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현지화 전략 부재 고객 눈높이 맞추지 못해
신세계는 22일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16개 할인점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월마트 코리아의 지분 100%를 825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프랑스 까르푸에 이어 세계 최대의 할인점업체인 미국 월마트도 한국을 떠나게 됐다. 세계적인 할인점업체들이 한국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번번이 나가 떨어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까르푸와 월마트가 한국 할인점들과의 경쟁에서 패한 이유에 대해 ‘3대 패착론’을 들고 있다. 우선, 현지화 전략의 부재다. 월마트와 까르푸 모두 막강한 구매력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이들은 창고형 매장, 부대비용 절감 등을 통한 철저한 저가 정책을 고수하면서 국내 유통시장 점령을 자신했었다.
하지만 이들 업체의 자신감에도 불구, 한국 소비자들은 이들을 외면했다. 단순히 저가공세만으로는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하며 고객을 잡았던 국내 할인점들을 물리칠 수 없었던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문화공간이다.
반면교사가 바로 홈플러스다. 삼성과 제휴한 영국 테스코의 경우 홈플러스를 운영하면서 한국적 특수성을 고려, 문화센터 개설에 공을 들였다. 이러한 문화공간 제공은 매장 차별화로 이어졌고 국내 할인점들까지 따라올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둘째는 고객요구에 둔감했다는 점이다. 저가말고는 매장구성이나 상품진열, 고객 서비스 등에서 국내 업체들을 따라올 수 없었다. 5~6m에 달하는 선반에 진열된 상품을 대용량으로 판매하는 창고형 매장, 제한된 종류의 신선식품, 불편한 동선구조 등이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던 것이다.
지난 1월 월마트는 용인 구성점을 새단장하면서 ‘금과옥조’로 여기던 ‘창고형 인테리어’를 없앴다. 같은달 까르푸 역시 32번째 점포인 화성시 병점점을 아예 처음부터 백화점식 인테리어로 꾸몄다. 그러나 이들 모두 때를 놓친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객밀착형 매장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실패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월마트와 까르푸는 선진국 사례를 그대로 따라 시 외곽 혹은 입지가 나쁜 대신 저렴한 임대 매장 등을 고집했다. 핵심 상권에 진입한 국내 할인점들과는 전혀 다른 전략이었다. 이들은 뒤늦게 매장 용지 확보에 나섰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토지 매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 월마트 브렛 빅스 전략담당 수석 부사장은 22일 신세계의 월마트 인수 기자 간담회에서 “앞으로 5년안에 업계 상위 2, 3위권에 들어가는 게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해 철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출처 : 문화일보 유회경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