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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최고의 노인 대책, 연금보다 일자리2006-04-27
작성자상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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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싶을 때까지 일하라

도쿄 세타가야구 실버인재센터 회원인 마에다 유지(前田勇二·69)와 동료들이 정원수 정리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정원사 경력이 30년 넘는 마에다는 5년 전 정원관리회사에서 퇴직한 뒤 실버인재센터에 회원으로 등록했다. 퇴직한 고령자에게 일감을 소개해 주는 민간시설인 실버인재센터는 1800개 소에 달한다.

중산층을 지키기 위해 일본 사회가 가장 고민하는 것은 ´고령자들의 일자리´다. 국가 재정이나 연금으로는 급하게 늘어나는 고령자들의 삶을 지탱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령화로 인해 생활보호 대상자가 늘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일을 통해 자립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발등의 불이 됐다. 일본 정부는 정년 연장 등을 통해 제도를 바꾸고, 기업들은 고령 근로자의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가 기업 경영과 경쟁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고령 근로자의 고용에 적극적이다. 민간단체들도 고령자들 스스로 일자리를 갖도록 도움의 손길을 뻗고 있다. 일본의 고령자 ´중산층 지키기´ 현장을 가 봤다.

지난달 27일 오후 도쿄(東京)에 있는 ´시고토(仕事.일)센터´ 1층 취업상담실.

중년의 남녀 다섯 명이 방 한쪽에 진열된 기업 구직 자료를 뒤적이고, 맞은편에선 머리가 희끗희끗한 남자 두 명이 시고토센터 직원들과 상담하고 있었다. 시고토센터는 도쿄도가 1996년 700억 엔을 들여 설립한 취업 대책 센터다. 고령자(55세 이상) 취업을 목적으로 세워져 시니어워크(senior work)센터로 불렸다. 그러다 젊은 층의 실업난이 심해져 2004년부터 모든 사람의 취업을 지원하는 시고토센터로 확대 개편했다.

지상 25층.지하 3층 건물인 시고토센터의 지상 1~12층에는 고령자 기술전문학교 등 고용 관련 기관이 빽빽이 입주해 있다. 연간 운영비로 연간 15억 엔이 든다. 무라니시 노리아키(村西紀章) 시고토센터 과장은 "조리 보조원.청소 용역 등에 일할 사람을 구하는 기업이 늘어나 하루 평균 고령자 50명 정도를 상담해 매월 평균 100명에게 취업을 알선한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명실공히 ´원스톱 취업 서비스´센터다. 단순한 직업 알선소가 아니다. 구직자들에게 이력서 쓰기와 면접 방법 등을 가르치고, 전문협회와 손잡고 총무.병원 조리 등 20여 개 직업 연수도 시킨다. 상담.적성 검사를 통해 구직자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아 준다.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는 ´일본 맨파워´ 등 두 개 민간 업체는 시고토센터의 위탁을 받아 전문직에 관한 취업 상담과 알선을 해 준다. 시고토센터 직원 이시자카 메구미(石坂惠.여)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민간과 적극 협력한다"고 강조했다.

홋카이도(北海道)의 자동차정비업체인 ´협동조합 도마지세이 비즈니스´. 공공기관인 고령.장애인 고용 지원 기구와 고령자고용개발협회가 매년 공동 실시하는 ´고령자 고용 개발 콘테스트´에서 지난해 최우수상을 받았다. 직원 95명 중 25명이 60세 이상이다. 정년이 65세지만 본인이 원하면 70세까지 위탁사원으로 일할 수 있다. 도마지세이 비즈니스는 고령자들을 위해 근무 시간을 세분화하고 교체 근무 체제를 도입했다. 또 누구든지 개선 방안을 제안해 채택되면 장려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고사이 유타카(香西泰) 일본경제연구센터 전 이사장은 "고령화로 인해 격차가 심화된다"며 "퇴직 후 받는 연금도 기존 임금을 반영해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나이에 관계없이 의욕.능력이 있으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일하고 싶을 때까지 일하게 하는 것´이 고령화에 의한 격차 해소에 핵심이라는 것이다.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2004년 말 현재 일본 기업 10개 중 7개(69.2%)가 법정 정년(60세)과 관계없이 고령 근로자를 계속 고용해 최소한 65세까지 취업을 보장했다. 그중 8.5%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아예 정년을 없앴다. 정년 뒤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은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가와사키(川崎)중공업의 경우 정년을 넘긴 고령 근로자들은 60세 때 받던 임금의 50~60% 수준을 받는다. 그래도 고령자들의 삶에는 큰 보탬이 된다.

