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성장동력을 높여라::)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의 외환위기가 발생한 지 10년. 거시경제지표가 빠르게 개선되는 등 거센 파고 는 비교적 무난히 극복했다. 경제체질과 마인드도 과거와는 몰라 보게 달라졌다. 이제 과제는 갈수록 쇠퇴하고 있는 성장동력을 어떻게 추스를 것인가로 모아진다. 신(新)성장동력에 필요한 해 답을 구하고, 10~15년 후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지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발목’ 묶인 채 투자엔진 시들 = 지난해 한국경제는 2002년 이후 4년만에 잠재성장률(4.8%)을 웃도는 5.0%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2년(7.0%) 이후 4년만에 4%대 부진 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셈.
하지만 2007년은 다시 4.5%에 그칠 것이란 게 정부 전망이다. 민 간연구기관에서는 LG경제연구원이 4.2%로 내다보는 등 이보다 낮 은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떨어지는 수출단가에도 불구, 물량을 밀어내는 ‘박리다매’식으로 버텨온 수출증가세가 세계 경제 둔 화로 꺾이고, 내수마저 가라앉을 것이란 분석에 기초한 것이다.
성장세가 확대된 듯 싶다가 다시‘롤러코스터’를 타는 형국이 다.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가계나 근로자들의 소득 역시 정체 상태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상장·등록 제조 업체 중 경상이익 적자업체는 30.4%로 전년 동기보다 6.1%포인트 커졌다. 애초 35만명을 목표로 했던 정부의 일자리 창출도 30만 명 안팎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역시 26만명 정도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향후 성장동력을 유추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 추이도 시계(視界) 가 불투명하다. 2002년 5.1%였던 잠재성장률은 2004~2006년에 4.
8%, 2011~2020년에는 4.3%, 2021~2030년에는 2.8%로 떨어질 것이 란 분석이 제기된 상태다.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떨어지고 있는 원인은 여러가지를 꼽 을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2003년 이후 한국 경제를 압박하고 있 는 유가·환율·금리에 따른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저하, 부동 산시장 불안, 북핵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당된다.
근본적으로는 과도한 정부 규제와 정책의 일관성 결여, 살얼음판 을 걷는 노사불안,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증대로 인해 고착화된 기업들의 보수적 경영기조부터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사분규의 경우 지난해 1~11월의 경우 분규건수는 줄었지만 분 규양상이 대규모·장기화됐다. 근로손실 일수는 1184일로 오히려 47.6%나 늘어 기업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규제혁파·투자활성화 및 R&D 서둘러야 = 이같은 고질적 병폐 로 인한 신규 설비투자와 창업의 부진은 ‘동맥경화’를 야기해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저해하고 있다. 중화학공업 위주의 양적 성장의 한계, 서비스산업의 취약한 경쟁력, 중소 제조기업의 빠 른 영세화, 급속한 고령화의 진전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서비 스업 고용비중은 65.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68.6%를 밑 돌고 있다. 중소제조업의 영세화는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 극화를 초래하고, 저임금 고용을 확대시키는 결과를 부른다는 게 산업연구원(KIET)의 설명이다.
빠른 속도의 고령화도 현안이다. 2000년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한 국사회는 2019년과 2026년쯤 각 고령사회,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전망이다. 고령화는 노동인구 감소, 저축률 저하로 이어져 투자 를 줄임으로써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이를 감안할 때 성장동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규제의 과감한 혁 파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수출과 내수의 선순환 유도 ▲기 업투자 활성화 ▲연구개발(R&D)투자의 확대 등을 서둘러야 한다 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차세대 성장동력사업의 강화,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환경 조성 및 과학기술 인프라 확 충도 해당된다. 오상봉 KIET 원장은 “우리 경제가 기업·투자· 인재·혁신·경쟁이란 5대 성장동력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 춰야 한다”고 말했다.
뒤쪽으로 밀리는 전통 제조업 역시 지속적으로 활성화해야 하다 는 의견도 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업구조상 제조업이 줄고, 서비스업이 증가하는 게 선진구조라고 하지만 한국경제는 결국 수출로 지탱하고 있다”면서 “고용창출형 성장을 위해서는 제조 업의 활력을 계속 유지시켜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소득 2만달러에서 3만달러로 가는 데 도사리고 있는 ‘성장 통(痛)’은 비단 한국 경제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미국, 일본, 영국 등의 선진국도 조로화 고비를 겪었다. 새로운 성장모델을 찾지 못하는 데서 오는 성장통은 극복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신산업원천을 발굴하지 못하고 있는데 국민의 복지욕구는 분출하고 있고,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사회의 이념 및 계층간 갈등이 심각한 점 등이 성장을 지체시키 는 중요 원인”이라며 “이것을 뚫고 나가야 성장동력의 돌파구 를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 문화일보<이민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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