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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Special Report |한국의 경제·경영학자들 기업의 시대적 역할을 논하다2007-01-31
작성자상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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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위기, 기업의 위기

영국 경제학계의 태두인 알프레드 마샬은 케임브리지대 교수 취임 강연에서 학생들에게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요구했다. 냉철한 이성으로 경제의 논리를 펴고, 따듯한 가슴으로 경제 기사도를 가지라는 말이다. 마샬은 경제학이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현상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본 것이다. 경제학을 모태로 한 경영학도 마찬가지이다.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은 현대경영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가 말한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에 필수인 덕목이다. 드러커는 기업가 정신의 쇠퇴는 국가경제의 활력저하와 자신감 상실을 초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오래 전 미국의 한 언론인은 드러커에게 세계에서 기업가정신이 가장 뛰어난 나라를 물었다. 그의 답은 한국이었다.

공교롭게도 드러커 타계 이후 한국에서는 기업가 정신의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서 한국이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커지고 있고 글로벌 한국기업의 잇단 육성과 성장이 필요한 때이다. 기업의 경영활동과 국가의 경제력, 국가 경쟁력은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52년과 1956년 전후에 창립되어 한국 산업화 근대화에 이론적 실용적 버팀목이 된 한국경제학회와 한국경영학회가 지난 1월 23일 고려대 100주년기념관에서 ‘국가경제와 기업경영 그리고 기업규제’를 주제로 최초의 공동 심포지엄을 열었다. 주제 자체가 복잡다기하고 이해관계, 이해정도가 얽힌 사안이어서일까. 발표자, 토론자로 나선 전문가들은 저마다 민주주의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성공과 발전, 이를 위한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원론에는 동의하면서도 재벌로 대변된 한국형 대기업에 대한 인식과 규제에 대한 각론에서는 첨예한 시각차를 보였고 때론 격론을 벌이기도 했다. 독자들도 지면을 통해 기업, 국가, 규제에 대한 그 동안의 생각을 정리해 볼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이경호 기자(stanlee@ermedia.net)


정운찬 한국경제학회 회장(전 서울대 총장)
“경제 활력 진작에 지혜 모아라”

경제학과 경영학은 명실공히 사회과학의 으뜸이며 인간 생활의 중요한 부분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두 학문은 때로는 같은 대상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해도 다른 연구방향으로 각자의 영역으로 학문발전의 꽃을 이루었다.

경제 경영이 공동의 관심사로 만나 연구한다면 각자 영역에서 이룬 학문적 연구가 다양성으로 뿌리 내어 새로운 창조의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활력을 상실하고 방향을 잃은 채 기약 없는 침체 늪으로 빠지고 있다는 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 경제가 어려운 건 경제주체들의 활력 소진에 기인한 것이다. 민간 소비 위축, 기업 투자 의욕이 상실한 가운데 있다.

우리 모두 소진된 민간 경제 활력을 진작시키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기업은 자본주의의 꽃이며 기업 활동의 성과는 오늘날 한 경제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기업에 대한 규제는 작게는 기업경영 크게는 국민경제에 직간접 영향을 미친다.

우리 경제 자체의 성격이기도 하지만 이번을 기회로 경제 경영 두 학문이 새로운 연구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채서일 한국경영학회장
“500원대 환율 이기는 기업 나와야”

지난 한 해 기업 정부 가계에는 도전적인 해였고 올해는 새로운 희망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새해 벽두부터 들려오는 기업과 경제 안팎의 이슈들은 새로운 의욕을 가다듬을 틈조차 주지 않고 있다. 선진 한국으로 업그레이드하려면 기업 정부 누구도 이 목표의 노력에서 예외는 아니다. 세계는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잠재적 경쟁으로만 보이던 분야가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의 시장 지위를 흔들고 있다. 기업은 한 나라의 경제주체이다. 자원이 제한되고 협소한 국토의 한국에서는 국가경쟁력과도 직결된다.

기업의 공정한 경쟁과 소비자 보호라는 정부 역할 또한 절실히 요구된다. 한 나라 산업의 공정한 경쟁은 그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소진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경쟁력은 곧 대외경쟁력이다.

우리에게 오늘 필요한 것은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추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건전한 규제라는 명분으로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로 간다면 10년 뒤에도 오늘 같은 말을 되풀이 할 것이다.

