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패러독스 경영/브람 그뢴·찰스 헴텐-터너 지음,정성 묵 옮김/세계사::) 패러독스(Paradox), 즉 역설(逆說)은 논리적 모순을 일으키는 논 증을 말한다. 예를 들어, 고도의 정확성을 요구하는 우주 탐사선 의 경로에 허용 오차를 두자는 논리는 패러독스다. 기업 경영에 서 목표를 계속 수정할 것이면서도 정밀하게 계획해야 한다는 주 장도 패러독스다. 조직 내부 구성원 간에 경쟁하면서 서로 협력 하자는 다짐도 지독한 논리적 모순이다.
이 책은 세상의 모든 조직 경영은 패러독스를 잘 조화시킬 때 큰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주제를 담고 있다. 어울리지 않는 상반 된 가치를 적절히 섞으면 기대 이상의 경영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펼치기 위해 저자들은 시 선을 지구에서 아득히 먼 우주로 돌렸다. 지구에서 직선거리로 1 5억km 떨어져 있는 토성을 탐사하는 카시니-호이겐스 프로젝트가 다른 수많은 우주 개발 계획보다 훨씬 더 많은 성취를 한 까닭은 무엇일까. 19개 국가에서 모인 250여명의 과학자와 5000여명에 달하는 공학자, 여타 전문가들이 자국의 이해 관계와 문화 장벽 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힘은 어떤 것일까.
저자들은 이것을 패러독스의 시너지 효과라고 정의한다. 도중에 목표가 바뀔지라도 꼼꼼하게 계획하고, 조직원들끼리 상대를 아 끼는 마음에서 반대 의견을 내놓으며, 실수가 나오면 당사자를 추궁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함께 애쓰는 것.
저자 브람 그뢴은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로서 하버드대 공개강좌 에서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을 강의하고 있다. 찰스 헴덴-터너 역 시 저명한 경영컨설턴트다. 이들은 토성 탐사 프로젝트를 패러독 스 경영 기법 측면에서 구체적 사례를 통해 세밀하게 분석한다.
17세기 유럽 과학자들의 이름을 딴 카시니-호이겐스 탐사선은 19 97년 발사된 후 장기간의 우주 여행을 거쳐 2004년 토성에 무사 히 도착했다. 이듬해엔 호이겐스 소형 착륙선이 카시니호로부터 분리돼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에 착륙, 관련 정보를 지구로 보내 오고 있다. 카시니호의 신형 카메라는 인류가 그토록 신비롭게 여겨왔던 토성의 고리들이 어떤 구조를 갖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선명한 이미지를 포착했다. 호이겐스 선은 생명체가 있는 지구와 비슷한 대기 환경을 가진 타이탄의 비밀을 하나 둘씩 벗 겨가고 있는데, 전 세계 과학자들이 숨을 죽이며 그 결과를 지켜 보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 우주항공국(NASA) 과 유럽우주기구(ESA)를 주축으로 한 국제 연합팀이 여러 난관을 뚫고 순항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당초 이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제안한 사람은 미국의 토비어스 오 언과 프랑스의 다니엘 고티에, 중국계 독일 과학자 윙 입이었다.
이들은 행성과학자로서의 오랜 친분을 바탕으로 국제 연합팀을 추진하지만, 우주 과학의 성과를 유럽과 나누고 싶어하지 않는 미국 측의 반대를 만난다. NASA 국장조차도 장기간에 막대한 예 산이 들어가는 프로젝트에 자신의 명운을 걸고 싶어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이 프로젝트에 동조한 전 세계 과학계와 공학계의 권위자들 은 엘 고어 당시 미국 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과 의회에 적극적 으로 탄원을 했고, 내부 조직의 효율성을 최대한 끌어올려 예산 을 절감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책은 초기 단계에서부터 이런 장애물을 만났던 이 프로젝트가 9년이란 긴 시간 동안 각국 전문가들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 었던 것은 역시 패러독스 리더십 덕분임을 보여준다. 인간 조직 에 분명하게 존재하는 모순을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다양성을 존중했기 때문에 오히려 시너지 효과가 나왔다는 것이 다. 실제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70여명의 전문가를 일일이 만난 것 은 이 책의 메시지를 보다 생생하게 만들었다.
책의 최대 장점은 지극히 이기적인 동물인 인간이 다른 사람들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비슷한 보조로 나가더라도 아름다운 성취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한다는 점이다.
출처 : 문화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