이달부터는 법정 정년이 60세에서 62세로 늘었다. 그래서 고령자들의 고용전선이 더욱 활기를 띠게 됐다. 정년은 단계적으로 높아져 2013년부터는 65세 정년제가 실시된다. 후생노동성의 우노 요시테루(宇野禎晃) 노동정책담당 실장보좌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연금문제도 중요하지만, 고령자가 일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편으로는 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메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와 사회의 부담과 고령자 간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노 실장보좌는 "일본의 고령자 대책은 ´일자리→연금→직접 지원 순´으로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일자리 대책의 핵심은 ´65세까지 정년 연장, 재취업 촉진, 다양한 취업 기회 확보´ 등 세 가지다. 후생노동성 보호과의 사쿠라이 미가(櫻井美香) 과장보좌는 "일자리를 통해 고령자가 자립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가난이 구조화될 위험이 커진다"며 우려했다.

기업들 스스로가 정년 연장에 적극적이다. 후생노동성이 올 1월 중견.대기업 1만2000여 곳을 조사한 결과 98%가 정년을 연장하겠다고 응답했다. ´단카이´로 불리는 베이비붐 세대가 2007년부터 무더기로 퇴직하기 때문에 기업들도 숙련된 기술자 확보가 다급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도쿄 소재 나미키금형의 나미키 마사오(竝木正夫.65) 회장은 "중소기업에선 숙련된 고령 기술자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 유지에 관건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기술자가 원하면 계속 일하게 한다"고 말했다. ´유능한 고령자=기업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기업들이 정년 연장과 고령자 고용에 적극적인 데는, 정부가 무조건 밀어붙이기보다는 기업들과 협의하면서 정년 연장을 준비한 것도 작용하고 있다. 가와모토 히로야스(川本裕康) 게이단렌 노동정책본부장은 "정부가 정년 연장 방법을 다양하게 해 정년 연장 방법, 근무 내용, 임금 등에 대한 선택을 기업에 맡겼다"고 밝혔다.

정부는 정년 연장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무조건 기업에 떠맡기지 않는다. 늘어나는 비용 부담을 덜어 줘, 기업의 고령자 고용을 지원해 준다. 고령.장애인 고용 지원 기구의 고바야시 히로시(小林寬) 홍보과장은 "기업이 고령자 고용을 늘리려면 공장 구조나 업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며 "기업이 이를 위해 업무 개선 연구를 할 경우 연구비의 절반을 지원하고 다양한 사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고 말했다.

정부도, 지방자치단체도, 기업도 나서는 고령 인구의 일자리 마련 노력은 이미 성과를 보고 있다. 일본 노동 인구에서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90년의 20.2%에서 지난해는 26.6%로 높아졌다. 또 앞으로 전체 노동 인구는 줄어들겠지만, 고령자 노동 인구는 오히려 늘어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후생노동성 예측에 따르면, 2025년에는 고령자 비율이 30.4%에 이르게 된다. 후생노동성 고령자고용대책과의 니시우라 노조미(西浦希) 조정계장은 "앞으로는 65세 이후 고령자의 취업 제한도 철폐하라고 기업에 요청하고, 내년부터는 ´정년 퇴직자 재취업 지원 사업´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지와 능력이 있으면 죽을 때까지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고령사회 일본이 지금 새로운 ´평생 고용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있다.

출처 : 중앙일보 ◆ 특별취재팀=김정수 경제연구소장.오대영.남윤호.
박소영 기자, 도쿄=김현기 특파원.이승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