기업들도 단기적 일시적 규제완화에 기대를 걸지 말고 국가와 호흡을 맞추어 10년, 50년, 100년을 끌고 나갈 수 있는 체질 개선과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기업들이 어느 수준의 환율을 견딜 것인가. 500원대의 환율에도 이기는 시대의 기업을 바란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기업가 정신 쇠퇴 안타깝다”

지금 우리 경제는 결코 편안하게 안주할 상황이 아니다. 지난 반세기 세계사에 유래가 없는 고도성장시기를 거쳐 산업화 민주화를 이룩하여 이제 선진대국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2차 대전 이후 독립된 나라 중에서 채무국에서 채권국으로 변신한 유일한 나라이다. 동남아에서 우리의 개발연대를 배우며 내건 슬로건은 ‘할 수 있다는 정신(the sprit we can do)’이다. 이것이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다. 이는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가 주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성장을 견인해온 시대가치, 시대정신이 폄하되고 도전받고 있다. 이런 가치의 혼선이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하는 주역인 시장경제의 핵심, 즉 기업의 활동에 제한을 주고 의욕을 저하시킨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 도전정신 창조정신이 상당부분 훼손되고 심지어 사라져가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의욕과 진취적 경영태도 또한 위축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 경제 성장을 담당하는 수출품목은 지난 60∼70년대 우리가 주요 생산국이라고는 상당하지도 못한 품목들이다. 이는 바로 기업가정신이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작년 말 대한상의에서 설문 조사한 내용을 보니 10명 중 4명이 기업의 역할을 사회 환원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유지하는 최고의 가치는 자본주의 자유주의 시장경제이다. 정말 놀라울 일이다. 기업도 생명체로서 투자해서 이익을 내는 등 신진대사를 원활히 해야 살 수 있다. 사회 환원도 분명히 기업의 한 덕목이지만 기업의 진정한 사회 환원의 본분이 무엇인지 오해해선 안 된다.

1년 전인가 고려대 학생들에게 특강하며 이런 말을 했다. “겨울에 난로 없는 시멘트 바닥 위에서 손 비비고 공부하던 시절이 있었다. 오늘 고대에 와보니 호텔에 버금가게 너무나도 좋아졌다. 학생들은 행복한 세대이다.” 그러니 한 학생이 말했다. “취업 때문에 캠퍼스에 낭만이 없고 살벌하다. 건물만 좋으면 뭐합니까.” 왜 어렵냐고 했더니 자기들도 물어보고 싶다고 하더라. 내가 여러분 같은 사람들 때문에 취직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좋은 건물은 여러분 동창 선배 한명이 250억원을 내서 지었다. 기업에서 250억원을 내려면 적어도 매출 2조5000억원은 달성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감사하다고 말한 학생 누가 있느냐. 젊은 사람들이 그걸 모른다. 여러분의 선배 부모 세대가 어떻게 지금의 국가를 이룩하고 가꾸어 놓았는지 관심을 가지질 못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어떤 기업이 노력해서 돈 벌고 나라에 봉사하려 하겠는가. 일자리가 없다는 것을 남 탓하지 말아야 한다.”

재벌체제의 빛과 그림자에 대한 객관적 평가도 선행되어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집단에 대한 사회적 시각과 국민적 정서는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불공정하거나 불법적 행위를 해서 해당기업, 국가경제에 해를 끼친 경우도 있다. 엄정한 책임추궁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기업은 기술 집약적·자본집약적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불가피적 측면에서 인정해야 할 부분도 있다. 매도만 할 게 아니라 순기능 역기능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이론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바탕 위에서 앞으로 우리 경제가 글로벌 시장에서 이겨나갈 수 있는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하고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규제 체제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글로벌 경쟁이라는 물결의 속도에서 우리의 대응속도는 너무 느리다. 세계를 무대로 글로벌기업과 상대해야하는 상황에서 제도와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개방 이전의 시스템에 대한 시장규제제도 특히 그 범위를 국내로 한정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다.

국내 시장에서 70∼80% 점유해도 세계 시장에서는 일엽편주에 불과하다. 이런 부분에 대한 새로 눈을 뜨는 계기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사회구성원의 이해가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서 전문가 지식인들이 선도적으로 자신들의 입장과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도 역사적 책무라고 생각한다.


