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 중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돈을 쌓아두고 있으면서도 어디에 투자할지 몰라 답답해 하는 사례가 많이 있다.”
오상봉 산업연구원장이 최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이 같은 기업들의 ‘투자 갈증’ 해소를 위해 산업연구원은 19일 ‘투자활성화를 위한 민관 전략회의’에서 자동차와 반도체 등 10대 주요산업별 투자 유망분야 및 투자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이런 산업(또는 상품)에 투자하라
산업연구원은 2010년까지 단기 투자유망 분야 및 제품으로 △지능형 자동차, 하이브리드카(자동차) △차세대 가스운반선, 중형크루즈선(조선) △고기능산업용섬유, 고부가섬유소재(섬유) △50나노급 메모리 제조설비, 맞춤형 SoC(반도체) △대형LCD패널, 전·후공정 장비(디스플레이) △바이오제네릭, 세포·유전자 치료제(바이오) 등을 꼽았다.
또 2015년까지 중장기적으로 투자가 유망한 분야 및 품목으로는 △연료전지자동차, 차세대 변속기(자동차) △의료·환경·에너지용 고기능엔지니어링플라스틱(석유화학) △나노섬유, 하이패션 의류(섬유) △3D 및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차세대 디지털TV 및 핵심부품, 차세대 디지털컨버전스·액세서리 PC(디지털전자) △차세대 백신, 바이오폴리머·에너지(바이오) 등을 선정했다.
문제는 향후 국내에서의 설비투자 확대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조선과 반도체·바이오·철강 등 일부 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산업에서 해외생산 비중이 대폭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탓이다.
산업연구원은 현재 10% 미만인 석유화학과 디스플레이의 해외생산 비중이 2010년에는 10∼30%, 10∼30%인 자동차와 디지털TV·휴대폰은 30∼50%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노트북의 경우 60% 수준에서 2010년에는 100% 전량 해외에서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실장은 “지역적으로는 국내 중심투자에서 국내와 글로벌 투자의 병행, 인력 및 연구개발 기능의 투자를 강화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라면서 “특히 컴퓨터와 섬유 등 해외생산 비중이 높은 산업의 경우 국내 설비투자 확대가 사실상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투자를 위한 걸림돌 너무 많아
산업연구원은 기업의 투자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창업의 어려움을 가장 먼저 들었다. 법인설립 구비서류가 48개로 미국의 9.6배, 일본의 2.2배 수준이고 법인설립 비용도 미국, 캐나다보다 1.8배가량 높다. 세계은행은 우리나라의 창업 용이성을 전세계 175개 국가 중 116위로 평가하고 있다.
까다로운 입지 규제로 공장 입지선정 및 설립을 위한 평균 인·허가 소요 기간은 137일, 관련비용은 6500만원에 이르러 2002년 이후 증가하던 공장설립 승인 건수가 지난해에는 감소로 돌아섰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대기업들의 투자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고 특히 자기주식 취득을 제외한 인수합병(M&A) 방어수단의 부족이 투자 재원의 비효율적 사용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지적됐다.
산업자금 공급이 위축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지난 1997년 70.8%였던 금융기관의 산업대출 비중은 지난해 50.2%로 떨어졌고 벤처캐피털의 창업 3년 이내 기업투자 비중도 2002년 63.4%에서 지난해 26.5%로 내려갔다.
산업연구원은 또 우리나라의 전체 연구개발(R&D) 투자비 가운데 기업 부담률이 75%로 미국 63%, 독일 66%, 프랑스 52% 등 선진국보다 높아 R&D 투자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했다. 특히 R&D 투자비의 절반 가까이를 상위 10대 대기업이 차지하고 중소기업의 R&D 투자는 2001년 이후 정체 상태이다.
출처 : 파이낸셜뉴스 윤경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