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취업상담실 ▶ 경영컨설팅지원
경영컨설팅지원

제목매몰비용(Sunk cost)의 함정2005-08-03
작성자관리자
첨부파일1
첨부파일2

우리나라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은 아직도 평당 1억이 훨씬 넘는 명동이다.
IMF 직후 어느 경제신문에 “명동에 쓸모없는 자투리땅 13평이 있다고 하자. 과연 이 땅의 실제 값은 얼마일까?”라는 기사를 본 일이 있다. 답은 그 자투리땅은 활용도가 없어서 미래에 수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어이없게도 ZERO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계산방식은 그 당시에는 우리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고이자 계산 방식이지만 외국인들의 상식으로는 과거에 아무리 돈을 많이 투자하거나 지금의 값이 비싸게 불리더라도 의사결정시 미래 가치나 현금의 흐름이 없다면 값으로 쳐주지 않는다. 이와 같이 과거의 투자에 소요된 돈은 경제학에서 나오는 이른바 ‘매몰비용’이라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말이 있다. 이 속담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 매몰비용(Sunk Cost Effect)이다. 결국 매몰비용이란 과거에 비용이 들어갔지만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파묻힌 비용을 말하기 때문에 소가 이미 없어졌는데 외양간을 고쳐 본들 돈만 들지 아무 소용이 없을 뿐 아니라 소를 잃고 난 후 사용된 외양간 수리비도 매몰비용에 해당된다. 이처럼 이미 써버려 돌이킬 수 없게 된 비용을 '매몰비용(sunk cost)'이라고 한다. '지나간 버스에 손을 흔들어 봐야 소용없다'는 말 그대로다.


이러한 의미에서 IMF를 지내면서 우리들에게 충격을 던져준 것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수많은 기업들이 매몰비용의 개념으로 헐값에 평가되고 외국 기업들에게 상상할 수없는 가격으로 매각되거나 인수 합병된 사실이다. 그중 하나가 삼성자동차가 빌딜로 인해 르노에 매각된 경우다. 그 당시 삼성은 이미 5조를 퍼부은 상태이고 새로운 최신 시설과 막강한 인력면에서 누구나 군침을 삼킬 수 있는 대상이었지만 결국 6천억 정도의 가격에 매각되고 말았고 그 금액도 전액 현금이 아니고 상당부분은 벌어서 갚는 조건이었다. 4조5천억 정도가 돌이킬 수 없는 매몰비용으로 날아간 것이다.


경영학자들은 의사결정을 할 때 매몰비용에 매달리지 말라고 권한다. 매몰비용은 잘못된 결정을 합리화하는 근거가 된다. 또 매몰비용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비용인데도 투자로 오인되기도 한다. 이때 투자자는 계속 돈을 쏟아 부으면 언젠가 투자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잘못된 결정인데도 끝장을 보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선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은 그나마 다행일 수 있다. 매몰비용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수도 이전을 그만두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하들리 아키스는 1985년 심리 테스트를 통해 개인적인 결정에서 매몰비용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50%나 된다고 지적했다. 그 후 심리학계의 연구에선 개인보다 집단이 매몰비용에 더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위원회나 추진단 같은 합의체가 댐, 도로, 신도시 등 대규모 투자사업을 결정할 때 매몰비용에 휘둘리기 쉽다는 것이다.


남녀 관계도 비슷할 때가 있다. 학창 시절부터 사귀다 혼기를 맞은 커플이 그렇다. 서로 '이 사람과 결혼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번쯤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 결국 '그놈의 정 때문에' 결혼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새 연애 상대를 찾을 엄두가 나지 않거나 그럴 여력이 없다는 점이 더 큰 이유일 수 있다. 오랜 교제에 들인 시간과 정성, 즉 매몰비용이 '정'을 합리화한다는 얘기다.


또 매몰비용에 집착하면 자기 합리화와 책임 전가 등 악순환에 빠진다. 특히 명심할 것은 매몰비용 효과가 끈질기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매몰비용이 발생하면 투자라고 생각하며 기대한 효과가 안 나타나더라도 계속해서 긍정적인 면을 찾는다. 그래도 여의치 않으면 책임을 전가할 사람이나 상황을 찾아다니거나 자신의 주장이 결과적으로 옳았음을 입증하려고 노력한다. 한마디로 '파묻힌 비용'(매몰비용)라는 밧줄에 자신을 철저히 옭아매게 만드는 것이 매몰비용 효과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의 회사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도 똑같은 룰이 적용된다.
특히 구조조정이나 명예 퇴직한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일생을 통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한 기업에서 축적해왔던 커리어(career)가 무용지물이 되고 마는 커리어 쇼크(Career Shock)가 사회문제로 이슈화되고 있다. 즉 우리가 평생직장으로 알고, 우리의 일생을 걸고 고생하며 노력해서 이룩해온 커리어 하나 만으로 고용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러나 열심히 살아온 과거에만 집착하거나 대기업의 화려한 과거 환상에 사로잡혀 새로운 길을 머뭇거리거나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다면 ‘매몰비용(埋沒費用)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와 다를 바 없다.

컨설턴트 가재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