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로 짐을 잔뜩 실은 수레를 끌고 올라가려고 끙끙대는 일꾼이 있었다. 학자가 다가가 그에게 말했다. “언덕의 각도가 몇 도이므로 힘의 방향을 몇 도로 주면서 올라가야 합니다.” 그러나 수레는 조금도 진전이 없었다. 정치가가 왔다. 다른 사람들에게 ‘힘을 모아’ 도와달라고 호소하며 열변을 토해냈다. 그러나 사람들은 냉담했다.
법조인은 차도(車道)에 들어와서 법에 저촉하는지 여부를 감시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팔을 걷고 수레를 힘껏 밀어붙이는 이가 있었다.
바로 경영자였다. 수레는 힘차게 언덕을 올라가서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그들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이마의 땀을 닦았다. 오래 전에 들은 뼈 있는 우스갯소리다.
“우리는 원천이 어떤 것이든 그 위대한 사상들을 가장 열성적으로 추구했던 사람들이다. 우리는 어떤 주저함도 없이 그 사상들을 채택하고 ‘실천’해 왔다.” 잭 웰치의 말이다.
CEO는 실천가다. 실천하므로 가치를 생산하고 공급하며, 이 시대 경영자는 자본주의를 떠받치고 있는 리더다.
경영이란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서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이라고 판단되는 바를 선택하고 이를 열정적으로 실천에 옮긴 후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또 보상을 받는 일이다.
급변하는 시대에는 불가피하게 선택을 강요받는다. 리스크(위험) 없는 선택은 없다. 최상이라고 판단한 선택을 기반으로 실천할 뿐이다. 그런데 그 실천에는 도처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게 마련이다.
온갖 외부의 반론과 비판의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 도그마에 빠져서도 안 된다. 더구나 제일 무서운 것은 스스로가 선택한 바에 대한 회의(懷疑)나 흔들림이다. 그것조차 극복하지 않으면 열정적이 될 수 없다.
열정 없이는 속도가 나지 않는다. 경영에서 스피드는 생명이다. 정열을 바치지 않고 열리는 결실은 결코 없다. 그것이 실천이다. 바로 이 중심에 CEO가 존재한다.
따라서 CEO라는 실천가는 ‘긴장감 도는’ 현장에 있다. 아웃사이더나 연구실에 머무르는 사람이어서는 결코 안 된다.
애플사 PC의 시조는 사실 스티브 잡스가 아니라 스티븐 우즈니악이었다. 우즈니악은 천재적인 엔지니어였지만 경영 마인드는 없었다.
잡스는 자신의 폴크스바겐 버스를 팔고 우즈니악을 설득해 그의 전자계산기를 팔아 1천3백 달러를 마련하고는 애플Ⅰ의 최초 모델을 만드는 데 도전했다. 정열에 넘치고 저돌적인 잡스의 도전정신과 실천력이 없었다면 애플사의 탄생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톰 피터스의 말처럼 CEO는 일을 만들기(build-up)도 하지만 파괴를 감행하는 CDO(Chief Destruction Officer)여야 한다. 80년대 초 마흔 다섯이란 젊은 나이에 GE의 CEO 회장이 된 잭 웰치는 ‘웰치혁명’이라고 불릴 정도의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개혁적인 기업문화를 이끌어내면서 GE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했다. 따라서 그를 ‘창조적 파괴자’라 부른다.
더 나아가 ‘실패도 투자며 자산’이라는 신념으로 과감한 실천을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더욱 긴요하다. CEO의 실천력! 그것의 증대야말로 한국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글 :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haeikrhee@hotmail.com)
출처 : ECONOM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