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기업의 가치를 고려할 때 그 기업의 윤리의식이 중요한 잣대가 되어야 합니다.”
한국증권연구원의 노희진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SRI(사회책임투자) 펀드의 선구자다. 그는 증권시장의 발전방향과 이에 따른 윤리의식의 필요성 등에 관한 연구를 꾸준히 해왔으며 지난 5월에는 9명의 동료들과 ‘사회책임투자 개념 및 국제 동향’ 연구 논문집을 발간했다.
“우리나라가 성장만을 강조하면서 간과해왔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제는 환경,사회에 대한 의식,노사관계와 지배구조 등 기업의 윤리를 살펴볼 때입니다. 장기적으로 키워줄 가치가 있는 기업을 키우자는 것입니다.”
노 위원은 물론 수익성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투자자들은 무엇보다 수익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없는 투자 대상은 존재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핵심은 장기적 관점이다. 이론적으로도 깨끗한 공기와 물,안전,인권 등 공동체의 선(善)을 해칠 위험이 적은 기업들이 길게 보면 안정된 수익을 낼 확률이 높을 것이다.
노 위원은 그래서 환경,사회,지배구조에 책임의식을 가진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즉 사회적 위험이 높은 기업에 비해 장기적으로 성공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소니는 2001년말 플레이스테이션2에서 카드뮴이 과다검출되면서 네덜란드에서 수입이 금지돼 2000억원의 손실을 입었습니다. 나이키는 1998년 파키스탄과 캄보디아에서 아동노동 스캔들이 불거지며 영업이익과 주가가 급락했어요. 엔론과 월드콤은 투명하지 못한 경영으로 결국 파산하고 말았지 않습니까.”
노 위원은 SRI 펀드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일단 기업의 사회책임의식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기준과 이를 투자자들이 정확히 알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증권거래소가 모든 상장기업에 대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정보를 공개하도록 요구하고,공시체계의 틀에 이를 반영할 기준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당국이 CSR 보고서를 받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사회책임 의식이 강한 기업들에 금융지원 등의 혜택을 주는 것이다. 노 위원은 “사회책임투자문화 정착은 장기적으로 국가와 기업,투자자 모두에게 윈윈 전략이 될 것”이라며 “다만 이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은 장기적인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해서는 안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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