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우리나라도 일생 동안 끊임없이 노력해서 얻어낸 커리어(Career)가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는 커리어쇼크(Career Shock) 시대이다. 과거의 화려한 경력이 돌연사(突然死)의 운명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한 직장에서 한 곳만 바라보며 숨 가쁘게 앞만 보고 달려온 직장인들에게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오랜 기간 힘들게 일해서 쌓아온 각 개인의 커리어만으로는 평생 고용을 보장해주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각 기업들이 어려울 때마다 이를 극복하는 전략의 하나로 선진 기업이나 경쟁사를 벤치마킹(Bench marking)이라는 방법을 통해 그 회사의 전략과 경영기법을 적극 도입하는 것처럼 각 개인들도 이러한 커리어 쇼크 시대에 새롭게 인생이나 직장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개인 벤치마킹을 통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구조조정(Restructuring)이나 재설계(Reset)가 필요하다고 생각 한다.
삼성자동차 시절, 당시 교육담당 임원직을 맡고 있던 나는 자동차 교육을 위해 몇 분의 외부 고문을 영입했다. 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필자가 일본에 가서 직접 영입을 권유했던 이와다(岩田)씨다. 그의 철저한 시간 활용 방식과 인생을 살아가는 목표는 나에게도 많은 생각과 길을 안내해준 벤치마킹 대상이었고 지금도 이를 실천 하려고 노력중이다.
그는 일본의 혼다(Honda)자동차 출신으로 그 유명한 혼다 소이치로 회장의 몇 안 되는 문하생이었다. 영업 지점장, 판매회사의 사장, 그리고 약 15년 동안 두 번에 걸쳐 종합연수원장을 지냈으며 60세에 정년퇴직 후 한국으로 건너와 삼성자동차 고문으로 일했다.
나는 그에게서 무척 많은 것을 배웠다. 가장 감명 깊었던 것은 그의 철저한 시간 활용법이었다. 그분은 조그마한 수첩에 1년 동안의 스케줄을 깨알 같은 글씨로 기록하여 관리했으며 새벽 5시에 일어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시간 넘게 빠른 걸음으로 공원을 산책하며 체력을 관리했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인데도 40대보다 훨씬 건강해 보이고 골프 실력 또한 싱글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현재 일본에서 ‘선샤인(Sun shine)이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대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지만 돈을 벌기 위한 사업을 위해 모든 시간을 투자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는 주어진 시간을 3등분하여 균등하게 철저하게 나눠 쓰고 있다.
첫째, 자신의 건강과 취미생활을 위한 시간이고,
두 번째는 고향의 주민을 위한 활동이나 여러 가지 이벤트를 벌여 남을 도와주는 봉사활동에 투자하는 시간, 그리고 회사의 일과 돈을 버는 일에 전념하는 시간으로 정해놓고 꾸준히 실천하면서 인생을 풍요롭게 살고 있다. 참으로 후반전의 인생설계가 완벽한 분이다. 나는 지금도 일본에 들를 때 마다 꼭 그를 만나 소주 한잔 기울이면서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듣곤 한다.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의 직장인들은 일생 동안 직장이동이 9～12회, 커리어 변화는 3～5회에 이른다고 한다. 직장이동은 회사가 바뀌거나 업무가 약간 다른 전사(轉社), 전직 정도에 그치지만 커리어 변화는 업무 자체가 크게 바뀌는 것을 말하기 때문에 종전에 살아왔던 방식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서구인들은 대개 인간 본연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가치관을 지녔기 때문에 이러한 일들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일과 가정, 취미와 건강, 행복과 만족 등을 잘 조화시키면서 생활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 샐러리맨들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해오던 일이 인생의 전부요, 일과 가정은 별개의 문제였다. 가정과 친구, 취미활동 등을 등한시하는 것이 되레 성공의 조건이 되곤 했다.
이제 개인의 커리어는 기업이나 조직에 의해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되어야한다. 서구식 커리어 선택(Career option)의 시대가 다가왔으며 자신의 선택에 의해서 평생 직업의 여정을 스스로 만들어나가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컨설턴트 가재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