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취업상담실 ▶ 경영컨설팅지원
경영컨설팅지원

제목참모의 한계와 지혜2005-08-03
작성자관리자
첨부파일1
첨부파일2
[박휘섭 칼럼] - 명재상 소하(簫何) - 참모의 한계와 지혜

중국의 역사에는 수많은 인물이 등장합니다. 왕조를 연 창업의 제왕과 태평성대를 이끈 현군, 나라를 어지럽힌 혼군과 그들을 조종한 간신배, 묵묵히 제 할 일을 다함으로써 부국강병의 기틀을 마련한 참모들…. 그 가운데 주목해야 할 인물이 소하(簫何)입니다. 소하는 한 고조(漢 高祖) 유방(劉邦)을 도와 나라를 일으키고 재상이 되어 평생 유방을 보좌했습니다. 그를 참모의 전형이라고 불러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소하는 유방의 고향인 패현(沛縣)의 하급관리로 있을 때부터 마을의 건달패 두목인 유방의 뒤를 보살펴주었습니다. 유방이 주민들의 추대로 진(秦)나라에 대한 반란을 주도할 때 앞장선 이가 소하였습니다. 마침내 거사가 성공하여 유방이 제위에 오르고 한나라가 열리자 그는 재상에 임명되어 평생을 유방의 곁을 지키며 충실한 보좌역으로서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주군을 섬겼습니다.

소하는 유방의 그림자와 같아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였으며 전면에 나서는 일이 없이 항상 주군의 그림자로서 만족하고 살았습니다. 치열한 전투의 과정에서도 후방을 지키며 보급과 지원에 힘썼습니다. 유방의 군대가 진의 수도 함양을 함락하자 병사들이 약탈을 자행하였지만 그때도 그는 혼자 진나라의 법령문서만을 챙겨 뒷날 나라를 다스리는 데 유용한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항우와 유방의 치열한 패권다툼인 촨전(楚漢戰)에서 병력의 열세를 뒤집고 유방의 군대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소하의 지원에 바탕을 둔 전략적 우위가 힘을 발휘했기 때문입니다. 후방의 정치적 안정을 도모하고 전선에 대한 보급에 차질이 없게 하며 끊임없이 병력의 조련에 힘써 제 때에 보충병을 공급하는 등 소하의 역할은 눈부셨습니다. 유방도 이를 알고 천하를 제패한 뒤 논공행상에서 소하의 공을 제일로 쳤습니다. 장군들이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자 유방은 “여러분은 사냥개로서 짐승을 쫓아 숨통을 끊었지만, 소하는 그 사냥개를 푼 사람이다. 누구의 공이 더 큰가. 사람인가, 개인가.”라며 장군들의 불만을 일축했습니다.

재상이 된 뒤에도 소하는 앞에 나서지 않고 그 직분에만 충실하여 한나라의 기틀을 다지는 데 주력했습니다. 백성들의 신망과 인기가 소하에게 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금의 의심을 받는 일도 적지 않았습니다. 소하가 반란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불안이 늘 함께했던 것입니다. 이를 잘 아는 소하는 일부러 자신의 명성을 떨어뜨릴 일을 저질러 천자의 의심을 잠재우기도 했습니다.

이런 소하를 생각하면 오늘날 참모들의 모습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음을 느낍니다. 많은 사례에서 인사담당자와 현업관리자들의 긴장관계를 볼 수 있습니다. 현업관리자들은 인사담당자를 ‘실력도 없으면서 거들먹거리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는 “인사부서가 하는 일이 뭐가 있어. 저런 친구들은 차라리 없는 게 낫지.”라고 불만을 털어놓는 일도 있습니다. 인사담당자의 입장에서는 “인사라는 게 상당한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것인데, 저 사람들이 알면 뭘 알아.”라며 현업관리자들을 백안시합니다. 그래서 갈등은 더욱 증폭됩니다.

이런 일들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요. 이것은 아마 한 직무를 오래 맡음으로써 생겨나는 일종의 내성(耐性)이 아닐까요. 일에 정통하고 전문성을 갖출수록 더욱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하고 관대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이의 의견을 존중하고 배울점이 무엇인지 늘 깨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불행하게도 그 반대를 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워들은 것이 많아지면서 겉으로는 점잖으나 오기와 자만으로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자기만이 옳다는 헛된 망상에 젖어 일을 그르치는 사례가 수없이 많습니다. 참모는 참모일 뿐이라는 소하의 지혜를 배우고 끊임없이 학습하는 사람만이 참다운 인사담당자의 모습을 구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올바른 마음가짐 - 그것이 지혜입니다.

* 박휘섭 / 교보생명(주) 자문역
* 출처 : 월간인사관리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