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연중 특별기획>‘중소기업이 강해야 IT가 산다’
몇해전 TV토론 프로그램에서 출연한 한 중소기업 사장은 “한국에서 중소기업을 하는 것은 ‘천형’(天刑)에 가깝다”고 울분을 토로한 적이 있다.
자신이 전생에 무슨 중죄(?)를 지었기 때문에 중소기업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극단적인 비유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때나 지금이나 중소기업의 사업 환경이 더 나아진 것이 없다.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여전히 겉돌고 있고, 금융권 여신 크레딧의 제약이나 대기업들의 불공정한 결제관행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요즘 같은 경기침체기에 있어서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더욱 배가된다.
특성상 중소기업의 구성비가 많은 국내 정보기술(IT)업계가 느끼는 체감경기는 이미 최악의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정부는 IT산업을 국가의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설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정부차원의 정책적 지원외에 시장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상생’(相生) 체인이 더욱 활성화되지 않고서는 이는 한낱 허망에 구호에 그칠뿐이다.
물론 다행스럽게도 삼성전자, SK텔레콤, KT, 하나로텔레콤 등 내로라하는 국내 주요 IT업체들은 이미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기업과의 상생 경영을 단순히 ‘원조’차원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 엔진’모델로 인식하고 있고, 그 효과도 예상밖이다.
국내 IT 중소기업들의 기술력은 상상이상이다. 포장을 잘하고, 대기업의 협력관계만 고도화시킬 수 있다면 국내 중소기업들도 기대이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음이 속속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도 대다수의 대기업군에서는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너무 형식적인 구호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높은 상황이다.
따라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상생경영 성공사례를 집중발굴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아젠다'를 빠르게 설정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 IT산업에서는 이같은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국내 IT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과제로 '중소기업이 살아야 IT가 산다'를 주제로 정해, 연중 기획시리즈를 게재할 계획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과 성공사례를 집중 발굴함으로써 침체에 빠진 IT산업의 경쟁력을 되살리리는 한편 기업의 새로운 '사회적 책임'을 재설정하는 계기를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
IT산업, 아직도 불안하기만 한 성장판
본지가 지난 5월 창간특집 기획으로 국내 IT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했었다.‘우리나라가 IT강국인가?’라는 설문이었다.
당시 전체 121명의 응답자중 ‘어느 정도 공감한다’에는 70명이 답했지만 ‘크게 공감하지 않는다’는 답변도 예상보다 많은 41명에 달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 휴대폰및 통신업계의 응답자들은 상대적으로 ‘우리나라가 IT강국’이라는데 비교적 후한 점수를 주었는데 중견 휴대폰 메이커들이 몰락한 지금 다시 설문한다면 긍정적인 응답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만큼 국내 IT업계 내부에서는 IT산업이 국가의 차세대 성장동력이라는 구호에 스스로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IT부문에서 중국의 급속한 성장과 세계의 IT아웃소싱 기지로 탈바꿈하는 인도, 그리고 다시 80년대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조차 한국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중소기업의 전통적인 장점은 특유의 민첩성과 독창적 아이디어를 상품화하는 데 있어 대기업보다 움직임이 빠르다는 데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글로벌 마케팅 능력의 부족과 재무구조의 취약으로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어 꽃을 피우기도 전에 '흑자 도산'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장점을 결합한 상생모델이 답이라는 결론에 너무 쉽게 도달한다. 이제는 실천만이 미덕이다.
‘다윗+골리앗’, 무적불패의 신화를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서로에게 생체기를 내는 경쟁상대가 아니다. 다윗과 골리앗이 협력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는 사고의 전환이 어느때보다 필요해졌다.
최근 산업자원부가 내년부터 집중 추진하겠다고 밝힌 ‘중견기업 발전방안’은 이런 점에서 매우 의미있게 다가온다.
산자부는 종업원 300명, 매출액 400억원 이상 중견기업의 비중(5인이상 제조업 기준)이 현재의 0.5%(약 700개)에서 2015년까지 약 2배로 늘어나도록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우리나라의 기업구조도 ‘선진국형’으로 변모해야만 된다고 역설하고 있다. 즉 '중견기업'이 산업의 허리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자부는 우리나라의 중견기업 비중이 외환위기 이후 일본(1.4%), 영국(1.5%) 등 선진국에 비해 급격하게 낮아짐에 따라, 산업구조의 양극화와 중소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산자부는 '중견·중소기업간 M&A 촉진' 등 5대 정책과제를 내놓았는데 이중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동반성장형 상생협력 강화이다.
공동기술 개발, 직업훈련 컨소시엄, 수급기업 투자펀드 등 대기업의 중소업체 역량개발을 통한 중견기업화 촉진하자는 것이다. 또한 IT 인프라를 활용한 모기업과 납품업체간 협력체제 개선도 역점 사업으로 꼽았다.
출처 : 디지털데일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