이슈 & 평가“한국판 구글 만들려면
경영권·창업·IPO 불안 없애야”

▷이슈 1 경영권 시장
“경영권 때문에 기업가 활동 위축돼선 안 돼”

경영권 시장의 제도 발전은 거듭된 작용과 반작용의 결과이다. 미국에서는 소유권 분산→경영자 지배→대리인문제→성과하락→경영권 시장에 의한 견제→머니게임→기업경쟁력 저하→경영권 안정장치 보완 등은 역사적 과정을 통해 진화되어 왔다. 우리는 미국과 달리 간접금융시장 중심의 자금조달, M&A에 대한 문화 정서적 차이 등의 차이로 M&A세력에 의한 시장교란이 많지 않았다. 국내 기관투자가의 역할도 미흡했고 노조 등 주주 이외의 이해관계자 역할도 적었다.

한국적 상황에서 재벌중심 지배구조는 소유, 경영의 미분리만의 문제뿐만 아니라 대주주 지분이 적은 데 따른 대주주-소주주 간 대리인문제(Agency Problem) 우려가 상존한다. 주주 이외의 이해관계자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지만 우리는 주주관리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출했다.

2001∼2006년 상장기업에서 자사주 매입 현금배당을 합해 69조원이 유출됐는데 유상증자 기업공개로 유입된 금액은 39조원에 불과했다. 성장 동력 창출을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을 고취해야 한다. 일례로 2002~2006년 9월 이후 한국은 상장기업 수가 6% 증가한 반면 호주 25.3%, 홍콩 17.8%, 아시아평균 16.1%이다.

따라서 국내 제도는 기본적으로 경영자 규율을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적절한 경영권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규제완화라는 차원에서 공격과 방어에 대한 법·제도적 제약은 최소화해야 한다. 과도한 적대적 인수에 대한 견제는 필요하여 5% 룰 등을 엄격히 적용하여 방지해야 한다. 국내 기간 산업보호와 관련해 이상경 열린우리당 의원은 군수, 에너지, 첨단기술, 민생물품, 금융, 사회통합 등 6개 분야의 적대적 M&A를 막는 ‘국가안보에 반하는 외국인 투자규제 특별법’소위 한국판 엑슨-플로리오법을 발의해 놓았다.

출자총액제한제도,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이중대표소송 도입 등은 재검토가 필요하며 벤처기업 등을 위한 종류주식(차등의결권 주식 포함)은 추가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이사회 독립성 및 기능강화, 기업공시제도 강화 등을 통해 과도한 경영권 방어에 대한 견제도 필요하다. 가치중시 경영(creating value )의 논의를 활발히 했으면 한다. 구글의 상장과 이후의 폭발적 주가상승을 보면 기업의 가치창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경영권에 대한 불안, 창업에 대한 부담, 신규상장에 대한 부담을 느끼면서 기업가가 활동을 스스로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경영권 시장이 진화되어서는 안 된다.

<발표 이지환 KAIST 교수>

▷이슈 2 기업 규제
“규제 풀면 진입·퇴출 자유로워
절반 없애면 생산성 0.5%p 상승”

규제개혁이란 기존의 경제적 사회적 행정적 규제에 변화를 도입하여 질을 향상시키고 규제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일체의 노력을 지칭한다.

규제개혁에도 비용과 편익이 수반된다. 그런데 다른 여러 구조개혁의 정책들과 달리 규제개혁의 편익은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발생하며 경제 전체가 누리는 편익의 총량은 크지만 개별 경제주체가 그 편익을 실감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 개혁의 비용은 대체로 매우 구체적이고 가시적이며 특정집단의 이해와 상충하는 경향이 크다.

따라서 경제 전체의 관점에서 규제개혁의 장기적 편익이 그 비용을 상회한다고 해도 규제개혁의 편익이 명확히 제시된 가운데 이해관계의 대립이 제대로 조정되지 않으면, 규제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합의가 도출되고 이에 기반을 둔 각종 정책이 중장기적으로 일관되게 추진될 수 없다. 이로 인해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그 필요성이 지극히 자명해 보이는 구조개혁 정책도, 실제의 정치과정을 통해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지체되거나 변질되고 중도에서 포기되는 일이 빈번하다.

규제개혁에서 오는 경제적 편익의 크기를 구체적으로 추정하기 위해 한국 제조업 미시데이터를 이용하여 진입규제가 산업별 진입률과 퇴출률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해 보고 그 변화가 생산성(사업체별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했다.

