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풀어읽는 경제기사
‘십장생’(10대들도 장차 백수를 생각해야 한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이런 말들 들어 보셨을 겁니다. 이번 기사는 올해 4분기 기업의 고용 사정이 3분기보다 좋지 않을 전망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최근 기업 채용시즌인데도 취업 준비생들이 취직하기 어렵다는 보도를 많이 접하게 됩니다. 개인도 주머니 사정이 안 좋으면 씀씀이를 줄입니다. 기업도 마찬가지로 수익성이 나빠지면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채용을 줄이겠죠. 몇 년 뒤에는 여러분들도 “내 얘기네”라고 느낄지 모를 기사네요. 오늘은 고용전망지수가 무엇인지 그리고 취업문은 도대체 왜 점점 좁아지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고용전망지수가 뭐기에?
고용전망지수가 99이므로 취업문이 좁아질 전망이다? 그렇습니다. 고용전망지수는 기업들에 “앞으로 고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십니까”라고 물어본 결과를 집계한 것입니다. 기준점을 100으로 잡고 100보다 크면 “고용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대답한 업체 수가 더 많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100보다 작으면 “고용이 줄어들 것 같다”고 대답한 업체가 더 많았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이와 같이 앞으로 취업 사정이 좋을지 혹은 나쁠지 알려주는 온도계가 바로 고용전망지수입니다.
왜 취직이 안 되는 건가요?
왜 취직이 어렵다고들 할까요? 요즘 젊은이들이 과거 부모님 세대보다 노력을 게을리했기 때문일까요? 간혹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그것이 근본 원인은 아닙니다. 경제학자들은 진짜 이유를 구조적 요인과 경기순환적 요인이라고 봅니다.
지난 60·70년대처럼 농사를 짓고 옷이나 신발을 만들 때는 일하는 사람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휴대폰 등을 만들 때는 기계가 상당 부분을 대신해주기 때문에 일손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지요. 우리나라는 공업화를 거쳐 IT(정보기술) 강국으로 선진화되면서 고용·산업구조가 노동집약형에서 기술·자본집약형으로 변화하고 잠재성장률도 점차 낮아졌습니다. 이에 따라 노동에 대한 수요가 근본적으로 줄어들었는데 이것을 경제 용어로 고용 감소의 ‘구조적 요인’이라고 합니다.
‘경기순환적 요인’은 뭘까요? 기업은 경기가 좋으면 일하는 사람을 늘려 제품을 더 많이 만들어 판매하려고 합니다. 반대의 상황에서는 일하는 사람을 줄이겠죠. 고용이 경기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겁니다.
취업문을 넓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원인이 있으면 대책이 있어야 할 텐데요. ‘구조적 요인’에 의한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어나갈 새로운 성장 동력산업을 발굴해 성장잠재력을 높여 나가야 합니다.
또 ‘경기순환적 요인’을 해결하려면 취업 정보망, 취업교육시스템 등을 효율적으로 구축하고 불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겠죠. ‘좋은 일자리 창출이 최고의 사회복지’란 말도 있잖아요. 개인과 기업 그리고 정부가 함께 노력하면 일자리가 늘어나 취업문이 다시 넓어질 겁니다.
장준영·한국은행 조사국 조사역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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