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부터 투자 회복세 불구 고용 증가 미미
삼성 등 전기전자업만 호황으로 동반상승 현상
철강·조선·화학, 노동절약 투자로 일자리 정체
국내 매출액 100대 기업의 투자는 2003년부터 회복세로 돌아섰으나, 고용 증가는 미미해 투자와 고용간 연계고리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가 포함된 전기전자업종은 투자와 고용증가율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철강·조선·화학 등 전통 제조업은 투자가 증가해도 고용은 증가율이 미미하거나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한겨레〉가 2000~2005년 매출액 100대 상장사의 투자금액(유형고정자산 기준)과 고용 추이를 조사한 결과, 2001~2002년에 감소하던 투자는 2003년에 전년보다 26.7% 증가한 데 이어 2004년과 2005년에도 각각 32%, 13.4%씩 늘어났다. 2002년까지 감소하던 고용도 2003년 0.1% 증가한 데 이어, 2004년과 2005년에 각각 5%, 4.9%씩 늘어났다.
그러나 이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전기전자업종이 호황을 맞아 투자와 고용을 크게 늘린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전기전자업종 8개 기업의 2003~2005년 연평균 투자증가율과 고용증가율은 각각 45.9%, 15.4%에 이르렀다. 이들 전기전자업종을 제외할 경우 92개 상장사의 투자증가율은 2003년 9.6%, 2004년 23.5%, 2005년 8%에 그쳤다. 특히 고용은 2003년에 -1.8%로 오히려 감소했고, 2004년과 2005년에도 2.7%, 0.5% 증가에 머물렀다.
100대 기업의 고용은 2005년에 57만6026명으로 2002년(52만2360명)보다는 늘어났으나, 여전히 2000년(58만2076명)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체로 보면 투자와 고용증가율이 괜찮아 보이지만 전기전자업종을 제외하면 저조한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특히 철강·조선·화학 등 전통 제조업은 투자가 증가해도 고용은 늘지 않아 고용창출력이 크게 떨어졌다. 포스코 등 철강금속 업종 10개 기업은 2004년과 2005년에 투자증가율이 각각 142.7%, 26.7%에 이르렀다. 그러나 같은 기간 고용증가율은 1.7%, -0.2%였다. 화학업종(19개 기업)은 2003년과 2004년에 투자증가율이 30%대를 넘어섰으나 고용증가율은 각각 -1%, -2.5%였다. 조선업종(5개 기업)도 2004년과 2005년에 투자증가율은 20%대를 넘었으나 고용증가율은 각각 1.6%, -1.5%였다.
김용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전통 제조업의 경우 중국 기업들과 경합을 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를 하더라도 자동화설비 등 ‘노동절약적’인 투자를 한다”며 “따라서 투자와 고용간 연결고리가 과거보다 약해졌다”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신규 제철소를 지으면서 고용이 많이 늘어났으나 2000년대 들어 자동화비율이 높아졌고, 정년퇴직자들이 많아지면서 고용이 정체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수업종인 통신(4개 기업)과 음식료(9개 기업) 업종도 사정은 좋지 않았다. 통신은 투자증가율이 2003~2005년 3년 연속 감소했으며, 고용은 감소하거나 소폭 증가했다. 음식료는 2005년에 투자가 20% 이상 늘었으나 고용은 1.5%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투자 10억원당 취업유발계수(투자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취업자수)는 1990년 27.8명에서 1995년에는 20.3명으로, 2000년에는 16.1명으로 감소했다. 5년마다 집계되는 취업유발계수는 이런 추세라면 2005년에는 더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용성 연구위원은 “전통 제조업 분야에서 고용 창출이 한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서비스 분야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한겨레신문 박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