그 결과 현존하는 진입규제의 수준을 절반으로 줄이면(1만개 규제를 5000개로 줄이면) 진입률이 4%p 증가하고 퇴출률은 3%p 증가하여 총 생산성 증가율은 0.5%p 증가한다. 규제를 풀면 진입과 퇴출이 자유로워지며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어줄 수 있는 것이고 막고 있으며 진입도 어렵고 퇴출도 어려워 침체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규제개혁의 편익이 보다 치밀하게 분석되고 그 결과가 경제주체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특히 규제개혁을 둘러싼 정책당국과 기업들이 논쟁이 되는 핵심 덩어리 규제들의 존재 이유나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보다 엄밀히 분석해야 한다. 특정 이해집단의 요구에 대한 대응이라는 수동적인 차원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한 중장기적인 개혁의 추진이라는 적극적인 관점에서 규제정책의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발표 안상훈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이슈 3 대기업 현실
“경제력 집중은 사회건강 위협
소유지배괴리는 기업가치 저하”

내가 보는 재벌현상은 소수의 개인이나 가족이 적은 지분으로 많은 대기업을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것이다. 재벌문제는, 경제력 집중은 사회의 건강을 위협하고 소유지배 괴리는 기업의 가치를 저하시킨다.

30대 재벌그룹(2004년 기준 LS GS 현대중 등 포함)의 소유구조를 보면 먼저 발행주식이 급증(금융사와 보험사 제외)했다. 4대 재벌그룹(삼성 현대 LG SK) 소속회사의 자본금 총액이 1997년 말의 12조원에서 1999년 말 22조원으로 증가했다.

이들의 자본금 및 주식발행 초과금 총액도 21조원에서 56조원으로 증가했으며 소속회사가 1997년 이전 수십 년간 발행한 주식보다 1998년과 1999년에 발행한 주식이 더 많다. 그럼에도 상위재벌그룹(삼성 현대·현대차·현대중 LG·GS·LS SK)의 평균 총수일가 지분율은 1997년 말의 7.8%에서 IMF 이후 4.7%로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하여 2005년 말 현재 6.1% 수준.

이에 따라 30대 재벌그룹이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 소속회사가 처분해야 하는 주식은 1997년 말 소유주식의 1.9% 혹은 발행주식의 0.5%이었으나 2005년 말에는 각각 4.6%, 혹은 1.4%로 늘어났다. 순환출자는 상위재벌그룹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며 1999∼2001년에 급증했다.

대부분의 순환출자는 계열사 주식을 가장 많이 소유하고 있는 핵심회사를 포함(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두산)하며 순환출자는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유지, 강화 또는 승계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상호출자금지를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고 있다.

따라서 시장의 규율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감사와 수사의 권한을 가진 감독기관의 선도적 역할이 요구된다. 사법기관의 적극적인 해석으로 법률의 허점을 보완함으로써 예방적 기능을 수행한다. 판례의 축적은 외부주주 및 이해관계자가 지배주주를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필요조건이다.

삼성에버랜드 삼성카드처럼 계열사의 교차출자와 연쇄출자로 외부지분이 중점적으로 분산되어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이 요구된다.

서울통신기술 글로비스처럼 지배주주의 개인회사와 계열사 사이의 거래가 많은 현재의 상황에서는 ‘회사기회편취’를 불법행위로 명시함으로써 사적 편익을 취득하기 위한 내부거래를 억제하도록 해야 한다.

<발표 김진방 인하대 교수>

▷이슈 4 대기업 정책
“출총제·순환출자금지 모순 많아
시장시스템 믿고 기업에 맡겨야”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목적은 기업집단의 비관련 다각화를 억제하고 가공자본에 의한 소유지배구조의 왜곡과 독립 중소 중견기업과의 불공정 경쟁 등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비관련 다각화 억제가 목적이라면 지주회사를 허용해주는 것도 모순이며 가공자본을 막는 것이 목적이라면 순환출자의 금지가 보다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규제이다.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지배구조 관련 제도의 대폭적 개선과 투자자의 권리의식 향상으로 비생산적인 지배 목적의 출자는 시장에서 충분히 감시 및 통제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출자 및 신규투자에 관한 결정은 기업에 돌려주어 기업의 투자의욕을 북돋워 주어야 한다.

순환출자도 시장기능과 감독기관의 감독기능이 작동한다면 소유지배구조가 불투명하여 발생하는 시스템 위험이나 오너의 전횡은 통제될 것임으로 지나치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주가는 그만큼 저평가 될 것이며 지배구조 개선 펀드와 같은 펀드의 타깃이 되어 시장의 힘에 의한 교정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

지주회사로의 전환은 소유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할 수 있을지 모르나 문어발식 확장이나 경제력 집중을 막는 데에는 효과적이지 않다.

