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회장 ‘창조경영’ 제시
1992년 위기경영, 1993년 신경영, 1994년 천재경영, 1996년 시나리오 경영, 1997년 스피드 경영, 2001년 강소국론, 2003년 나눔경영, 2005년 디자인 경영, 2006년 마하경영과 창조적 경영….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기업환경이 바뀌거나 경영위기가 닥칠 때마다 특유의 ‘경영화두’를 던지며 삼성의 도약을 이끌어왔다. 새로운 경쟁환경과 시대의 흐름을 간파한 짧막한 메시지들이다. 이 회장의 경영화두들은 하나같이 인구에 회자되는 유행어로 부상했을 뿐 아니라 경영학도들의 연구대상이 되기도 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주는 ‘밴플리트상’을 수상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이번엔 ‘창조적 경영’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수상식 하루전인 18일 이 회장은 뉴욕 맨해튼 타임워너센터 ‘삼성체험관’에서 가진 삼성전자 사장단 회의에서“독자적이고 독창적인 ‘창조적 경영’만이 세계 일류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 독자기술로 통신 종주국 미국 본토에 진출한 와이브로, 40나노 32기가 낸드플래시 개발을 가능케 한 CTF(Charge Trap Flash)기술, 세계 LCD TV 시장을 선도하는 보르도 TV 등은 모두 ’창조적 경영’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조적 경영을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수인력 채용과 육성,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회장의 ‘경영화두 변천사’는 삼성그룹이 처한 국내외 상황을 상징적으로 압축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 삼성이 제일이라는 자만에 빠져 창조적인 도전을 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이 회장은 1992년 3월 27일 22개 주요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위기경영’을 선언한다. 회사가 잘 될 수록 위기의식을 갖고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듬해 6월 23일 이 회장은 독일 프랑크프르트에서 “처 자식을 빼고는 다 바꿔라”는 말로 세계적인 유명세를 탄 ‘신경영’ 메시지를 던진다.
1994년 3월 8일 이 회장은 삼성종합연수원에서 가진 공무원대상 특강에서 “21세기는 한명의 천재가 1만명, 10만명을 먹여살린다”며 인재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01년 5월 28일 전자사장단회의에서 갈파한 ‘강소국론’ 역시 지금까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는 “네덜란드는 작지만 강한 나라”라며 “이들 강소국들과 같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위기’를 딛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에게 던진 이 회장의 경영화두는 보다 선진적인 내용으로 바뀐다.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함께 보듬고 가야한다는 ‘나눔경영’(2003년 12월 16일 사장단회의), 21세기는 디자인 경쟁력이 기업경영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디자인 경영’(2005년 4월 14일 이탈리아 밀라노 디자인 전략회의), 비행기가 음속돌파를 위해서는 비행기의 모든 장치를 바꾸는 것처럼 기업도 도약을 위해서는 모든 걸 바꿔야 한다는 ‘마하경영’(2006년 3월) 등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경영 메시지를 담고있다.
출처 : 문화일보 박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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