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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똑똑한 직원들을 제대로 이끌려면2007-03-09
작성자상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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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사원을 ‘조직의 비(雨)’로 부터 보호하라

일러스트=김의균기자egkim@chosun.com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글로벌 무대에서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무기에는 무엇이 있을까? 기술 개발? 신사업 개척? 어떤 길이든 머릿속 아이디어와 지적 노하우에서 출발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다른 기업을 압도할 아이디어를 내놓거나 시장을 선도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똑똑한 직원들(clever people)’은 기업의 든든한 자산이다.

그러나 똑똑한 직원들은 리더에게 두통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들은 자신의 가치를 회사와 보스가 알아주기를 바란다.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실패할 기회도 원한다. 회사에서 수당을 올려주기를 가만히 앉아 기다리지도 않는다. 여차하면 경쟁 기업으로 옮겨갈 태세다. 글로벌 시장이 개방되면서 이들이 몸값을 불려 이직하기는 더욱 쉬워지고 있다.

리더에게 리드당하는 것을 싫어하고, 때로는 리더보다 더 똑똑한 직원들을 어떻게 리드할 것인가.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의 로브 고프 교수팀이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최근호에 소개한 ‘똑똑한 직원들 이끌기(Leading clever people)’를 통해 머리 좋고 재능 있는 직원들의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하게 만들 현명한 방법을 알아본다.

세계적 마케팅 기업 WPP의 최고경영자(CEO) 마틴 소렐은 ‘똑똑한 사원들(clever people)’을 이끌기 위한 역(逆)심리학을 이렇게 설명했다. “만약 똑똑한 사원들이 오른쪽으로 돌기를 원하면 ‘왼쪽으로 돌라’고 지시해야 한다.”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의 로브 고프(Rob Goffee) 교수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 3월호에 실린 ‘똑똑한 사원들 이끌기(Leading Clever People)’를 통해 “똑똑한 직원들과 리더의 심리적인 관계는 보통 직원들과 매우 다르다”며 “똑똑한 사람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리더가 그들을 리드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똑똑한 사원들은 리더에게 두통을 안겨준다. 그들은 자신의 가치를 알고 있으며, 보스도 그것을 알아주기 바란다.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실패할 수 있는 자유도 요구한다. 또 리더와 지적으로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영리하고 창의적인 직원을 회사에 두고 있다는 것은 글로벌 무대에서 이기기 위한 필수 요건 중 하나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단순한 비용 효율성이 아니라 아이디어와 지적 노하우로 무장한 기업이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스위스 거대 제약회사인 로슈 CEO인 프랜츠 허머는 “연구개발이 중요한 산업에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머리를 쓰는 것이 중요한 산업에는 오직 아이디어의 경제(economy of ideas)만 있을 뿐이다.”

똑똑한 인재들을 확보하는 것은 전쟁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들이 회사에 충성하고 최대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관리하는 것은 또 다른 과제다. 인재 시장의 글로벌화가 가속화되면서 리더의 두통은 심해진다. 똑똑한 직원들은 당신이 수당을 올려주기를 가만히 앉아 기다리지 않는다. 그들은 국경을 넘어 쉽게 경쟁 기업으로 옮겨다닌다.

지난 20년간 리더십, 특히 ‘직원들이 리더에게 무엇을 원하는가’를 연구해온 고프 교수팀은 마케팅·언론·금융·과학기술·전문서비스 등 5개 부문에 걸쳐 100여명의 리더와 ‘똑똑한 사원’을 인터뷰했다. 연구대상 기업에는 시스코·크레딧스위스·노바티스·KPMG·영국 BBC방송·WPP·로슈·일렉트로닉아트(EA) 등이 포함됐다.

리더에게 리드당하는 것을 싫어하고, 때로는 보스보다 더 똑똑한 직원들. 리더는 이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단순한 규칙이 창의성 높인다

고프 교수팀은 “리더는 ‘조직의 비(雨)’로부터 똑똑한 사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는 큰 예산이 오가는 활동이라면 언제든 따라붙는 복잡한 규제와 정치적 역학관계를 일컫는다.

이들을 제대로 정리해줘야 똑똑한 사원들과 생산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대학의 학과장이라면 해당 학과의 스타 교수가 산처럼 쌓인 행정 업무에 눌려 연구를 못하게 되는 일이 없도록 애써야 한다. 신문사라면 탐사보도 전문기자가 일상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도록 에디터가 조치해야 한다.

조직의 비가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는 대표적 분야가 제약산업이다. 신약 개발에는 엄청나게 큰 돈이 들어간다. 하나의 약을 시장에 내놓는 데 평균 8억 달러가 투입된다. 이 정도의 거액이라면 사내 결정을 좌우하는 로비와 정치가 작용하기 마련이다. 만약 CEO가 이러한 이해관계로부터 인재를 보호해주지 않는다면, 유망한 아이디어가 정치에 밀려 영원히 사장될 수도 있다. 또 아이디어가 넘치던 사원들은 조직에 대한 신뢰를 잃고 사표를 생각하게 된다.

