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견인제·ERP 경영기법 한발 빨리 도입…
`설탕` 이미지 넘어 화학·의약 등 영역 확장
삼양그룹은 지난달 창업부터 현재까지의 발자취를 담은 ´삼양 80년사´를 냈다. 1924년 문을 열어 우리나라 근대사와 함께해 온 그룹의 역사를 2년 여의 작업 끝에 책으로 묶었다. 50~60년대만 해도 제당.화학섬유를 주력으로 국내 재계 순위 5위 안에 드는 손꼽히는 대기업이었다. 그러나 이후 성장보다 안정을 중시하는 경영을 해 현재 5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하지만 2004년 창업주의 손자인 김윤(53) 회장이 취임하면서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바꾸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보고 있다. 채용 스타일도 달라졌다.
◆ 너무 오래됐다?=오래된 기업이지만 기업 정신만은 여느 신생기업 못지않게 젊다고 직원들은 강조한다. 멘토(후견인), 전사적 자원관리(ERP) 등 선진 경영기법도 다른 대기업보다 한발 앞서 도입했다고 한다. 4년 전엔 일의 경중에 따라 급여와 보상을 주는 직무성과급제도를 도입했다. 처음엔 반발이 없지 않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법무팀 이수범(30)씨는 "입사한 지 5년 동안 해마다 회사가 새로운 시도를 한다"며 "회사가 바뀌는 걸 보면 ´80년 된 벤처기업´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밀가루만 만든다?=삼양그룹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9182억원. 이 중 화학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61%나 된다. 오랫동안 설탕.밀가루 등 식품사업을 주로 했지만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03년 설탕.밀가루 등 식품사업 부문을 통합해 ´큐원´ 브랜드를 출범시켰고, 2004년 한국하인즈의 가공유지(油脂) 사업 부문을 인수해 삼양웰푸드를 설립했다. 올 4월엔 패밀리레스토랑 ´세븐 스프링스´를 인수해 외식사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해 11월 LCD 소재 업체인 ADMS(현 삼양EMS)를 사들여 디스플레이용 유기화학 소재사업 분야에도 진출했다. 식품.화학.의약 등의 분야를 아우르는 삼양사 외에도 전분당을 만드는 삼양제넥스, 프레스 기계를 만드는 삼양중기, 베이커리카페 ´카페 믹스앤베이크´를 운영하는 삼양푸드앤다이닝 등 12개의 계열사가 있다.
◆ 보수적이다?=본사 빌딩은 수십 년 된 약국들에 둘러싸인 서울 종로 5가에 있다. 몇 해 전 건물 전체를 세련된 디자인으로 리모델링했다. 식품마케팅팀 민혜실(24)씨는 "회사 건물처럼 전통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게 오늘날 삼양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런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게 이 회사의 멘토링 제도다. 신입사원들은 입사 후 1년 동안 멘토로 지정된 선배로부터 회사일을 배운다. 아무나 멘토를 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선배들은 멘토가 되는 것을 영광으로 여긴다. 회식 때 술을 많이 먹는 편이지만 강요하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여성 인력을 많이 뽑았다. 지난해에는 신입사원의 60%가 여성이었다. 소비재 사업을 하는 계열사나 부서는 실적이 생명이지만 지나치게 성과를 따지는 분위기는 아니다. 도매영업담당 최우승씨는 "개인보다는 팀별로 평가를 받아 힘을 합쳐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고용을 보장하는 삼양사의 전통을 두고 한때 "공기업 못지않은 좋은 직장"이라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도 차츰 옛날이야기가 되고 있다. 그런 분위기가 조금 남아 있긴 하지만 젊은 직원이 능력을 인정받아 고속 승진하는 사례가 꽤 있다. 직원들은 본사 직매장에서 설탕.밀가루.올리브유 등 자사 제품을 구입할 때 20% 할인받는다. 카페 믹스앤베이크와 패밀리레스토랑 세븐스프링스도 10~20% 정도 할인이 된다.
자료출처 : 중앙일보 김필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