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의 시대에서 투자의 시대로.’ 최근 들어 자주 눈에 띄는 문구다.
가계 금융자산을 늘리기 위해선 저축상품보다 투자상품에 운용해야 하는 시대에 들어섰다는 뜻일 것이다.
예금금리가 두 자릿수이던 시절에는 저축에서 얻게 되는 금리 수입만으로도 금융자산을 불려가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낮은 금리 수입만으로 금융자산을 불리기가 쉽지 않다.
위험이 따르더라도 투자상품에 운용하지 않고서는 고수익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저축 시대에서 투자 시대로 바뀌고 있는 모습은 가계금융자산 통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60% 가까이 차지하던 예금 비중이 46% 정도로 낮아진 반면, 투자상품 비중은 30%를 넘어섰다(2006년 6월 말). 경제활동인구 6.5명 중 1명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증권선물거래소 통계), 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계좌 수는 1245만개에 이른다(자산운용협회 통계). 펀드와 보험·연금을 결합한 투자상품인 변액유니버셜, 변액연금보험 등의 판매량도 급속하게 늘고 있다.
선진국의 경험을 보면, 투자 시대로 발전하는 시기에 그 과정을 순조롭게 이행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 사이에는 가계 금융자산의 효율적인 운용 면에서나 실물경제의 활성화 측면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1990년대 미국 경제의 활성화는 가계 금융자산이 투자상품을 통해 증권시장에 유입됐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위험이 따르더라도 유망한 기업이 증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IT산업과 리스크머니(투자자금)가 모이는 증권시장이 상호작용을 해 90년대의 미국 경제를 이끌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반면에 일본 경제는 90년대 이후 십수 년 동안 장기침체를 보였는데, 그 배경에는 필요한 시기에 투자 시대로 순조롭게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가계 금융자산이 원리금이 보장된 저축상품에 유입돼 있었고, 저축자금의 운용을 책임져야 하는 금융기관은 투자위험을 겁내 실적 향상을 예상하더라도 대출금을 떼일 것 같은 기업에는 투자하기를 꺼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투자 시대로의 이행은 금리 수준이 낮아진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올바른 투자 문화가 정착돼 있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현명한 투자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여기서 현명한 투자자란 ‘돈만 벌 수 있다면 어떤 기업의 주식이든 상관하지 않고 사고파는 것을 반복해서 수익을 내겠다’는 투자자를 말하는 게 아니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기업을 응원한다는 생각으로 기업의 주식이 제값을 받고 있지 못한다는 판단이 들 때, 그 주식을 사서 3년 또는 5년까지 기다리겠다는 자세로 장기투자하는 게 현명한 투자자라고 할 수 있다.
■ 기업의 가치관에 투자하라 ■ 지구 환경이나 인간다운 생활을 중시하는 개인들이 자신과 같은 가치관을 추구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기업이 있으면, 투자를 통해 그 기업을 응원하고 반대로 기업경영이 이상한 방향으로 탈선할 때는 이를 견제하기도 한다.
이것이 현명한 투자자 즉, 장기투자자의 역할인 것이다.
현명한 투자자는 이상을 추구하는 투자자라고도 할 수 있다.
현명한 투자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투자자들이 그리는 이상형에 가깝게 기업과 사회를 바꿔 나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나 기업경영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없고, 따라서 운용 능력이 없는 일반인들은 현명한 투자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현명한 자산운용사가 본격적으로 장기운용을 하는 펀드에 가입하면 된다.
이런 펀드에 장기투자를 하면 우리나라 경제사회의 확대와 발전에 기여하면서 결과적으로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것이다.
현명한 투자자가 더욱 더 늘어나는 새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
출처 : 매일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