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주류업계 스타급 최고경영자(CEO)의 총구가 일제히 내부로 향하고 있다. 밖의 적(敵)을 향해 총구를 정조준했던 작년의 상황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내수경기가 불투명할 것이란 경제전망이 나오면서 상처뿐인 영토 확장보다는 실속있는 내실경영을 전개하기 위해서다. 제2 도약을 위한 내부 조직력을 재정비할 필요성이 대두된 것도 이 같은 변화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올해는 어떠한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처럼 기초 체력이 튼튼한 조직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주류 CEO가 일제히 ‘허리띠를 졸라매고 능동적인 변화에 적극 동참할 것’을 주문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허리띠를 졸라매라=하진홍 진로 사장은 연초부터 “올해는 진로의 운명이 달린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직원을 강하게 채근하고 있다. 그는 특히 “지금까지 흘린 피와 땀이 결실을 맺는 게 바로 올해인 만큼 모든 역량과 지혜를 한곳에 결집해야 한다”며 올 연말까지 시장점유율을 54%까지 늘리도록 주문했다.
한기선 두산주류BG 사장도 “지난해보다 영업환경이 더 어려울 것”이라며 작은 성과에 만족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한 사장은 또 “올해는 진로 참이슬의 로열 소비층을 공략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시장점유율 20% 이상과 공격적인 조직문화 정착 등을 강조했다.
맥주업체 CEO도 위기감이 팽배하다. 윤종웅 하이트맥주 사장은 “지난해보다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경쟁만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비용절감을 통한 내실경영과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쏟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김준영 오비맥주 사장도 “핑크빛 전망을 토대로 화력한 경영목표를 수립한다면 직원의 부담감과 실패로 인한 좌절감이 클 수밖에 없다”며 “정체된 시장 속에서 점유율을 높이려는 물량공세보다는 실속을 챙기는 내실경영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화의 흐름에 몸을 적셔라=변화에 대한 체감은 올해 주류업계 CEO가 특히 주목하는 대목. 진로의 하 사장은 “창의적 정신과 변화의 자세로 참이슬 신화창조의 주역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두산의 한 사장은 “올해는 적당한 선에서 만족하는 문화가 아니라 최고를 지향하고 최고가 되겠다는 의지를 실천하는 정해년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순한소주의 역풍을 맞았던 국순당의 배중호 사장은 올해 시무식 뒤 가진 직원과의 대화에서 “매출이 몇 년째 감소하고 있는데 문제는 나에게 있는 것 같다. 나부터 변하도록 노력할 것이니 (당신들도) 변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