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저녁 서울 홍익대 근처의 한 호프집. 20~30대 남녀 20여명이 모임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같은 학교 출신이 아니다. 같은 직장에 다니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취미가 동일한 것도 아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이라는 것. 이 커뮤니티의 목적은 ´직장인 인맥 만들기´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만나 격의없이 어울리며 인적 네트워크를 쌓아가고 있다.
최근 ´인맥´ 형성을 목표로 한 인터넷 커뮤니티들이 20~30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간 인터넷 커뮤니티는 특정 학교나 직장 선.후배 등 오프라인 모임을 옮겨온 것이거나 같은 취미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만남의 장으로 활용돼 왔지만 최근 들어 인맥쌓기 자체가 목표인 커뮤니티가 늘고 있는 것.
인터넷 세대를 중심으로 인맥 커뮤니티가 인기를 끄는 것은 동창회 향우회 등 기성세대의 전통적인 인맥쌓기에 대한 거부감이 큰 반면,인터넷을 매개로 한 인적 네트워킹이 훨씬 자연스럽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싸이월드의 ´직장인 인맥 만들기(대인관계의 폭을 넓히는 모임)´ 클럽(makehost.cyworld.com)은 10일 현재 회원 수가 2만2200여명에 이른다. ´직장인 인맥´을 주제로 한 클럽답게 메뉴 구성도 독특하다. 대부분의 인터넷 커뮤니티가 간단한 자기 소개나 ´50문 50답´ 등으로 가입인사를 끝내는 데 비해 이 클럽에는 ´50문50답´은 물론 ´명함 주세요´ 코너까지 있다. 신입 회원은 자신의 명함을 스캔하거나 디지털카메라로 찍어 게시판에 올려야 한다.
클럽 회원인 강병호씨(33)는 "클럽 게시판이나 정모(정기모임) 등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이 클럽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 지난 5월 말 개설된 ´인맥은행´ 카페(cafe.daum.net/xn)도 3개월 만에 회원 수가 3400명을 넘어섰다. 대학생과 20~30대 직장인이 대부분인 이 카페 회원들은 카페 게시판에서 인맥관리 노하우를 공유하고 취업이나 사업,투자에 대한 정보도 주고 받는다. 다음의 ´교육인맥당´ 카페(cafe.daum.net/edupower)는 회원을 대상으로 각종 교육활동도 펼치고 있다.
의료기기 전문업체에 다니는 김기홍씨(30)는 "예전과 달라 고등학교나 대학 선배들이 후배들을 챙겨주는 모임이 거의 없는 데다 설령 모임에 나간다 하더라도 선.후배 간 위계질서를 지켜야 하는 게 부담스러워 피한다"고 말했다. 입사 3년차의 은행원 김민영씨(27.여)는 "젊은 남녀가 모이다 보니 애인이나 부부로 발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양광모 휴먼네트워크연구소장은 "최근 등장한 인맥 커뮤니티는 회원 간 느슨한 유대가 특징"이라며 "언뜻 교집합이 크지 않아 보이는 그 같은 관계가 정보와 자원의 흐름에 더 효율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인맥 커뮤니티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커리어컨설턴트인 윤영돈 윤코치연구소장은 "뭔가 얻어갈 수 있는 곳이 돼야 회원 간의 인맥이 다져지고 커뮤니티도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