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의 내수시장 육성정책으로 현지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LG그룹이 중국 파견인력을 20~30%가량 줄이고 있다.
베이징 주재 LG그룹 관계자와 업계 관계자는 3일 "중국 LG전자 주재원 약 350명 가운데 30%를 축소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LG화학 주재원 약 110명 중 20%도 축소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와 LG화학에서만 중국 주재 파견인원이 130명 정도 축소되고 있는 셈이다.
◆ 본사파견 줄이고 현지 채용 늘려=
중국 주재 LG계열사 관계자는 "그룹 전체적으로 중국 주재 파견인원을 축소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계열사들도 인원을 동결하거나 줄이고 있다"며 "LG전자는 현재 15%를 줄였으며 앞으로 15%가량을 더 감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정부의 각종 부동산 안정대책과 신규 공급물량 증가로 인해 급격히 냉각되고 있는 베이징 부동산업계에서도 LG그룹의 파견인력 축소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LG그룹ㆍ팬택 등 한국기업들의 파견인력 철수가 그러잖아도 하락세인 월세시장을 더 뒤숭숭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 현지 부동산 중개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올 초 우남균 LG전자 중국 총괄사장 부임 이후 집중화, 현지화, 전문화 등을 통해 프리미엄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런 전략 때문에 지난 2월부터 효율성이 낮은 분야에 대한 인력을 축소하고는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연구개발(R&D) 인력은 오히려 늘리고 있다"며 "현지화 강화 차원에서 중국인 채용을 확대하고 있어 전체인력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LG화학도 중국 내부의 석유화학업종 육성정책으로 인해 지난해부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됨에 따라 중국사업의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다.
김반석 LG화학 사장은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당분간 중국 내 유화사업 규모를 키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악화되는 수익성=
국내 기업들이 이처럼 인력축소에 나서는 것은 현지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LG전자는 지난해 중국 현지에서의 매출은 6조8700억원. 2004년 5조4600억원에 비해 규모는 커졌지만 영업이익은 반토막이다. 2004년 1000억원이 넘던 영업이익이 지난해에는 545억원으로 2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중국시장에서 호황을 누렸던 에어컨 사업 등에서 현지업체들의 급격한 추격으로 시장점유율이 크게 떨어지고 다른 제품에서도 가격경쟁을 하다보니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이다.
LG화학도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육성정책으로 지난해부터 수익성 하락이 두드러지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LG화학은 2008년까지 중국에서 50억달러(약 5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올 상반기 LG화학의 ´중국 성적표´는 중장기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매출은 1조5000억원 수준에 머물렀고 수익성은 작년보다 더 나빠졌다. 특히 2분기에는 중국발 악재에 따라 석유화학 부문에서 처음으로 적자를 내기도 했다.
석유를 원료로 하는 PVC 사업이 값싼 석탄 원료를 쓰는 중국산에 밀려 고전한 결과다. 큰 기대를 걸었던 편광판 부문도 매출액은 증가 추세지만 LCD 제품의 시황 부진으로 판매단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수익성이 개선되지 못했다.
삼성전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휴대폰을 비롯한 대부분 업종에서 그렇다할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고, 일부 가전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가전부문은 2년 연속 적자에 허덕이고 있고, 휴대폰 등 정보기술(IT)부문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용 에어컨이나 냉장고 사업은 사실상 접은 상태다.
삼성그룹 전체로도 중국 매출이 지난 2002년 9조원대에서 2005년 25조원대로 3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이 기간에 영업이익은 3000억∼4000억원로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출처 : 매일경제신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