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원 2박3일 독서휴가’
글로벌리서치는 업계에서 ‘무서운 아이들’로 통하는 신생 여론조사업체다. 지난 2004년 9월 설립돼 2005년 20억원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그보다 늘어난 35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서울에만 150여개나 되는 여론조사업체들 가운데 20위권으로 단숨에 진입했다. 직원 30여명의 소규모 업체임에도 LG그룹 전 계열사의 고객만족도(CSI) 조사를 맡아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용근 글로벌리서치 사장(44)은 한국갤럽에서 12년 동안 일한 여론조사 전문가다. 한국갤럽 선거조사팀장으로 있던 92년 대통령선거 득표율을 정확하게 예측해 ‘스타’가 되기도 했다. 2000년 100만부를 찍는 월간 <좋은생각> 본부장으로 옮겨 5년 동안 ‘경영수업’을 받았다. 이제는 주목받는 여론조사업체의 CEO가 됐지만 대학 때까지만 해도 지 사장은 지독한 ‘말더듬이’였다. 언어장애가 워낙 심해 대학입학 면접 때 학력고사 몇 점 맞았냐는 질문에도 답변을 못할 정도였다. 당시 대부분의 대학이 모집요강에 언어장애 입학을 제한하고 있었다. 연세대 사회학과만 유일하게 그런 규정이 없었다. 지 사장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셈이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매일 나이트클럽 다니고, 술 마시며 방탕하게 지냈어요. 언어장애 때문에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죠. 어떤 회사가 나를 써주겠나 싶었어요. 그러다 3학년 때 <성경>을 읽고 인생이 달라지게 됐죠.”
지 사장은 지금도 <성경>을 가장 중요한 책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것은 창세기에 나오는 대목이었다. ‘큰 민족을 이루고, 네 이름을 창대케 하리라.’ 짧은 몇 구절에 불과했지만, 지 사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만큼 그의 고민이 깊었기 때문이다. 그후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고, 언어장애도 사라졌다.
조사업계는 경쟁이 치열한 전형적인 ‘레드오션’이다. 얼마 전 지 사장은 과로로 쓰러져 일주일간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대학졸업 후 처음 쉬어 본 것이라고 했다. 혼자 병실에 누워 있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회사로 돌아오자마자 독서 휴가제를 만들었다. 회사에서 모든 경비를 지원해주고 2박3일 휴가를 준다. 어떤 책이든 읽고 단 한 줄짜리라도 독후감을 내면 된다. 다만 가족은 빼고 반드시 혼자 휴가를 가야 한다.
“여론조사하다 보면 밤을 새우는 게 다반사죠. 여름휴가도 보통 가족과 함께 가기 때문에 혼자 있을 시간이 없는 거죠. 독서 휴가제에 대한 직원들 호응이 폭발적이었어요.”
지 사장은 독특한 상담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상담 전문업체에서 상담사가 나와 직원들의 고민을 들어준다. 처음에는 자기 고민을 잘 털어놓지 않았지만, 이제는 스스럼없이 고민을 이야기한다. 특히 직원들 중 상당수가 기혼 주부라 더 반응이 좋다. 물론 상담 내용은 비밀이 보장된다. 이런 상담 프로그램 도입은 직원들의 마음에 한발 더 다가서려는 지 사장의 노력이다. 조사업체의 특성상 사람이 곧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경력자가 옮기면 고객사도 함께 따라간다. 글로벌리서치의 이직률은 업계 최저 수준이다.
글로벌리서치 직원들에게 필독서가 한 권 있다. 바로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이다. 이 책에는 ‘ID 코드’가 들어 있어, 인터넷 접속 후 90개 항목의 인성 테스트를 받으면 자신만의 강점이 5개 나온다. 회사 인사기록 카드에 모든 직원의 5가지 강점이 다 기록돼 있다.
“약점을 고치는 것은 불가능해요. 억지로 고치려 하기보다 각자가 가진 강점을 조직 차원에서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죠.”
지 사장의 독서시간은 주로 주말이다. 자가용 대신 지하철을 타며 책을 보기도 한다. 요즘은 기독교인 CEO 모임인 ‘CBMC’의 독서클럽에 가입한 게 도움이 된다.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골라 함께 읽는다.
출처 : 한경비즈니스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