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정안 확정…내용ㆍ문제
공정위서 담합ㆍ부당내부거래 자료열람권 확보 가능…범위등 혼선 우려
지난 18일 규제개혁위원회에서 확정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기업들의 탈법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권한 확대 등 사후규제 강화를 의미한다. 지난해 마련된 출자총액제한제도 개편안에서 출총제 적용대상이 자산 기준 10조원 이상 기업집단 소속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으로 축소, 사전규제가 완화되면서 법 위반에 대한 사후규제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공정위가 그동안 주장했던 악성 순환출자규제 방안 마련이 무산되면서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금융거래정보요구권도 마련됐다.
정부는 이에 대해 사전규제와 사후규제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뤘다는 입장이지만, 재계는 공정위의 조사권한이 너무 강해질 경우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규개위 확정, 내용 및 의미는=이번 개정안은 공정위의 금융거래정보요구권 대상 확대 및 기간연장으로 요약된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정위는 기업의 부당지원행위에 대해서만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할 수 있었지만 이번 법 개정안이 마련되면서 상호출자금지에 관한 탈법행위에 대해서도 금융거래 요구권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쉽게 말해 A→B→C→A 기업 순으로 환상형 출자 등 악성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 공정위가 사실상의 계좌추적권(개인계좌는 제외)을 확보, 규제를 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행법상으로 공정위의 금융거래정보요구권은 올해 말에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이번 개정안으로 기간도 2010년 3월까지 3년간 연장됐다.
다만 공정위는 정보요구권의 상설화를 주장했으나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다시 판단하는 게 필요하다는 정부 다른 부처 및 재계, 민간위원들의 판단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출총제 위반 행위 및 카르텔(담합)에 대한 금융정보거래요구권도 배제됐다.
카르텔과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공정위의 자료열람권 확보도 사후규제 강화를 뜻한다. 현장조사 시 사업장의 중요 자료ㆍ물건의 보관장소에 대해 공정위가 사실상 봉인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됨에 따라 기업들이 자료를 숨기거나 빼돌릴 위험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 다른 부처 및 재계는 공정위의 권한이 지나치게 세질 수 있다며 자료 봉인에 대한 일정 기간을 정하도록 요구했으나 논란 끝에 기간 제한은 명시되지 않았다.
한편 기업의 조사 거부 시 공정위가 부과하는 이행강제금제도는 기업 부담 우려를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공정위가 그동안 필요성을 역설해 왔던 압수수색권(강제조사권)도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조사권 확대로 기업활동 위축 우려 가능성=출총제 규제가 일부 완화됐고 관계 부처 및 민간위원들의 우려로 이행강제금, 압수수색권은 도입되지 않았지만 이번 개정안 통과에 따른 사후규제 강화로 기업활동 위축은 불가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경우 공정위의 조사 자체만으로 부담을 느끼는데 조사권한 강화는 기업의 출자 및 투자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규정하는 부당내부거래에서 ‘부당’한 게 무엇인지 자체가 불분명해 이 부분을 명확히 해야 탈법행위가 일어나지 않는데 이런 내용은 개선하지 않고 조사만 강화하면 기업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거래정보요구권 등 각종 조사에 대한 정부 권한 확대는 경영진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출총제 개편에서 사실상 무산됐던 상호출자 탈법행위에 대한 규제 강화도 그 범위가 어디까지가 될지 몰라 우려스럽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큰 방침은 정해졌지만 기업부담 등을 우려해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고 현재 법제처 심사를 거쳐 일부 수정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서은정 기자(thankyou@heraldm.com)
출처 : 헤럴드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