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관리 중요성따라 부각…역할 갈수록 확대
외환위기는 국내 경제계에 최고재무관리자(CFOㆍChief Financial Officer)란 ‘생소한’ 용어를 히트시켰다.
재무관리 선진국인 미국에선 이미 CFO가 사실상 증시 상장 기업들의 의무 보유직이었지만 기업 오너가 회사 돈을 떡주무르듯 했던 적지 않은 한국 기업들에겐 CFO는 그야말로 외계인의 용어였던 셈이다.
그다지 먼 얘기도 아니다. 불과 4, 5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에서 손꼽는 굴지의 기업도 CFO라는 직위가 없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헤지펀드의 공격이 증가하고 잇따른 분식회계 사건으로 재무 관리의 중요성도 커지면서 우리 기업들은 하나, 둘 CFO라는 자리를 마련하게 된다.
최근 한국CFO협회가 국내 증시에 상장된 약 17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00여개 기업만이 CFO를 임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기업들 중 상당수는 비교적 고위직 임원을 통해 재무를 맡기거나 직급이 낮은 직원을 공시담당자로 두고 있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그렇다고 이들 400여개 기업이 사전적 의미의 CFO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CFO로 임명은 했지만 사실 엄밀히 따지면 반쪽 CFO가 적지 않다. CFO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재무인협회(AFP)에 따르면 CFO는 재무 분야(Treasurership)와 통제 분야(Controllership)를 총괄해 담당하는 최고임원으로 정의된다. 여기서 재무 분야는 기업금융, 자금조달, 투자, IR를 담당하는 것을 말하는 데 반해 통제 분야는 예산ㆍ사업계획 수립, 경영정보시스템 관리, 내부통제를 담당하는 보다 고차원의 임무다. 내부통제를 하려면 적어도 CEO나 오너와 대등한 지위가 보장돼 이들을 견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져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 기업 대부분은 아직도 CFO가 공시를 책임지거나 재무 업무만 담당하는 임원쯤으로 축소 해석하고 있다. 때문에 CEO와 오너의 부당한 경영활동에 맞설 힘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한계점도 지적되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CFO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신데렐라’ CFO의 탄생도 잇따르는 것은 분명하다. 사장으로 승진해 CEO로 변신하거나 대내외에서 사회적 신망을 두텁게 받는 경우다. 남중수 KT 사장, 최도석 삼성전자 사장, 최상훈 SK인천정유 사장, 권영수 LG필립스LCD 사장, 양세정 KT&G 경영관리본부장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기업 중에서도 기업 지배 구조가 비교적 좋은 회사에 근무한 덕분에 나름대로 CFO로서의 자기 역할을 소신있게 할 수 있었다는 게 이들에 대한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한국CFO협회의 임우돈 사무총장은 “아직도 CFO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독립된 권한도 부여하지 않는 기업들이 대부분이지만 외환위기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만하다”면서 “선진국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CFO의 존재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헤럴드경제<김만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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