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CI 선포 강권석 기업은행장::) “앞으로 5년내에 세계 50대 금융그룹, 자산 200조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직 결산이 끝나지 않았지만 지난해는 자산 100조원을 달성했을 뿐 아니라 건전성 지표도 기업은행 사상 최 고 수준일 것이며, 전체 은행권에서도 가장 좋은 수준을 기록할 것 같습니다.” 강권석(56) 기업은행장은 늘 자신감에 차 있다. 1983년 자산규모 3조원에 불과하던 기업은행을 지난해 자산규모 100조원으로 끌 어올린 ‘1등 공신’이기도 하다.
기업은행측 해석을 빌자면 “우리나라에서 인수·합병(M&A)을 통 하지 않고 자산 100조원을 달성한 은행은 기업은행 뿐”이다. 이 말에는 “국민은행이나 우리은행 등 기업은행보다 덩치 큰 은행 이 있지만, 모두 은행 합병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게 아니냐”는 강한 반론(反論)이 숨어있다.
지난해 기업은행의 자산은 영국의 은행전문지 ‘더 뱅커(The Ban ker)’ 기준으로 세계 124위, 미국 19위 수준이다. ‘글로벌 강 자’라고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규모의 경제’는 달성했다는 얘 기다. 그러나 진짜 경쟁은 지금부터다. 세계 은행사를 살펴보면 현재의 기업은행 정도의 규모에서 확장을 하다 실패한 경우가 비 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강 행장은 임기만료 2개월을 앞둔 4일 새 CI(기업통합 이미지)를 선보였다. 원래 CI 교체는 도약을 염두에 두고 하는 것이다. 이 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은 뒤 현재의 로고로 그룹 CI를 바꾼 것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임기만료 2개월을 앞둔 은행장이 하기는 쉽지않은 일이란 얘기다. 강 행장도 그 점을 의식하고 있다. 그는 5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실제로 은행장을 해보니까 처음 1년은 업무파악 때문에 CI를 바꾸기 힘 들더라”며 “그래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CI를 변경하기 로 했다”고 말했다.
4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기자가 “은행장을 한 회만 하는 건 너무 짧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유도성 질문을 던지자 잠시 머뭇거 리더니 그는 “시간이 좀 나면 뭘 하고 싶으냐”는 질문이 나오 자 “아, 은행장 그만두면요?”라고 반문하더니 “은행장 그만두 면 집사람과 지방의 경치좋은 곳을 찾아가 그림을 그리고 싶다” 고 말했다. 기업은행장직 연임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간접 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요즘 유능한 최고경영자(CEO)가 많기로 소문난 은행권 CEO 중에 서도 강 행장의 위치는 확고하다. 영업력, 수익성, 건전성이라는 ‘3마리 토끼’를 다 좇으면서도 은행 안팎에서 ‘잡음’이 전 혀 나지 않는 것이 ‘강권석식 경영’의 가장 큰 특징이다.
오는 3월 임기가 끝나는 강 행장이 본인의 희망처럼 그림 그리기 를 위해 전국 유람을 다닐 수 있을지, 아니면 자신이 올 신년사 에서 말했던 것처럼 ‘붕정만리(鵬程萬里·붕새가 단숨에 만 리 를 날아간다는 뜻으로 원대한 사업이나 계획을 가리킴)’의 길을 찾아 또 다른 여행을 떠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출처 : 문화일보<조해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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