독립중소기업과의 불공정경쟁을 막을 수 있는 장치라고 보기도 어렵다. 기업의 경영 및 조직구조는 각 기업이 알아서 선택할 일이며, 결국 시장이 판단하도록 남겨주어야 한다.

또한 기업집단이 소속 금융 및 보험회사의 의결권 행사를 통해 계열사를 지배함으로써 발생하는 경제적 집중과 경영효율성의 저하문제는 시장의 저하 문제는 시장의 감시기능과 기업지배구조개선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

또한 증권집단소송제의 남용으로 상장의 기피, 상장기업의 의욕상실이나 기업경영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대표당사자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소송 남용 가능성을 차단하여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발표 박상수 경희대 교수>

기업과 규제를 보는 시각

“단순비교 말고 국민경제 차원에서 보자”


소수주주 지배 모든 나라서 나타나는데 왜 한국만 제재하려 하나. 국민경제에서 대단히 중대한 민영화된 공기업 금융집단의 행태는 왜 그대로 놔두나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경영권 시장을 살펴봄에 있어서 오랫동안 사회 내에서의 경제적 발전이나 필요성에 의해서 결정되어지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미국의 경영권 시장 제도를 살피는 데 있어서 1880년대와 1920년대 미국의 독점자본의 급속 성장과정을 빼놓을 수 없고 1920년대 말의 대공황과 이후 뉴딜 정책 등 역사적 사건을 제외할 수 없다. 이후에 미국은 영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주식이 분산된 나라가 됐다. 이런 미국에서는 주주와 단 한 주도 받지 못한 경영자들이 제국을 형성해 왔고 현대에 들어서 기관투자자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경영권 시장 제도가 발전하게 된 것이다. 상호출자의 부분에 있어서 독일에서도 소수지배주주 시스템이 존재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지분과 의결권 제한이 있지만 나름대로 사회 내에서 지배구조가 현재 기존의 경영권 시장의 관점에서 경영권을 방어하는 기재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회사의 행동을 분석함에 있어서 주인과 대리인의 시각이 타당하지만 과연 그 시각에서만 제도를 설계하거나 정책에 대해 평가하고 사회 현상에 대해 재단을 할 수 있는가. 국민경제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기업의 소유 지배구조를 다르 게 평가할 수 있지 않은가. 모든 나라에서 소수주주 지배체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제도적으로 문제 삼지 않거나 문제 삼더라도 공시제도를 통해서 제재한다. 기업 조직과 시장은 다르다.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보면 왜 우리 사회의 재벌집단 이외에 다른 두 개 집단. 즉 과거 공기업이었던 집단, 한주의 주식도 갖지 않는 KT, KT&G의 경영진들이 보이는 행태, 그리고 사회적 보험 내지는 안전장치로 보호받고 수수료차익, 예대금리 등 수익을 보장받는 은행이라는 집단도 국민경제 차원에서 대단히 큰 이슈인데 왜 이들은 그대로 놔두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기업 소유지배 괴리 친절하게 발표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 영미식 분산구조 성공사례 찾기 어렵다. 이질적 제도 강요말고 시장 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
송창현 법무법인 한승 변호사

경영권 시장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려면 적은 거래 비용으로 비효율적인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어야 되고 적은 비용으로 효율적으로 방어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공격 방어 수단이 둘 다 불비(不備)하다. 상장기업의 방어로서 대표적인 게 자사주 취득인데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필요하다. 경영권분쟁에서 나타나는 우호적 제 3자를 이용한 신주발행 등도 역시 부담이 만만치 않다.

공격제도도 5%룰을 적용의 결과를 보면 금감위에서 의결권 제한 처분명령을 내릴 수 있다. 공시 위반했다고 법원 명령도 아니고 막강하고 과격한 수단이다.

바람직한 지배구조는 무엇인가. 미국에서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서 발생하는 대리인문제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지배주주와 소수주주간의 문제, 단기투기자본과과 장기투자자, 주주간의 대립의 관점 등이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소유지배구조가 지배구조를 중심으로 경영이 많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런지 몰라도 공정위에서 친절하게도 소유 지배의 괴리를 알려준다. 내가 알기론 우리나라 밖에 없다. 과연 이게 필요한가. 영미식대로 분산된 구조가 바람직한가 생각해 볼 일이다. 영미식의 성공을 드러내는 사례는 찾지 못했다는 게 오늘날 학자들의 견해이다.

