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진 인천정보산업진흥원장
일본 기술의 상징이던 소니의 몰락은 기술을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충격이다.
HW 중심의 소니가 콜럼비아 영화사를 사들여 소니픽쳐스 엔터테인먼트사를 설립하고 SW 중심 회사로 전환하려한 데서부터 비극이 시작된 것이다. 수년 내에 디스플레이 기술이 LCD와 PDP로 바뀔 것을 예측하고 경쟁사들이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던 1994년 200억엔 이상을 투자하여 미국에 브라운관 공장을 건설하였으나 결국 2003년에 공장을 폐쇄하고 말았다. 기술의 흐름을 읽지 못한 잘못된 투자 때문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경쟁하던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도 소니를 살리지는 못했다. 최근에는 델 컴퓨터에 적용한 리튬 이온 배터리 폭발사고는 전 세계적으로 1000만대의 리콜 사태를 불러일으켜 소니의 명성에 결정타를 가했다. 휴대폰의 잠재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못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이다. 뒤늦게 노키아와 손을 잡았지만 소니의 기술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데이 회장 이후 미국인 CEO까지 영입하며 여러 회장들이 바뀌면서 애를 썼으나 소니의 몰락은 계속되었다.
한국이 고비마다 차세대 기술개발에 도전해서 기존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성공하고 세계일류 회사로 발돋움한 것과 비교하면 딱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TQC, 6-시그마 등 품질관리를 강조하던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 세계 1, 2위 회사가 전 세계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는 시대에는 품질개선 정도로는 통하지가 않는 것이다. 다른 경쟁사가 생각하지 못하는 제품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창조경영, 상상경영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이다. 창의성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감성을 가미한 새로운 발상을 하고 이를 실행시키는 능력이 요구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지난 대선에 패배한 후 한나라당 당직자는 30~40대를 중심으로 진보의 도도한 물결이 바로 옆에서 굉음과 물보라를 날리며 흘러가는 데 아무도 그것을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고 술회한 바 있다. 1955년 우리나라 매출 상위 100대 기업 중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100위권 안에 남아있는 기업은 7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흐름을 제대로 읽어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반증하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최근의 기술 변화 속도가 여간 빠른 것이 아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광범위한 전환이 이루어지고 생활과 생각의 패턴이 바뀌고 있다. 음악시장의 경우 LP판이 CD로, CD가 MP3로 그 중심이 급속히 바뀌고 있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은 지난 12월에 있었던 한 강연을 통해 "한국은 비용절감으로 혁신을 잘해 왔지만 `아이팟'과 같은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혁신을 만들지 못했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흐름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흐름을 창조하기를 주문 받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유튜브는 UCC라는 새로운 인터넷 흐름으로 창조해내면서 창업 한지 2년도 안돼 구글에 16억5000만달러에 매각하는 등 큰 성공을 이루어냈다.
정해년 새해가 밝았다. 미국과의 FTA하나만 보더라도 협정이 체결되던지, 안 되던지 간에 큰 변화가 필연적으로 수반될 것이다. 대선, 북한 핵보유 파장, 고령화 사회, 환율하락 등 대내외 경제환경 변화를 감지하고 미리 준비하여야 한다. UCC, 와이브로, 유비쿼터스, IPTV, 저가 휴대폰 등 기술 및 시장환경 변화에 대한 대비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변하지 않는 확실한 것은 모든 것이 변한다는 것이다. 변화의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기업체 사장, 노조 지도자, 정당인, 교수, 정부의 정책결정자는 시대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 시대를 이끌고 나가는 지도자는 변화를 창출해 나가야 한다. 비전을 제시하려면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하며, 말하지 않는 고객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새해가 밝아왔다. 정보통신 분야의 큰 흐름을 읽는 것이 CEO들에게 제일 중요한 일이 되었다.
출처 : 디지털타임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