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끝없는 신화창조
탄력받은 M&A엔진…쉼표없는 성장 항해
6년만에 자산12배ㆍ경상익95배…재계 24위 우뚝
조선ㆍ해운 등 명장 포진 “초일류 항진 이상無”
‘매출액 28배, 자산 12배, 경상이익 95배, 임직원 수 12배….’이렇게 성장한 회사가 있다. 불과 6년 만에 거둔 성과다.
STX(System Technology eXcellency)그룹. 지난 2000년과 비교해 올해 완전 다른 회사가 됐다. 재계 24위(올 4월 자산 기준, 공기업 제외)까지 올랐다. 동양 효성 코오롱 쌍용 한솔 등 귀에 익숙한 그룹들이 뒤를 잇는다.
급성장한 배경이 드라마틱하다. 인수ㆍ합병(M&A)이 기반이 됐기 때문이다. 운도 따랐다. 조선업황이 살아날 때 대동조선(현 STX조선)을 잡았고, 범양상선(현 STX팬오션)을 인수한 2004년은 때마침 해운업황이 사상 최대의 호황을 구가하던 시기였다. 강덕수 STX 회장 스스로 “때가 잘 맞았다”고 회고했다.
요즘엔 STX의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다. 올 하반기 STX그룹 공채엔 400명 모집에 무려 2만5000여명이 몰렸다. 설마설마하던 경쟁기업들은 STX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급성장한 기업들이 앞만 보고 달리는 것과 달리 STX는 뒤를 돌아보고 있기 때문이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성격이 짙다. STX의 눈은 매물로 나와 있는 대한통운 대우조선해양 등에 꽂혀 있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중이다.
▶M&A에도 원칙이 있다=STX의 세 축은 해운ㆍ물류(STX팬오션), 조선ㆍ기계(STX조선ㆍ엔파코ㆍ중공업ㆍ엔진), 에너지ㆍ건설(STX에너지ㆍ건설)이다. 그룹 내 매출 비중은 각각 45%, 40%, 15%가량. 올해 그룹 경영지표 예상치는 매출 8조1000억원, 자산 5조6500억원, 경상이익 4000억원이다. 임직원은 1만1000여명. 앞서 봤듯 2000년에 비해 수십배씩 성장한 수치다.
덩치를 기하급수적으로 키운 배경에는 M&A가 있다. STX의 시작은 미약했다. 강 회장이 2001년 2월 상여금으로 받은 쌍용중공업(현 STX) 자사주 1000주가 시발점이 됐다. 재무담당 전무였던 그는 회사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사재 20억원까지 털어 넣어 14.4%를 가진 대주주가 됐다. 그리고 외국계 주인이던 한누리컨소시엄이 빠져 나가자, 최대주주로 떠올랐다.
이후부터 STX의 M&A 행진이 펼쳐졌다. 2001년 대동조선(현 STX조선, 인수금액 1000억원)을 필두로, 2002년 산단에너지(현 STX에너지, 500억원), 2004년 범양상선(현 STX팬오션, 4300억원)을 인수했다. 범양상선 인수는 STX가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STX그룹 매출은 1조6000억원, 범양상선 매출은 2조원이었다. 새우가 고래를 먹은 셈이다. 이 일 이후 재계는 ‘강덕수’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강 회장은 M&A와 회사 신설을 병행했다. 2001년에는 STX엔파코, 2004년 STX중공업 및 ㈜STX, 2005년 STX건설을 신규 설립했다. STX엔진은 2004년 ㈜STX에서 인적분할된 회사다. 이에 따라 계열사는 인수 3개사, 신설 5개사 등 총 8개사다.
한때 STX의 공격적 M&A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원칙을 지키는 M&A였다. 시너지 효과가 있어야 했고, 매물로 나온 기업만 관심을 가졌다. 강 회장은 “멀쩡하게 잘 굴러가는 기업과 모르는 기업은 절대 손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M&A를 했으면 가치를 올려야지, 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더 무서운 건 강 회장의 신중함이다. STX는 2004년 이후 M&A를 멈췄다. 강 회장은 “뒤를 돌아볼 때”라며 “비약적 성장에 결코 자만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용장(勇將) 밑에 약졸(弱卒) 없다=‘용장 밑에 약졸 없다’는 말이 있다. STX에도 딱 들어 맞는다. 조선ㆍ해운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그룹 3대 축의 하나인 조선ㆍ기계 부문에는 맏형 격인 두 명의 부회장이 있다. 장원갑(61) 총괄 부회장과 김대두(59) 국내담당 부회장이다. 장 부회장은 강 회장이 가장 신뢰하는 인물로, 조선업계 경력만 35년이다. 강 회장과 수시로 독대를 한다. 김 부회장은 STX중공업을 거쳐 올 8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두 사람 모두 현대중공업 출신인 점이 눈에 띈다.
그룹의 양대 브레인으로는 이종철(53) STX팬오션 대표와 홍경진(54) ㈜STX 대표가 있다. 두 사람은 팬오션 입사(79년) 동기다.이 대표는 해운ㆍ물류 부문 선봉장으로, 팬오션의 싱가포르 상장을 주도했다. 홍 대표는 치밀하고, 경영분석 능력이 탁월해 그룹 지주사 격인 ㈜STX를 이끌 적임자로 평가된다.
또 정광석(53) STX조선 대표는 한진중공업 출신으로, 회사를 세계 6위의 조선소로 도약시킨 주역이다. 산업은행 출신인 이상옥(58) STX에너지 대표는 재무통으로, 강 회장의 관심 분야인 에너지 사업을 올해부터 이끌고 있다. 김강수(55) STX중공업 대표는 조선업계 전문경영인으로, 올해 대우조선해양에서 영입됐다.
이 밖에 강 회장과 쌍용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CEO들로는 이명기(59) STX건설 대표, 이강식(55) STX엔진 대표, 김만식(55) STX엔파코 대표 등이 있다. 이명기 대표는 강 회장과 80년부터 인연을 맺어 가장 오랫동안 보좌한 인물이다.
그룹 관계자는 “강 회장과 동고동락했던 쌍용 출신 CEO들과 외부에서 영입한 CEO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헤럴드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