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얼마 전 산업용 기계를 제작하는 기업에서 컨설팅을 의뢰받았다.
회사 대표는 "우리는 뛰어난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경쟁 기업보다 우위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익은 점점 주니 그 이유를 모르겠다"며 도대체 회사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찾아내 처방전을 달라는 것이었다.
우리 팀은 먼저 전반적인 경영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포지셔닝 분석, 내부역량 평가 등 경영진단을 실시했는데 별다른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대표 말대로 세계 유수 기업과도 경쟁할 만한 품질력과 고객 요구를 즉시 수용할 수 있는 제품개발 능력, 그리고 빠른 애프터서비스(AS) 등 거의 완벽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한 단계 더 자세한 분석을 위해 중국 현지 공장을 방문하고 두 개의 주요 사업부를 정밀하게 진단한 결과 개선되어야 할 부분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컨설팅을 의뢰한 회사는 70년대에 설립돼 일본 등 선진업체에서 개발하여 시장에 내놓은 제품을 저렴하게 생산ㆍ판매하는 '기술 따라잡기식' 경영으로 성장했다.
또 90년대 초에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매출 비중이 80%를 넘는 등 국제화에도 성공했다.
외환위기 때는 달러가치 상승으로 예상치 않은 큰 이익도 얻었다.
이런 좋은 사업환경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얻기 위해 조직 또한 크게 늘려 현재의 2개 사업본부 체제를 갖췄다.
하지만 2001년부터 매년 50~60원씩 원화가치가 상승하자 조직 비대화로 인한 비용 증가와 함께 환율 상승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이중고에 시달렸고 이는 수익성 저하로 연결됐던 것이다.
우리 팀은 대표에게 주류 등 내수산업에서 중공업으로 탈바꿈한 두산그룹 사례를 예로 들면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다음 두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는 핵심업무 중심으로 조직과 인력을 집중 관리함으로써 경쟁력과 지속성장 동인(Drivers)을 확보할 수 있도록 현재 수행하고 있는 직무를 가치분석하고 비부가가치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한편 1개의 사업본부로 통합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이었다.
또 하나는 원가산정 방식을 재설계하여 제품ㆍ고객별 수익성 분석이 가능토록 해 마케팅 및 의사결정을 돕도록 하는 것이었다.
회사는 위 두 가지 제안을 매력적으로 받아들였으며 실행에 옮길 경우 연간 13억원 정도의 추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비만을 현대사회의 큰 질병으로 꼽고 있고 '얼짱'과 '몸짱' 등 새로운 용어가 생겨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수익경영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요소가 있다면 과감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현재 위치에서 늘 해오던 방식대로 묵묵히 경영하기에는 많은 위험이 따른다.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하기 위해서는 현재 상황에 대한 냉정한 자기 평가와 함께 향후 전략적 방향성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