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5~6년 뒤의 삼성전자 영업이익률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 이 회장은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부의 해외이전 가능성을 시사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회장은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투명사회협약 대국민 보고대회에 참석해 “삼성의 주력업종 수익률 저하가 아주 심각하다. 삼성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문제다. 정신차려야 한다”며 “5~6년후에는 아주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발언은 몇년째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경제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경고로 해석된다.
또 이 회장은 최근 적자를 면치 못해 온 생활가전 사업과 관련해 “한국에선 할 만한 사업이 아니다. 내수는 하겠지만 수출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해 주목된다. 그는 “(생활가전은) 결국 개발도상국으로 넘겨야 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이는 앞으로 생활가전 사업에 중대한 방향 전환이 있을 것임을 시사한 발언이다.
삼성 관계자는 “국내에선 연구개발과 내수용 제품 생산만 하고 궁극적으로 수출 제품은 해외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는 체제로 간다는 구상을 언급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지난달 한국이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인 현실을 ‘샌드위치’에 비유했던 것에 이어 수익성 우려, 가전부문 해외이전 가능성을 내비친 속내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의 한 고위 임원은 “이 회장이 공개적인 석상에서 삼성의 위기에 대해 언급한 것은 느슨해질 수 있는 조직을 다잡으려는 의도 같다”면서 “삼성전자가 1류기업이 됐지만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읽힌다”고 해석했다. 실제 삼성전자의 경우 순이익이 2004년 10조7900억원을 넘었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걸으며 2006년에는 7조9300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장은 이런 상황판단 아래 유럽과 중국을 방문해 직접 현장을 챙길 예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달 말 유럽을 방문해 한달 가까이 머물다가 곧바로 중국으로 이동할 계획” 이라며 “유럽 휴대전화 시장 경쟁이 매우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현지 시장을 점검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등지에서 중대한 사업구상을 발표했던 전례에 비춰볼 때 이번 장기 해외 출장길에서도 모종의 구상이 발표될지 주목된다. 특히 삼성전자 사업 분야의 수익률 저하 문제에 대한 모종의 위기 타개책을 지시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회장은 중국에서는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스포츠 어코드 행사에 참석한다. 이 행사는 4월23일부터 27일까지 베이징 샹그릴라 호텔에서 국제경기연맹총연합 주관으로 열린다. 이 회장은 이 행사에서 2014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