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월 25일이면 참여정부 들어선 지 4년이 됩니다. 그 동안 정부가 한 일에 대해 이런저런 평가가 있지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정브리핑은 참여정부 4주년을 앞두고 그동안 우리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논쟁적 이슈에서부터 수혜자가 체감하고 있는 여러 민생정책에 이르기까지 정부 정책을 키워드별로 작성한 ‘정책리포트’를 연재합니다.
9개 분야 70여 개의 정책적 이슈를 정리한 정책리포트는 현 정부의 정책적 기조나 내용뿐만 아니라 역대 정부가 이와 같은 현안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 왔는지 등을 밝혀 정부 정책을 역사적 흐름 속에서 파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정책리포트’는 대통령 발언, 신문 기사, 전문가 의견, 해외사례, 영상자료 등 다양한 관련 자료를 통해 정책의 추진 과정을 알기 쉽고, 현장감 있게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정책리포트는 정부가 힘주어 추진하고 있는 주요 정책의 성과와 향후 과제에 대한 ‘대국민 보고서’입니다. 국정브리핑은 ‘정책리포트’가 미래한국 준비를 위한 양질의 ‘정책 콘텐츠’ 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오늘날 우리는 ‘세계화’로 표현되는 금융자본주의의 국경없는 전쟁과 함께 ‘지식정보화 시대’의 도래라는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고 있다. 이는 지구촌 구석구석까지 영향을 미치는 세계사적 흐름이자 제2의 산업혁명이다.
‘고용없는 성장’ 내지 ‘지속가능한 성장’은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고민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뒤쫓아 오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한국 경제는 새로운 돌파구를 쉽게 마련하지 못하고 있고, 그나마 성장을 해도 일자리는 그만큼 생기지 않는 현실을 두고 한 말이다.
2005년 하반기 이후의 경기 상승 기조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증가율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1%대에서 정체돼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회의 시장으로만 여겨졌던 중국은 이제 우리 경제를 위협하며 새로운 변화와 결단을 재촉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우리의 제조업 기술 중 상당수는 길게 잡아 5년 정도면 중국에 따라잡힐 위기에 직면해 있다.
미국 시장에서의 중국 제품 점유율은 1995년 6.1%에서 2005년 14.6%로 8.5%포인트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은 3.3%에서 2.6%로 0.7%포인트 하락했다는 국민경제자문회의의 보고서가 우리에게 주는 함의가 크다.
현재 반도체와 자동차가 '잘 나간다 '는 하지만 여전히 첨단기술과 부품소재산업에 있어서는 일본에 뒤지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향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06년 4% 후반에서 점차 하락하여 2020~2030년에는 2%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비전2030’ 민간작업단의 보고서는 우리에게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음을 보여준다.
지난 세기의 산업 패턴,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는 더 이상 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 당면한 현실이다. 그나마 이루고 있는 성장도 과거와 내용이 다르다. 소위 ‘고용없는 성장’과 동시에 진행되는 ‘성장잠재력의 위기’다
그럼 이러한 경고에 어떤 준비를 했나. '이것이다'라며 딱히 내놓을 만한 것이 없다. 지금의 경쟁력을 가지고 앞으로도 ‘잘 나갈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물음에 우리는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 경고음 무시할 때 아니다
“중국이 따라오지 못할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새로운 성장의 틀을 만들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가 높은 부품소재 산업을 키우고 지식기반서비스를 육성해 제조업의 생산능력을 높이는 동시에 서비스업 자체의 성장도 촉진하는 선순환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경제학자들의 반복되는 주문에도 우리 경제의 체질변화 속도는 ‘거북이걸음’이다. 결국 자기 혁신에는 외부의 동인도 불가피하다는 사실이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이는 또 역사의 경험이기도 하다.
한미FTA는 바로 이러한 변화 속도를 촉진하기 위한 전략이다. 단순히 수출을 많이 하기 위한 교역확대 차원의 정책이 아니라 산업 패러다임을 혁신할 개방정책이다.
외국인투자를 적극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경영선진화는 물론 기술과 고용 부문의 혁신를 꾀하기 위한 전략이다.
중국이 아직 지역별로 큰 편차를 보이고 있는 서비스산업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경쟁력을 강화해 확실한 차이를 벌여놓겠다는 포석이다. 산업적 선택과 집중을 통한 승부수다. 특히 제조업도 서비스산업과 상호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로 산업을 고도화시켜야 한다.
일각에서는 한미 FTA 추진을 두고 ‘외부충격론’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가까운 예로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금융산업의 변화에서도 경험했듯이 경쟁력은 역시 경쟁에서 길러진다.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 등 우리의 주력 제조업도 1970년대 이후 지속적인 개방과 경쟁을 통해 지금과 같은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세계적인 유통업체인 월마트와 까르푸가 최근 국내 시장에서 버티지 못하고 철수하게 된 것도 1996년 유통시장 전면 개방 이후 국내 업체들이 벌인 치열한 생존경쟁의 결과다.
■ 왜 미국과 FTA인가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한미FTA는 결코 손해 보지 않는 장사다.
미국은 우리가 취약한 부품소재산업에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제조업 경쟁력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금융, 물류, 유통 등 지식서비스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한미FTA는 경쟁을 통해 선진 경영기업 등을 자연스럽게 습득해 생산성을 높이고 산업구조를 선진화해 국가 경쟁력을 업그레이드 시켜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제조업 우위의 산업 체제를 제조업-서비스산업 균형의 체제로 재편해 가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고용의 숨통을 틔게 하려면 산업적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급선무다.
고교 졸업자의 82%가 대학을 가는 고학력 구조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야 하는데 제조업의 고용은 한계에 이르렀다. 반면, 서비스업의 취업유발계수(10억 원 투자시 창출되는 일자리 수)는 24.3명으로 제조업의 14.4명을 크게 웃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EIP)이 CGE자본축적모형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미FTA 체결로 생산성이 1%포인트 증가할 경우 수출증대·외국인투자 증가, 생산성 향상 등으로 양질의 일자리 52만개 수준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한미FTA를 통한 서비스시장 개방은 그동안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렀던 우리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외국인투자를 늘려 소비자의 후생증대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일대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한미FTA가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이다. 구조조정의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한미FTA가 한국 경제에 보약이 되려면 국내적 산업혁신과 제도개선이 전제돼야 한다.
또한 변화에는 승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급격한 산업구조조정으로 불가피하게 피해를 입게 될 기업과 근로자들의 사업전환, 재취업을 지원하기 위한 법(무역조정지원법)이 이미 제정됐고 농업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보완대책도 협상결과를 토대로 마련할 계획이다.
■ 사회적 합의 이끄는 논쟁돼야
한미 FTA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에도 국민적 합의, 이를 위한 의미 있는 논의는 낮은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극단적인 반대론자들은 사실관계에서 벗어난 ‘외눈박이’식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사랑니 뽑는데 100만원”이라는 식의 무책임한 루머가 떠돌며 여론을 왜곡시키고 있다. 알렉산드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는 한 강연에서 이를 두고 "현재의 FTA 반대자들은 유령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왜 우리가 한미FTA를 추진하는가를 다시 돌아봐야 한다. 오늘 몸부림치지 않으면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개인의 삶이 그렇듯 국가의 운명에도 변곡점이 있기 마련이다. 지금 동북아, 나아가 세계 속 한국의 경제는 변곡점의 정점에 서 있다.
세계적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한국의 성장은 ‘바깥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바탕이 됐다”고 평가했다. 문을 걸어 잠그고 성공한 나라는 없다.
출처 : 국정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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