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결제 시스템 업체인 KDE컴. 회사 이름은 낯설지만 우리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마다 무심코 마주치는 회사다. 지하철 개표시스템이나 버스에 달린 버스카드 인식기의 대부분은 이회사가 만든 것이다. KDE컴은 교통카드·신용카드·휴대폰 등으로 하는 전자결제 시스템 분야의 강자다. 카드발급·결제·충전에 필요한 하드웨어와 시스템의 60%가 이 회사 제품이다.
해외에서도 알아준다. 아테네 경전철 요금징수시스템, 콜롬비아 보고타시 버스요금자동징수시스템 등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프로젝트 등을 연거푸 수주했다. 이 회사 윤학범(57.사진 오른쪽서 두번째) 사장은 삼성반도체(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문 전신)와 하드디스크 개발 회사에서 설계업무를 하다가 1987년 독립했다.
당시 신용카드 보급이 크게 늘고 하드디스크에 적용되는 정보 인식 기술과 마그네틱 카드 인식기술이 유사하다는 것에 착안해 창업전선에 나섰다. 80년 50만명에 불과하던 신용카드 구입자는 87년 260만명으로, 가맹점은 3000여개에서 9만여개로 늘었지만 당시 신용카드 결제기와 발급기는 모두 일본산이었다. 윤 사장은 서울 역삼동에 작은 사무실을 얻어 국산품개발에 나섰다.
엔지니어 4명과 씨름했다. 그러나 이 회사가 내놓은 국산품은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핵심부품인 반도체 회로를 일본에서 들여와 만드는 바람에 가격경쟁력이 떨어졌다.
또 카드업체들은 중소업체가 만든 제품을 사용하기를 꺼렸다. 우여 곡절을 겪은 끝에 90년대 초반 삼성전자와 힘을 합쳐 반도체 회로를 개발했고 바로 해외 시장에 뛰어 들었다. 샘플을 가방에 넣고 독일.프랑스.벨기에 등 선진국을 누빈 끝에 91년 처음 벨기에에 신용카드리더기를 납품했다.
수출에 성공하자 국내 업체들도 KDE컴의 제품을 찾기 시작했고 일본업체가 장악했던 국내 카드인식기기 시장을 손쉽게 파고들 수 있었다.
KDE컴은 외환위기 때도 흔들리지 않았다. 매출의 60%를 수출로 벌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부산 지하철과 대구 지하철에 카드 리더기를 납품하는 등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윤사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정보기술(IT)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네트워크와 연결되지 않는 단순 부품 기술로는 오래 버틸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역무자동화와 신용카드조회 시스템을 개발하고 중국 공장 설비를 확충하는데 올인했다.
당시 회사규모로는 적지 않은 2000만 달러어치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사내 유보금을 털었다. 이 투자는 회사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겨줬다. 2001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냈다. 경영이 쪼들리자 최대주주였던 윤 사장은 상당수의 개인 지분을 투자자들에게 넘겨야 했다. 그러나 윤사장은 "이제 뿌린 씨를 거둘 때"라고 말했다. 지난해 일본 시스템통합업체인 STI사와 계약을 체결한 500억원대 신용카드조회기 납품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또 KDE컴은 30여개 국에 35개 판매망을 갖췄고 국내외 경쟁업체보다 한발 빨리 중국에 생산기지를 운영중이다. 이 모두 세계적인 전자결제 시스템업체인 일본의 오므론과 파나소닉 등과 싸우기 위한 포석이다.
윤 사장은 "인터넷과 이동통신이 결합한 환경에서 전자지불시스템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며 "PC급 기능을 갖춘 포스(POS.판매시점 관리시스템)단말기 개발과 교통시스템 업그레이드에 주력해 세계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