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심 정리..`돈되는 사업만 열중`
아남전자, TV名家 자존심도 버려
[이데일리 양효석기자] 지난 7일 삼성전기 임직원들의 입가에는 환한 미소를 배어있었다. 2000년 이후 7년만에 성과급(초과이익분배금 PS)을 받았다는 기쁨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법정관리 종결 이후에도 2003년부터 적자 행진을 계속해오던 아남전자 직원들도 요즘 일할 맛 난다는 표정이다. 갖은 고생끝에 지난해 흑자전환을 달성, 기업회생의 틀을 잡은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경쟁력을 잃어갔던 기업들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 이들 턴어라운드 기업들의 생존방식의 공통점은 바로 `돈 되는 사업`에만 열중했다는 것.
삼성전기(009150)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4년간 전해콘덴서, 편향코일(DY), 고압변성기(FBT) 등 24개 사업품목을 정리했다. 비주력사업과 저수익품목을 가려낸 결과, 매출규모는 3조6000억원 대에서 2조4000억원 대로 감소했다.
구조조정으로 매출규모는 3분의1 이나 줄었지만 핵심제품 사업 강화로 수익성은 더 좋아졌다. 이 회사는 2005년 영업손실 426억원에서 2006년 1234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금액은 작지만, 전 직원에게 각자 연봉의 2.1%에 해당하는 PS도 지급됐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기판, MLCC, 카메라모듈 등 3대 핵심제품을 1위 육성품목으로 선정하고, 투자의 70% 이상 집행해왔다"면서 "이들 제품의 고부가 비중 확대로 수익성은 최고 30%포인트에서 10%포인트까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삼성전자, LG전자와 함께 국내 TV시장을 주름잡던 아남전자(008700)는 99년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고난의 길을 걸었다.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환경이 호전, 2002년 법정관리를 조기졸업했지만 회사는 부활의 기미를 보이지 못했다.
그러던 아남전자는 2004년말 TV 사업에서 과감하게 손을 뗐다. 당시 TV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던 비중은 43.5%로 큰 비중이었다. 하지만 대기업들과의 출혈경쟁으로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1973년 창업이래 주력사업으로 키웠던 사업이라는 자존심도 버렸다.
대신 아남전자는 오디오와 셋톱박스라는 새 성장동력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했다. TV 금형 및 재고를 처분하고 국내영업본부를 해체하는 등 내부적인 정비를 마치고, 오디오와 셋톱박스 수출업체로 변신했다.
오디오 부문에서 마란츠, 데논, 하만카든 등 세계적 유명 업체와 협력체계를 강화했다. 셋톱박스는 통신기기 전문업체인 휴맥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같은 신규 사업영역 공략은 흑자전환의 원동력이 됐다. 2003년 100억원, 2004년 263억원, 2005년 83억원이던 적자행진은 지난해 2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아남전자 관계자는 "TV 사업 철수 등으로 부실을 없애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오디오 시장에서 인정받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멀티미디어 기기 수출 전문업체로 변신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출처 : 이데일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