이야기되고 있는 등 확실히 유망한 분야이고 앞으로 고용창출 효과가 큰 분야"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IT=인터넷´이라는 단순한 시각을 깨야 한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너도나도 웹디자인이나 웹마스터 등 부가가치가 별로 크지 않은 분야에 매달린다는 것이다. 최 수석연구원은 "학원 몇 달 다녔다고 IT진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며 "긴 호흡으로 깊게 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도 "정부에서 실업자 직업교육으로 IT 관련 교육을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저급 노동력만 양산했다"며 "특화되고 깊이 있는 직업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웰빙 트렌드에 맞춰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푸드 스타일리스트, 바리스타 등 수많은직업이 쏟아지고 있다. 한상근 연구위원은 "이런 분야는 분명히 유망하기는 하지만3~6개월 학원에서 교육받는다고 해서 시장에서 바로 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문제는 직종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과 결심"이라고 했다.

또 중요한 것은 역시 개인의 적성이다. 금융권 공기업에 10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던 조 모씨(26)는 1년6개월을 다니다가 증권사로 옮기고 말았다. 요즘 같이 고용이 불안정한 시대에 공기업을 과감히 그만둔 이유는 적성 때문이었다. "남들은공기업이 안정적이라고 하지만 업무가 재미가 없었어요. 활동적인 일이 맞을 것 같아 그만두었습니다."

그는 "보편적인 유망 직업은 없는 것 같다"며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이 먼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출처 : 매일경제신문 김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