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력 지식기반 사회에 필수… 사원부터 CEO까지 기업활동 참여
지난해 한국인들은 스스로 행한 행동에 대해 세 번 놀랐다. 우선 한여름 월드컵 때 도시마다 광장에 모인 붉은 티셔츠를 입은 시민들의 함성과 질서를 보고 놀랐다. 두번째는 여중생의 추모 촛불 시위에 대해 놀랐다. 훈련 중에 장갑차로 여중생을 치어 죽게 한 미군 병사가 무죄로 판결받은 데 대한 촛불 시위였다.
마지막 대미(大尾)는 대선에서 노무현 당선자가 승리한 것이었다. 이때 한국 국민 대다수와 함께 한국의 정치를 모니터링하는 세계 미디어들도 깜짝 놀랐을 것이다. 한국 사회가 그만큼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인 스스로도 잘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는 20, 30대들의 등장이 있다. 여기에는 디지털 문명이 자리잡고 있다. 수많은 인터넷 언론과 인터넷 토론마당들은 기존 종이 언론매체를 압도했다. 그리고 위의 세 가지 놀랄 만한 사건에는 여성의 참여라는 특징이 숨어 있다.
월드컵은 가히 범국민적이어서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특별히 주목할 사실은 여자들의 적극 참여다. 어린 자녀 때문에 대체로 집안에서 있었을 주부조차 유모차를 끌고 남편과 함께 광장에 나와 함성을 질러댔다.
촛불 시위의 애틋한 주인공 역시 어린 여학생들이다. 또 20, 30대들의 대선투표에서도 남녀가 따로 없었다. 어느 때보다 여자들의 참여가 컸다.
따지고 보면 여자의 등장과 참여는 놀랄 일이 아니다.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것에 대해 새삼 놀라는 것은 그만큼 세상 변화에 둔감한 때문이다. 여하간 인류의 절반 정도는 여자가 아닌가. 당연히 소비자의 절반도 여자다.
구매력 행사에는 오히려 그 이상의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다. 트렌드(Trend)를 연구하는 세계적 석학 존 내스빗의 지적을 빌리지 않더라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여자의 득세를 낳았다. 때문에 CEO는 여자에 대해 통달해야 한다.
지난 연말 「일본은 없다」와 「대한민국은 있다」의 저자 전여옥씨를 필자가 운영하는 ‘CEO를 위한 독서토론회’에 초청했었다. 그녀는 여성 인력을 활용하지 않는 기업인, 직분에 소홀한 전문가 집단, ‘떼거리즘’에 물든 오피니언 리더들을 특유의 독설로 강하게 비판했다.
CEO들이 가장 예민하고 난처하게 반응을 보인 부문은 여성인력 활용 부문이었다. 여자를 중용하고 싶지만 아직도 결혼과 동시에 회사를 그만두는 아마추어리즘 경향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직원을 대할 때 성별을 구분해서 보는 시각부터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능력에 따라 어떻게 부려먹을지만 생각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외국 사례를 예로 들었다. “존슨 앤 존슨은 숙련된 보모를 고용해 탁아소를 설치한 뒤 여성인력을 십분 활용할 수 있었다.” 비단 이 회사뿐 아니라 다른 많은 세계적인 기업들도 여성인력을 적극 활용한다.
세계 최대 컴퓨터 제조업체인 HP의 경영자가 바로 칼리 피오리나 아닌가. 이제 기업은 여성들을 배려해 주는 차원이 아닌 여성 인재를 활용하는 차원에서 여성을 바라봐야 한다.
이미 한국도 여성인력을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될 단계에 접어들었다. 노동인력이 부족해 외국인력을 이모저모로 활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구나 힘들게 몸으로 일하는 산업사회가 가고 이제 머리와 컴퓨터로 일하는 지식기반사회에 진입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 여성을 경영하지 않고 세상과 비즈니스를 하기란 어려운 일이 됐다.
글 :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haeikrhee@hotmail.com)
출처:ECONOMI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