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 제조업체 327개사를 대상으로 경영 승계계획을 조사한 결과 5개사 중 2곳이 '경영을 포기하고 문을 닫겠다'거나 '승계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2004년 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의 99.4%에 달하고 고용의 75.7%, 생산액의 48.6%, 부가가치의 49.4%를 담당하면서, 경제의 모세혈관이자 뿌리 역할을 해온 중소제조업체들의 기업가 정신과 의욕이 얼마나 쇠퇴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지표다.
폐업을 생각하는 중소업체들이 꼽은 이유를 보면 어쩔 수 없이 고개가 끄덕여진다. '업종 전망 불투명(48.7%)' '각종 규제 등 경영외적 부담(18.4%)' '고령화에 따른 기능전수 한계(9.2%)'뿐 아니라 생산직 인력난,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 임금ㆍ공장부지 등의 고비용 구조, 과당경쟁, 상속ㆍ증여세 부담 등 중소기업으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난제들만 쌓여간다.
그 동안 수출 중소기업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았지만 올들어 환율이 10% 가까이 급락, 수출할수록 손해 보는 구조가 고착화한 것도 큰 요인이다.
중소기업이 자금난ㆍ인력난ㆍ판로난 등으로 빈사상태에 빠졌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급기야 '당대에 사업을 접겠다'는 자포자기 심리가 확산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조사결과만으로 추산했을 때 10년 내 경영승계가 이뤄지지 않아 발생할 실업자수가 35만명을 넘고, 경영노하우의 사장에 따른 국민경제의 손실은 측정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중소기업에도 나름의 생태계가 있는 만큼, 경쟁력 없는 기업은 퇴출되고 새로운 수익모델을 가진 업체가 진입하는 신진대사가 활발히 이뤄진다면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면 돈 갖고 제조업 하겠다는 사람은 오히려 바보 취급받는 형국이다.
정부는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등의 공허한 슬로건에 매달리지 말고 자금ㆍ기술 지원과 세제혜택 등 중소기업 프로그램을 내실있게 운영해 실력과 의욕 있는 중소기업의 좌절감을 덜어줘야 한다.
출처 : 한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