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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자본시장에 일어나는 '조용한 혁명'2007-02-07
작성자상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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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머니 칼럼]ISO26000 제정을 위한 워킹그룹 총회 참관기

90년대 초에 우리가 한창 무역을 통한 경제 성장의 과실을 따먹고 있을 때, 밖에서는 지구환경 문제와 노동기본권을 세계 무역질서와 연계해야 한다는 이른바 그린 라운드(Green Round)와 블루 라운드(Blue Round)가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후 WTO 무역체제가 등장하면서 이는 한동안 세계 무역 및 투자규범 논의에서 매우 중요한 의제가 됐다.

그러나 시장의 규범을 강화하려는 노력은 선진국들의 또 다른 보호무역주의 장벽이라는 개도국들의 지속적인 반발에 부딪혔고, 2001년 도하 WTO회의 이후 한동안 시장과 규범의 연계노력은 잠복됐다.

그 즈음부터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세계의 공장이란 표현을 들으며 중국은 전세계 제조업의 챔피언이 되었고 이어 인도는 전세계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위협하는 강자가 되었다. 우리가 외환위기 극복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 브릭스(BRICs)가 부상했고 최근에는 베트남, 동구, 터키 등 또 다른 신흥 강국들이 등장했다.

투자 자본은 세계 각지에서 이런 이윤 창출 기회를 좇아 돌아다녔고 글로벌 시장을 규율할 수 있는 다자간 질서는 WTO의 무기력한 역할과 FTA를 통한 양자 간 역할의 강화 과정에서 실종되는 듯했다.

양자간 약속에서는 시장 이익을 노골적으로 증진할 수 있고 다자 간 약속에서는 공통의 기본적 규범이 중시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다자 간 논의의 약화 과정에서 감히 시장에 대해 규범을 들이대는 것은 매우 공허하고 무기력한 노력이라고 치부됐다.

그러나 지난 5년 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규범을 강화하려는 노력은 다른 한편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됐다. 시장에서 사회적 책임에 대한 규범을 만들자는 논의이다. 처음에는 윤리적 운동인 줄만 알았는데 지금은 가히 '조용한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정도로 커지고 있다.

사실 이 이슈는 국제사회에서 그다지 조용하게만 진행되어오진 않았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선 그다지 부각되지 못했던 건 우리 시장이 지난 5년 동안 단기적 이익 실현에 몰두하면서 이런 소리를 애써 외면한 탓이라고 봐야 것이다.

2001년 유엔 지구협약(UN Global Compact) 제정 이후 인권, 환경, 노동권, 반부패 규범을 존중하겠다는 전 세계 기업들의 참여가 늘어났는데, 우리는 관심이 없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취임 이후 한국의 가입기업수를 보고 한국기업들에게 특별한 부탁을 할 정도이다.

지구협약 가입기업수가 2006년말 기준으로 미국 160, 프랑스 453, 이탈리아 143, 브라질 158개이고 아시아에서도 일본 51개, 중국 69개이고 필리핀이 46개, 인도네시아가 38개다. 이에 비해 우리는 겨우 14개다. 그나마 한국의 대표기업 중 상당수가 빠져 있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놀라울 정도의 무관심은 ISO(국제표준화기구)26000 사회적 책임 지도안(Guidance) 제정을 위한 워킹 그룹 총회에서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1월 27일부터 일주일 간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이 총회에 일본 등 다른 국가는 기업이 아니라 경단련 등 대규모 대표단과 지원인력 중심으로 60 여개국 330명이 참가했다. 반면 우리는 기업대표로 유한킴벌리가 참여했을 뿐, 전경련 등 기업계 대표자들의 관심이나 참여 의지는 거의 없었다.

ISO26000 제정의 압력은 주로 기업들에게 집중되고 향후 국가간 무역이나 기업간 거래 및 양자간 협정에서 기준으로 원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총회에서도 일부 기업들은 기업의 지배구조를 사회적 책임의 핵심 이슈로 선정한 것에 대해 반발했다. 그럼에도 지배구조, 환경, 인권, 노동관행, 공정행위, 소비자보호, 지역사회 및 사회개발공헌 등 7개 영역은 빠질 수 없는 핵심 이슈로 재차 결의됐다.

이들 관련 이슈들을 하나 하나 살펴보면 우리 사회에서 기업, 정부, 기타 사회조직들이 감당하기에 매우 벅찬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총회기간 중 김영호 유한대학 학장(전 산자부 장관)은 "세상이 시장 질서에 관해 이해관계자 중시 모델로(stakeholer model)로 바뀌고 있는데 우리만 신자유주위적 시장모델에 머물고 있다"고 여러 번 위기감을 토로했다.

ISO26000은 현재 일정대로라면 2009년부터 발동된다.지난 5년간 우리가 목도한 것이 지구환경, 인권, 노동권을 무시하면서 지나친 하향경주(race to the bottom)를 하지 말자는 취지의 움직임이었다면 ISO 기준은 반드시 상향경주(race to the top)를 해야만 구매계약, 투자 유치, 무역규제에서 패자가 되지 않는다는 적극적 성격을 가진다.

돈은 매우 민감한 것이다. 돈이 세상 돌아가는 것에 둔감하다면 이윤 창출은 힘들다. 지금 시장이 '윤리'를 최대 덕목으로 여기게 된 것은 한편으로 보면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돈을 움직이는 세계의 실력자들 간에 지속적인 자본 활동을 구축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자 총성 없는 자본 간의 전쟁이라고 볼 수 있다.

출처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