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개인 홈페이지(홈피)는 자기 색깔을 보여주는 ‘무대’이자 네티즌과의 커뮤니케이션 통로다. 볼 것 많고 편안한 장소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물론 이는 ‘주인장’의 노력이나 내공에 달려 있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경영’하는 홈피는 어떨까? 몇몇 CEO의 홈피는 사원과 고객들로 북적이지만 대개는 ‘개점 휴업’ 상태다. 비서실이나 홍보담당 직원이 대신 관리하는 ‘이름만 개인 홈피’인 사례도 더러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홈피를 묵혀두기 때문이다.
재계의 총수는 물론 전문경영인까지 ‘홈피 만들기 바람’이 분 것은 2000년대 초반. 5년여가 지난 지금 재계의 홈피 경영은 뚜렷하게 성적표가 나뉜다. 적극적인 행보로 재계의 이슈 메이커가 되는 CEO들은 ‘홈피 경영’에서도 단연 앞서간다.
홈피 주인장 노릇을 톡톡히 하는 CEO를 만나본다. ‘부족한 시간’을 쪼개 홈피를 운영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허태학 ‘지식의 나눔터’
허태학 삼성석유화학 사장은 ‘서비스 전도사’로 유명하다. 홈피와 인연을 맺은 것도 삼성에버랜드 대표로 있을 당시 ‘서비스 아카데미’를 열면서부터다. 벌써 15년 전의 일이다. “커뮤니케이션이야말로 서비스의 처음이자 끝”이라는 평소의 지론을 직접 실천하기 위해 홈피를 개설했다. 언제든지 고객이나 사원과 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입사원의 경우 사장실 한 번 오려면 절차도 복잡하고 어렵지 않겠습니까? e-메일 한 번이면 저와 직접 대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홈피를 열게 됐지요.”
조직 생활에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허 사장은 “실질적으로 상하관계가 있는 이상, 말단 직원이 CEO와 직접 대화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이해한다”고 말했다. 삼성석유화학이 모든 결재서류를 e-메일로 주고 받는 것도 이런 이유와 무관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