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취업상담실 ▶ 경영컨설팅지원
경영컨설팅지원

제목고용의 과잉자질화와 청년실업2006-12-14
작성자상담실
첨부파일1
첨부파일2
청년실업이 매우 심각하다. 2006년 10월 기준 한국의 전체 실업률은 3.3%이지만,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8.0%에 달한다. 전체 실업자 수는 78만9000명인데, 청년실업자 수가 그 46%인 36만4000명이다. 청년실업자 중 56%는 고졸 이하이고, 44%는 전문대학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다.

청년실업은 고졸 이하 집단에서 더욱 심각하다. 그들은 임시직이나 일용직 일자리는 구하지만, 제대로 된 직업훈련을 받지 못해, 이내 실업으로 전환된다. 즉, 그들은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고 있다.


고졸 이하 청년층의 실업과 빈곤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에서는 그들의 이력서를 받아주지 않으므로, 고졸자들은 판매직ㆍ서비스직ㆍ생산기능직에 주로 종사한다. 고졸 이하 학력을 가진 청년들은 전문대학 이상 학력의 청년들과 비교할 때, 노동시간이 길고, 고용안정성이 떨어지며,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고, 상대적으로 높은 이직률을 기록하는, 저임금 직종에 주로 취업하고 있다.

학벌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고졸 이하 학력 소지자들은 노동시장의 최하층 지위를 점유한다. 한국의 고졸 이하 학력을 가진 사람들은 그러한 일자리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탈출한다. 그 일자리는 현재 외국인 노동자의 차지가 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고졸 이하 청년층의 실업문제는 이미 매우 심각한 수준에 있다.

그렇다고 대졸자의 일자리 사정이 좋은 것도 아니다. 너도 나도 대학에 진학하다보니, 한국 노동시장에서 대졸자가 차지하던 상대적 우위가 사라진 지 오래다.

2005년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82%로 핀란드의 88%에 이어 세계 2위였다. 한국인의 교육비 지출은 국내총생산의 7%에 달한다. 정부는 한국인의 교육열에 대응하기 위하여 대학 설립을 무분별할 정도로 많이 인가하였다.

4년제 대학과 그에 준하는 각급 학교 수는 1980년 108개에서 2005년에는 224개로 늘었으며, 전문대학 수는 같은 기간 128개에서 161개로 증가하였다.

그러면서 한국인의 전반적 학력 인플레이션(education inflation), 즉 ‘고학력화 현상’이 발생하였다.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며 막대한 고용을 창출하던 시절, 한국의 풍부하고 우수한 인적자본은 사회발전의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고용 흡수력이 급격히 줄어든 후, 수많은 대학 졸업자들은 취업 문제에 직면하였다.

그들은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여러 해 동안 ‘괜찮은 직업’을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취업 재수생은 흔하디 흔하고, 삼수ㆍ사수를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들 중에는 인문계 출신이 이공계 출신보다 많고, 지방 대학 출신이 수도권 대학 출신보다 많다.


대졸자의 하향취업으로 인한 ‘고용의 과잉자질화’

한편 취업자 10명 중 3명 정도가 자신의 교육수준보다 더 낮은 학력으로도 들어갈 수 있는 직장에 근무하고 있다. 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9급 공무원 시험의 합격자는 거의 대부분 대졸자들이다. 일부 대졸자들은 자신의 눈높이를 낮춰 환경미화원 등 서비스직이나, 기계조립공 등 생산기능직에 취업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눈높이를 낮추는 것은 흔히 몇 년간에 걸친 취업 재수를 거쳐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여, 고졸자와 대졸자의 임금격차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직무의 필요성보다 높은 학력을 가진 사람이 취업하는 현상, 즉 ‘고용에서의 과잉자질화’(overqualification in employment)는 종업원의 직무만족도와 성취도를 저하시키고, 이직성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또한 ‘과잉 학력 소지자’를 고용한 기업이나 사회조직은 결국 생산성이 저하된다. 말하자면, ‘과잉자질화’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막무가내식 교육 투자는 국민의 행복을 해치고, 사회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암적 요소이다.

고학력화 현상은 사람들의 교양과 지식을 풍부하게 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결코 ‘과잉’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일자리를 기준으로 보면, 교육수준에 걸맞은 적절한 직무가 제공되지 못할 경우 ‘과잉자질화’가 문제로 등장한다.

대졸자들의 하향취업 추세가 두드러지면서, 대졸자의 직무만족도는 떨어졌고, 고졸자들은 실업자로 내몰렸다. 그것은 오랫동안 관행으로 자리 잡았던 학벌 숭배가 낳은 사회적 재앙이라 할 수 있다.


동년배의 82%가 대학 가는 사회에서 탈피하기

기러기 가족으로 일컬어지는 이산가족 출현, 교육특구로 일컬어지는 서울 강남지역에서의 부동산 가격 폭등 등 사회문제의 배후에는 한국인의 유별난 교육열이 있다.

한국인들은 자녀교육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다. 교육을 지위획득(status attainment)의 수단이자 동시에, 사회적 성취의 상징으로 파악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국인의 대부분이 대학에 진학하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노동시장 변화를 도외시한 ‘막무가내식 교육 투자’는 결국 ‘과잉자질화’와 ‘청년실업’이라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낳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는 한국의 경제발전 수준에 걸맞도록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과 내용을 다양하게 정비하여야 한다.

정부도 고학력화된 인력 구조에 조응하는 일자리 창출 대책을 마련하여 실천에 옮겨야 한다. 아울러, 외국처럼 중ㆍ고교 과정에서 학생의 적성과 학업성적을 고려하여 진로를 결정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도 개혁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고졸자의 일자리가 하향취업한 대졸자에 의하여 잠식당하는 것을 봉쇄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고등학교 졸업 후 별다른 생각 없이 대학에 진학하여 졸업한 다음, 몇 년간 취업 준비생으로 소일하다가, 마침내 눈높이를 낮추어 고졸자들의 직종에 하향취업하고, 평생을 불만에 사로잡혀 사는 사람들이 취업자의 약 30%에 달하는 부조리한 현실을 개혁할 수 있을 것이다.

청년실업 해소 대책은 ‘고용 창출을 위한 기업 투자 활성화’, ‘사회적 일자리 창출’, ‘기업 맞춤형 교육 및 직업훈련’, ‘직업 알선 체계의 정비’ 등 여러 가지 구체적 방안을 모색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사람들이 자기 직업에 대한 소명(召命, calling) 의식을 갖추는 데서 출발하여야 한다. 직업의 귀천을 따지기보다는, 각자가 자신의 직업에 대한 긍지를 갖고 생활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여야 한다.


◎ 설동훈 교수
1964년생. 서울대 사회학 박사. 전북대 교수. '국제자본이동과 국제노동력이동으로 표출되는 전지구화'와 '탈공업화와 정보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현대인의 삶의 질'에 연구의 초점을 두고 있다.

※ 외부 칼럼은 국정브리핑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출처 :국정브리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