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 “업무효율 높아” 보육시설 앞다퉈 마련
엘지씨엔에스(LG CNS)의 김은정(35) 차장은 출근할 때마다 20개월 된 아들 준서를 사내 어린이집에 맡긴다. 지난해까지 아이를 돌보는 아주머니를 고용해 집에서 아이를 키웠지만 먹는 것, 입는 것부터 교육에 이르기까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최근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사내 어린이집에 당첨된 뒤부터는 이런 걱정이 사라졌다. 김 차장은 “회사 어린이집 덕분에 저렴한 비용으로 유기농 음식을 먹이고 다양한 교재로 아이 교육을 시키고 있다”며 “아이가 바로 옆에 있어 안심하고 일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 인력 비중이 높은 아이티 업계가 직원들의 육아 문제를 해결하고자 보육시설 마련에 나서고 있다. 가장 앞선 곳은 1998년부터 어린이집을 운영해온 삼성에스디에스지만, 지난해 들어서야 기업 어린이집이 봇물을 이뤘다. 엘지씨엔에스가 지난해 5월 사내 어린이집을 마련한 뒤로 에스케이씨앤씨(SK C&C)가 지난해 7월부터, 에스케이네트웍스는 지난 4일부터 사내 어린이집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여성 전용 공간을 마련하는 아이티 기업들도 많다. 엔에이치엔(NHN), 다음, 에스케이커뮤니케이션 등은 모유 유축실, 여성 전용 휴게실 등을 따로 운영한다.
아이티 기업들이 보육시설 마련에 관심을 쏟는 것은 사원들의 육아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업무 집중도와 효율성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특히 어린이집 만족도는 여성 직원의 충성도와 직결된다는 것이 아이티 기업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엘지씨엔에스 조직문화팀 박경곤(38) 차장은 “아이티 기업은 여성의 섬세함을 요구하는 분야가 많고, 성과도 높게 나타나 여성이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업 쪽이 앞장서 보육시설 등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아이티 업계의 이직률(퇴직자 포함)은 15~20%에 이르지만 삼성에스디에스는 이직률이 6~7%에 불과하다. 엘지씨엔에스도 이직률이 10% 미만에 그친다.
육아 문제는 직장 선택의 기준으로까지 자리잡고 있다. 삼성에스디에스의 이유정(37) 책임은 “어린이집이 없는 곳으로 옮기면 육아 문제 등 생각할 게 너무 많아 이직은 생각조차 않는다”고 말했다. 김은정 차장도 “동료들 가운데 육아 문제로 다른 직장을 알아보거나 퇴직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어린이집이 생기고는 그런 일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아이티 기업들은 사원 복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우수 여성인력 확보 차원에서 보육시설 마련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사내 어린이집이 기업 경쟁력의 중요 지표가 된 셈이다.
출처 : 한겨레신문 이정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