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등 중위권그룹 ‘시스템경영’ 도입 잇따라
실적ㆍ계열사간 시너지↑…선의경쟁도 유도
재계에 ‘실무형(CEO형) 부회장’이 늘고 있다. 그룹의 한 부문을 맡아 계열사들을 일일이 챙기는 등 책임경영을 해야 하는 부회장들이다. 과거처럼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부회장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총수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인치(人治)경영’ 대신 조직경쟁력을 강조하는 ‘시스템경영’이 확산되는 추세로 해석된다.
실무형 부회장은 최근 중위권 그룹에서 속속 탄생하고 있다. 21일 단행된 애경그룹 인사에서도 안용찬(생활ㆍ항공 부문), 부규환(화학 부문), 채동석(유통ㆍ부동산개발 부문) 등 3명의 부회장이 탄생했다. 이들은 18개 계열사를 나눠 맡는다. 채형석 부회장은 총괄부회장 겸 그룹 최고경영자(CEO)로 격상됐다. 안 부회장은 채형석 부회장의 매부이고, 채동석 부회장은 동생이다. 하지만 혈연은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3명의 부회장은 각자의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대우건설 인수 등으로 몸집이 커진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이달 초 부문별 회장 및 부회장 체제를 구축했다. 박삼구 그룹 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화학 부문을, 박찬법 부회장이 항공 부문을, 신훈 부회장이 건설 부문을 맡는다. 한 사람은 오너이고, 두 부회장은 박삼구 회장의 최측근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부문별 실적에 따라 수평비교가 불가피해졌다. 선의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 그룹 창립 50주년을 맞는 동양그룹은 지난 3월 부회장 체제를 출범시켰다. 그룹의 실물통인 노영인 동양메이저ㆍ동양시멘트 대표이사 부회장이 제조 부문을, 금융통인 박중진 동양생명보험 부회장이 금융 부문을 총괄하는 ‘투-톱(two-top)’ 체제다.
또 동부그룹은 소재(윤대근 부회장), 화학(최성래 사장), 금융(장기제 부회장), 건설ㆍ물류(임동일 부회장) 등 4개 사업 부문 ‘소그룹화’를 통해 부회장 체제를 갖추고 있다.
부회장 체제를 도입한 기업들은 한결같이 ‘책임경영과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배경으로 거론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말은 결국 부회장 간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고 해석했다.
한편 삼성 현대차 SK LG 두산 등은 일찌감치 부회장 체제가 정착됐지만, 이들 그룹의 부회장들은 회장을 보좌하며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역할(삼성 이학수, 현대차 박정인, LG 강유식, 두산 유병택 등)이거나 대표 계열사 부회장을 맡아 사실상 그룹 대표 CEO로 분류되는 경우(삼성 윤종용, 현대차 김동진, LG 김쌍수, 두산 김대중 등)가 대부분이다. 부회장 간 경쟁체제와는 거리가 있다는 얘기다.
출처 : 헤럴드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