생명공학기업 지넨테크의 CEO 아더 레빈슨은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었다. 2002년 당시 개발 중이던 항암제 아바스틴이 3단계 임상시험에 실패하자, 주가가 순식간에 10% 떨어졌다. 대부분의 CEO들은 연구 중단을 선언했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레빈슨은 달랐다. 그는 똑똑한 사원들이 직접 결정하도록 맡겼다. 그가 결정권을 일임한 연구검토위원회의 박사 13명은 연구를 계속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2004년 2월 아바스틴은 결국 최종 승인을 받았으며, 2005년 매출액이 11억3000만 달러에 이르는 큰 성공을 거뒀다. 지넨테크는 지난해 비즈니스위크 선정 ‘최고 혁신기업(의료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비’로부터 인재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비를 줄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유연하고 단순한 규칙은 창의적 문화를 증진시킨다는 것을 기억하라. BBC 전 사장 그렉 다이크는 사내에 만연한 관료적 규제를 타파하기 위해 ‘헛소리 집어치워(cut the crap)’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는 비상식적인 규칙을 발견할 때마다 옐로 카드를 꺼내라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수백만 송이 꽃을 피운다는 마음을 가지라

현명한 리더는 비를 막아주면서 햇빛도 함께 보여준다. 수 년 전 글락소의 하이테크 항생제 3종(種)이 모두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에서 실패했다. 리차드 사이크스 당시 회장은 연구팀장들에게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는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다음 도전으로 넘어가라”고 격려했다. EA의 최고운영책임자(COO) 데이비드 가드너도 “내 일은 똑똑한 사람들에게 일할 공간을 주고 실패한 프로젝트로부터 새롭고 나은 일로 옮겨가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의 아이디어가 회사 일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똑똑한 사람들의 개인적인 작업도 회사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구글이 가장 최근의 본보기다. 설립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의 창업 정신을 받들어, 직원들은 일주일 중 하루는 ‘구글리트’라고 불리는 각자의 창업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데 투자한다. ‘20% 시간’이라고 불리는 아이디어 창출 시간은 네티즌 교류사이트 ‘오르쿠트(Orkut)’를 탄생시키는 등 구글의 사업 확장에 크게 기여했다.

■적극적으로 애정을 보여주라

머리 좋고 재능 있는 인물은 관련 분야 인재를 끌어들이는 자석이 되기도 한다. 특정 대학의 한 학과에 스타 교수 한 명을 영입하면 그 분야의 젊은 박사급 연구자들이 그 학과로 몰려든다. 투자은행도 마찬가지다. 월스트리트의 두뇌들은 가장 똑똑한 사람이 어느 회사로 가는지 주시한다. 골드먼삭스는 자사가 가장 유능한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라는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골드먼삭스를 따라잡으려는 회사는 회사 규모·매출액을 넘어서기에 앞서, ‘더 똑똑한 인재들이 모인 곳’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최고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는 리더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 빌 게이츠가 대표적이다. 그는 스카우트를 인사부서에 맡겨두기만 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나서서 설득했다. 뛰어난 프로그래머를 영입하기 위한 ‘즉효약’이 필요한 경우, 게이츠가 직접 입사를 권유하는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이에게 그보다 기분 좋은 통화는 없었다.

■보스의 능력을 증명하라

런던비즈니스스쿨 학장 로라 타이슨은 “리더가 똑똑한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거나, 해당 분야 전문가라는 것을 증명해야 존경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빌 게이츠는 “나도 프로그래머”라는 점을 늘 강조한다. 글락소의 사이크스 회장은 “나를 ‘닥터 사이크스’라 부르라”고 주문했다. 제약회사 회장이라는 타이틀이 주지 못하는 ‘전문가들간의 인정과 존경’을 ‘닥터’라는 호칭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무관리 소프트웨어 회사인 피니보우스 CEO 마이클 크리텔리는 특허권을 여러 개 보유하고 있다.

누구보다 똑똑하고 창의적인 직원들이 능력을 펼치기 위해서는 군림하고 지시하는 보스가 아니라 보호하고 살펴주는 ‘관대한 후견인’이 돼야 한다. 적합한 업무 환경을 만들어주고, 실험하고 실패하도록 북돋우라. 당신의 전문성과 권위를 조용히 보여주라. 고프 교수는 “똑똑한 사원들을 신경 써서 관리하는 데 들이는 시간이 아깝게 여겨질 수 있으나, 회사가 얻을 보상은 그 이상의 값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