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에 최고경영자(CEO) 교체바람이 불고 있다.
19일 대형 증권사로는 이례적으로 한국투자증권 수장에 40대인 유상호 사장(47)이 취임했다. 40대 수장은 미래에셋증권 최현만 사장(47), 신영증권 원종석 사장(47), 이트레이드증권 양장원 사장(48)에 이어 네 번째다. 이에 앞서 교보증권은 증권업계의 예상을 깨고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 박창배 이사회 의장(68)을 내정했다.
증권가에는 올 상반기 중 임기 만료를 앞뒀거나 공석 중인 회사도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증권사는 물론 유관단체 수장들의 연임여부와 차기 수장 선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 상반기 중 임기가 끝나는 주요 CEO는 손복조 대우증권 사장, 김우평 SK증권 사장, 정의동 증권예탁결제원 사장, 윤태순 자산운용협회 회장 등이 있다. 이밖에 공석 중인 서울증권 사장과 메리츠증권의 CEO도 교체 가능성이 예상된다.
증권가의 최대 관심사는 대우증권 손 사장의 연임여부. 지난 2004년 6월 대우증권 사장에 올라 ‘1위 증권사’의 위상을 되찾은 공로로 연임에 성공할지 아니면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의해 새 얼굴이 수장자리에 오를 지 관심사가 되고 있다.
대우증권 내부에선 사상 최대 실적 등 대우증권의 옛 명성을 되찾는데 공로가 있는 손 사장의 연임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은행 최고위층에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공식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SK증권 김 사장은 지난 2001년 5월 취임, 두 번째 임기가 오는 4월 끝난다. 4년 연속 흑자 등 실적이 좋았던 점에 비춰 세 번째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지난해 말 SK그룹 임원인사가 이뤄진 만큼 3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증권예탁결제원 정의동 사장은 오는 4월17일 임기가 만료된다. 오는 4월부터 예탁결제원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아 ‘임원추천위→공공기관운영위→주무장관 제청→대통령 임면’ 등의 절차에 따라 차기 수장이 결정될 예정이다.
정 사장은 거래소와의 청산·결제 문제 ‘교통정리’ 등 무리 없는 경영으로 직원들 사이에서는 연임을 희망하는 여론이 높지만 증권업계엔 재정경제부 출신의 조성익씨와 감사원 출신의 오정희씨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이미 나돌고 있는 상태.
현재 공석 중인 서울증권 사장 선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유진기업으로 피인수된 서울증권 수장자리는 아직까지 오리무중이다. 증권가에선 전 대한투신운용 대표를 역임한 한동직씨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유진기업 관계자는 이날 “실력 있는 사람을 영입할 계획만 있는 상태여서 이미 내정됐다는 설은 사실 무근”이라며 “현재 사장 선임에 대한 정확한 로드맵을 갖고 있지도 않다”고 소문을 일축했다. 다만 강찬수 현 회장은 물러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메리츠증권도 지난 2004년 초 취임한 김한 부회장의 임기가 오는 5월 말 끝나 차기 CEO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5월 임기가 끝나는 윤태순 자산운용협회 회장은 연임 도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이후 통합협회 출범까지 수장자리에 ‘욕심’을 낼 것이란 분석이다. 자산운용협회 회장 선임은 공모형태다. 회장 추천위원회가 공모한 사람 가운데 3명으로 압축해 정기총회에서 투표로 결정될 전망이다. 한국증권업협회 회장 선거와 비슷하지만 투표수는 회원사들의 지분율에 따라 각각 다른 것이 특징이다.
자산운용협회 관계자는 “증협 선거 때처럼 현 회장의 임기 만료 1개월 전까지는 뚜렷한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출처 : 파이낸셜뉴스<박승덕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