나라마다 사회문화적 역사적 특성이 있다. 이질적인 제도를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지주회사 제도의 경우도 미국의 사례를 보면 규제를 피하려고 한 것이지 일률적으로 어느 제도가 우월하다 말할 수 없다. 과연 기업집단의 실체가 있느냐.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형성되는 과정을 보면 초기 자본축적이 안 된 상태에서 자본여력이 있는 계열사가 출자한다든지 정부의 방침에 의해서 한다든지 정부가 부채비율 감소하라니까 돈 있는 계열사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이런 상황이 많다.

출총제의 경우도 경제력 집중을 측정하는 마켓의 사이즈를 어떻게 볼 것인가, 시장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봐야할 것이다. 현행 형법 제도하에서 존재하는 제도들, 배임행위 손해배상 등에서 실효성을 확보해야지 공정거래법과 같은 특별법에서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소유지배 괴리·경제력 집중 주장처럼 재벌이 비효율이라면 어떻게 30년 이상 체제를 유지하고 경제성장 이룩할 수 있었는가
이우성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박사

비판론자들 말처럼 소유지배의 괴리, 경제력 집중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효율적이지 않는 재벌이 어떻게 글로벌로 성장하고 경제발전을 이끌고 게다가 30년 이상 유지해올 수 있었는가. 비효율이라면 도저히 그런 성장을 이룰 수가 없다. 또한 소수주주 지배구조가 분명 지배의 사익추구의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기업조직의 대리비용을 높이는 것으로 보이지만 법적으로 규제하는 몇 나라를 빼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50년 이상 상당기간 동안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집단 체제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구조가 아니다. 모든 나라에서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구조이다.

이를 규제하는 나라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유지하거나, 순환출자에 대한 규제 등 직접적인 규제보다는 기업집단의 장점을 살리는 방향이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 대기업들도 글로벌 경쟁체제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소수에 의한 지배구조가 비효율적이라고 하더라도 스스로 상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질 것이다.


“죽이는 게 아니라 감시·견제하자는 얘기”


지주회사로 가면 총수 지배력은 6배로 뻥튀기 된다.
재벌 죽이자는 얘기가 아니다.
나아졌지만 잘못 판단해 시장경제 자본주의를
위협할 수 있어 견제 감시하자는 것이다.

지주회사 제도는 사실 소유지배 간 괴리를 없애는 게 아니라 오히려 확대시킬 수 있다. 예컨대 정부가 부채비율 100%에서 200%를 허용하면 총수의 지배력이 6배로 뻥튀기 된다. 지주회사의 문제점은 이미 일본에서 나왔다. 2차 대전 직후 재벌을 해체할 때 지주회사를 해산했고 재벌 체제가 사라지고 난 뒤 최근 지주회사를 허용할 때도 여러 가지 제한조건을 부여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지주회사 요건 완화는 위험한 발상이다.

규제완화에 있어 삼성자동차를 예로 든다면 신규 진입할 때 정부가 왜 반대를 했는가. 삼성이 과연 내부적으로 합리적 의사결정을 가진 것인가. 시장에서 공정경쟁을 하겠는가. 이 두 개가 아니었다. 이런 조건이 충족되면 진입규제 완화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에 대해 소인국의 걸리버 문제로 비유한다. 소인국의 걸리버는 다른 소인국의 경쟁에서는 좋을 수 있지만 술에 취하거나 몽롱해지면 나쁜 맘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추방된다. 우리 재벌도 국제 경쟁에서는 맹활약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의사결정이 잘못되면 또 나쁜 맘 먹으면 시장경제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재벌을 추방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재벌이 몽롱해지지 못하도록 지배구조를 개혁하는 민주적 견제 작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지배구조 상황이 과거에 비해서 나아졌지만 더 개선되어야 한다.

지금 대기업집단의 지배력은 정·관계를 넘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스웨덴에서도 발렌베리그룹이 영향력은 크지만 노조의 조직력이 커서 어느 정도 힘을 견제한다. 하지만 한국은 노조도 약하고 독립성을 지켜야 할 학계 법조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앞으로 시장 경제 민주주의의 앞날이 걱정된다. 힘이 강하다고 쓰러뜨릴 수는 없다. 발전시켜야 된다. 내부구조도 발전시키고 외부에서 민주적인 견제가 작동하도록 해서 투명성 책임성 전문성을 갖춘 기업집단으로 만들어야 한다.

김기원 방송통신대학교 교수

출처 : 이코노믹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