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마다 ‘깜짝 이벤트’ 경영
지난 23일 자정, 하나은행 서울 방배지점에 ‘밤도깨비’가 출현했다. 이 밤도깨비는 직원들이 퇴근한 객장에 몰래 들어와 벽면 도배와 바닥 청소, 형광등 교체, 서고·책상 정리, 간판 청소를 밤새 끝냈다. 그리고 동이 트기 직전, 직원들 책상 위에 ‘힘내라’고 적은 편지 한 통과 핸드크림 하나씩 올려 놓고 홀연히 떠났다.
무슨 동화 같은 얘기냐고? 이 밤도깨비의 정체는 다름아닌 하나은행 본점의 업무혁신팀원들이었다. 사내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깜짝쇼를 벌인 것이다. 아침에 일터로 출근한 방배 지점 직원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윤정 행원은 “아침 8시에 객장 문을 여는 순간 모두가 놀라 함께 소리를 질렀다”며 “지점이 더 밝고 넓어진 것 같아 하루 종일 기분 좋게 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방배 지점이 밤도깨비의 첫 번째 프로젝트였으며, 올해 무작위로 전국 12개 지점을 방문할 계획이다.
임성균 업무혁신팀장은 “우리 직원이 청결한 일터에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라며 “행사를 준비한 사람도 밤새 설레긴 마찬가지”라고 했다.
사원들을 깜짝 감동시키는 경영이 기업체마다 큰 호응을 얻고 있다. TV 오락 프로그램 못지않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연출로 사원들의 눈물까지 자아낸다. 이 프로그램이 훑고 간 뒤면 직원들의 능률이 오르고 충성심이 수직 상승한다고 한다. 한화그룹은 직원들이 피자 배달부로 변신,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갑자기 찾아가 피자를 선사하는 ‘아빠가 쏜다’ 이벤트를 2년째 계속 열고 있다. 지난달 이벤트에 당첨된 홍성윤(한화개발 외식사업부)씨는 아들의 중학교에 피자 10판을 들고 가서 우렁찬 박수를 받았다.
홍씨는 아들을 위해 미리 준비해 간 편지도 읽었다. 그는 “아들이 아버지 회사를 아주 자랑스러워했고, 나도 아들 친구들 앞에서 모처럼 기가 살았다”고 했다. 이 이벤트 신청자는 매회 폭주한다.
삼성 SDS는 지난 3월부터 매달 한번씩 ‘서프라이징 비지트(surprising visit)’ 행사를 진행한다. 아내, 자녀 등 가족들이 몰래 파티를 준비해 아빠가 일하는 현장에 예고 없이 나타나는 식이다. 삼성 SDS는 “며칠씩 집에 못 들어가며 야근을 하던 직원이 갑자기 나타난 아내와 아이들 모습에 대부분 눈물을 흘린다”며 “이런 행사가 직원들의 소속감과 일체감을 크게 높여주는 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아드보카트 감독 등 유명인들을 예고 없이 회사로 초청해 즉석 사인회를 열어 직원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한다.
출처 : 조선일보 신지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