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시장 침체로 지방 중견 건설업체들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부산의 건설업체인 반도건설이 활로 모색을 위해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나섰다.
그 첫번째 사업으로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 땅을 직접 매입해 부동산 개발사업에 착수했다. 지금까지 국내 대형 건설업체 위주로 중동의 도급공사에 많이 참여해왔으나, 사업시행자 겸 시공자로 나선 것은 국내 건설업계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연면적 6만8천여평에 57층 규모의 오피스 빌딩과 21층 규모의 주거빌딩을 지어 분양한다는 계획이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62)은 18일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일감이 줄어들어 국내 시장은 과포화상태”라며 “창립 후 25년간 쌓은 기술력과 자본력으로 글로벌 기업 도약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조사를 위해 두바이를 직접 방문한 것만 6차례나 된다”면서 “꼼꼼한 검토를 거쳐 세운 사업계획이므로 실패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번에 짓는 주상복합아파트 이름은 ‘유보라’. 1981년 창사때부터 사용해온 국내 아파트 브랜드를 전용했다. 유비쿼터스와 업그레이드에서 따온 ‘U’와 큰딸 이름 ‘보라’를 넣어 지은 것. 그는 “사랑하는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파트를 짓겠다는 뜻”이라고 소개했다. 반도건설은 다음달 중순 두바이의 주상복합 아파트 일부를 국내에서 분양할 계획도 갖고 있다.
권회장이 이역만리 열사(熱沙)의 땅에 투자의 눈을 돌린 것은 지난해부터. 건설업계 성적을 나타내는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올해 62위로 3년 전보다 23계단이나 뛰어오를 만큼 국내에선 성장가도를 달려왔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그는 “두바이가 유럽과 동남아를 3~8시간 안에 잇는 세계의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고 했다. 또 두바이는 프리택스(비세금), 프리홀드(등기 허용), 프리존(100% 투자 가능) 등 외국인 혜택이 적지 않고 분양률이 저조하더라도 임대수익이 높다는 점도 겨냥했다는 설명이다. 권회장은 향후 두바이를 전초기지로 이집트, 터키, 발칸반도 진출도 적극 추진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반도건설의 해외진출이 즉흥적으로 구상된 것은 아니다. 회사는 3년 전 일본 도쿄 인근의 ‘노스쇼어 골프장’을 인수해 해외경영에 발을 들였고, 석달 전에는 괌의 펜션·빌라 사업에도 진출해 해외진출 가능성과 자사의 능력을 다각도로 시험했다. 이번이 세번째 해외진출인 셈이다.
권회장은 1만3천여개 건설업체를 대표하는 대한건설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런 만큼 다른 건설업체들도 해외로 눈을 돌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권회장은 “충북의 경우 올해 상반기 공사를 한건도 수주하지 않은 건설업체가 무려 55%에 달한다”며 “불경기만 탓하지 말고 다른 업체들도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활로를 찾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그는 지난 15일 ‘한·중동 건설플랜트 협력심포지엄’을 주선, 두바이와 아부다비, 모스크바 등의 현지 건설업체와 국내업체들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출처 : 경향신문 〈문성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