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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산업의 뿌리 제조업] 日 기업들 “장인의 魂 배워라”2007-01-09
작성자상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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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조업은 우리 경제의 중추 역할을 이어나갈 것인가. 대기업이 주도하는 반도체, 전자, 조선, 건설 등 일부 스타 업종만 보면 이런 고민은 기우인 듯하다. 그러나 대다수의 제조업종에서 나타나는 대기업 중소기업 간 양극화 심화, 이공계열 전공 기피에 따른 기술력 및 인적자원의 불안정성 등은 한국 제조업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다. 더욱이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을 위해 서로 머리 맞대고 신기술 개발, 일류제품 생산에 매진해도 모자랄 판에 작금의 경제 주체들은 한 치의 양보 없는 자기 몫 챙기기에 급급, 한국경제의 성숙을 가로막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제조업 고성장, 공공부문과 금융시스템 개혁을 발판으로 10년 장기불황을 이겨내고 '10년 호황'을 기대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도 제조업에 기반한 비약적인 발전으로 이미 경제대국의 위상을 누리고 있다. 우리 제조업을 다시 일떠세워야 한다. 21세기 일본의 국가경영전략으로 채택된 일본 제조업 정신 '모노쓰쿠리(ものつくり·좋은 물건 만들기)', 국내 제조업 정책 및 '온리 원'(1사 1일류기술) 기업을 차례로 살펴보고 '제조업 살리기' 뉴 어젠다를 제언한다. 〈편집자주〉


【교다=이진우기자】전통과 첨단을 아우르는 21세기 일본 제조업 인재 양성의 요람. 모노쓰쿠리 대학은 일본의 심장부 도쿄 북쪽에 위치해 식량 공급지 역할을 해 온 사이타마현 교다시에 자리잡고 있다.

일본 정부와 사이타마현, 도요타 등 대·중소기업 및 노동계가 ‘제조업 부흥’의 뜻을 모아 양질의 기술 인력을 육성, 배출하기 위해 설립한 제조업 전문교육기관이다.

고분 등 유적이 많은 교다시는 일본 전통의상인 기모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본식 버선인 ‘다비’를 만드는 고장으로 유명하다. 교다의 다비는 일본시장에서 50%가량의 점유율을 자랑한다.

이처럼 전통 깊은 지역에 일본 제조업의 혼(魂)인 ‘모노쓰쿠리’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고등교육기관이 들어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할 수 있다. 지리적으로도 도쿄와 가깝고 북부와 남부 중간지점에 위치해 전국 각지의 우수 인재들을 받아들이기도 유리하다.

■전통+첨단, 기술+지혜 ‘통합인재’ 양성

‘잃어버린 10년’의 장기 불황이 최고점에 달하던 1999년 당시 오부치 내각이 도요타의 기술, 인재 경영의 근간인 모노쓰쿠리를 일본 제조업의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는 정책적 판단 아래 모노쓰쿠리 인재양성 기관의 설립을 적극 추진했다. 그 결과물이 모노쓰쿠리 대학이다.

그 해 2월 재단법인 모노쓰쿠리대학설립준비재단이 문부성의 인가를 받고 12월 착공을 거쳐 2001년 4월 개교했다. 설립에 필요한 자금은 중앙정부 100억엔, 사이타마현 30억엔, 교다시 20억엔, 민간기업 4억엔 등 총 154억엔을 기금으로 출연받았다. 교다시는 학교부지도 제공했다.

건학이념은 기술과 지혜에 기반한 테크놀로지스트(제조기술자)를 길러내는 것이다.

이 대학의 제조기능공예학과 학부장인 가미야 마사시 교수는 “미래학자인 피터 드러커 교수가 얘기한 대로 기술에 바탕을 둔 지식정보사회의 패러다임을 추구하기 위한 교육기관”이라고 소개했다.

가미야 교수는 “지식과 육체노동의 두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 이를 통합한 경영전략을 구축하자는 것이 설립 취지”라고 덧붙였다.

■실습장비는 기업들이 기부

4년제 준국립대학의 위상을 가진 모노쓰쿠리 대학은 설립자금을 민·관으로부터 지원받았지만 이후 대학 운영에서는 외부의 금전적 지원에 전혀 의존하지 않았다. 학생들 등록금으로 독자 운영하고 있다.

반면에 수업에 쓰이는 고가의 기계장비들은 대부분 기업들로부터 기부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하순 취재진이 견학한 대학 제조동에는 도요타, 혼다, 마쓰시다 등 유명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무상 제공한 반도체, 금형, 초정밀 자동선반, 사출성형기, 계측기 등 각종 기계장비는 물론 학생 실습용으로 쓰이는 엔진 등 주요 부품들이 곳곳에 비치돼 있었다.

교수진도 외부 지원을 크게 활용하고 있다. 가미야 교수는 “기업체나 기관, 협회의 지원을 받아 각 분야 장인급 전문가를 비상근 강사로 초빙, 실습교육을 통해 일류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학 교육직원 344명 중 비상근 강사는 294명으로 85%를 차지한다.

이같은 지원 체계는 모노쓰쿠리 대학의 학교법인 ‘국제기능공예기구’ 구성원에서도 잘 드러난다. 학교법인 이사진에는 대학 관계자 외에도 히타치 제작소, 마에다건설,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등 경제계, 교다 시장 등이 참여해 있다. 평의원에는 도요타자동차, JR동일본㈜ 등 기업뿐 아니라 일본노총 관계자가 포함돼 있다.

■엄격한 졸업… 20∼30%는 유급

모노쓰쿠리 대학은 제조기술 전문 공과대학답게 1학부 2학과제로 운영된다. 기능공예학부 아래 제조기능공예학과와 건설기능공예학과가 있다.

도시유키 가라사와 대학 총무과장은 “보통 한 학년에 340∼360명가량이 입학하지만 졸업은 70% 수준인 약 250명에 이른다. 졸업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나머지 30%는 이른바 ‘유년(유급)’처리된다”고 밝혔다.

입학 경쟁률은 높지 않지만 졸업은 까다롭게 해 우수 제조기술자를 키워내려는 학교측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2006년도 졸업생 취직률은 94%.

한편 모노쓰쿠리 대학은 2004년에 대학원 과정을 개설, 모노쓰쿠리의 철학, 정책, 방법론 등을 하나의 완성된 학문으로 만들기 위한 연구작업에 돌입했다.

출처 : 파이낸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