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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자진신고자 감면제, 명암 고려돼야2008-07-29
작성자상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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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경쟁이 '경쟁력'③>

사회가 발달할수록 범죄는 지능화된다. 양지보다 음지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만큼 적발이 쉽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밀실담합이 거듭되자 지난 2005년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리니언시)를 대폭 개선해서 강력한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공정위 조사개시 전 담합을 신고하고 공동행위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제공하는 '1순위 자진신고자'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전부 면제하는 혜택이 그것.

이 때문에 동 제도의 활용도는 개선 이전 적발건수 대비 20% 수준에 그치던 것이 개선 이후 66%까지 늘었다.

그러나 어떤 제도든 명암은 존재하는 법이다. 몇몇 기업은 담합을 저질러 막대한 이익을 챙긴 후 자진신고제를 활용해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 ‘치고 빠지기’ 수법을 자주 애용하다 시장에서 강도 높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서헌제 공정위 경쟁정책자문위원은 “(담합과 관련해)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특정 기업이 소위 리니언시를 이용해 자신은 빠지고 들러리를 선 타 업체들만 고스란히 책임을 뒤집어쓰는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카드사 수수료 담합 사건에서는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던 구 LG카드와 삼성카드가 자진 신고하여 과징금을 감면받으면서 업계의 큰 반발을 샀다.

담합 추진 과정에서 양 업체의 영향력이 매우 클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자진신고’를 이유로 책임은 탕감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장지배력이 높다고 담합을 꼭 주도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담합에서 ‘주도’로 인정되려면 참여 의지가 없는 기업을 적극 끌어들이거나 담합을 강요하는 행위, 미가담 시 시장에서 퇴출하는 등 불이익을 가하겠다고 협박하는 행위 등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밖에 특히 CJ는 자진신고제 이용의 달인으로 설탕, 밀가루, 세제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부분에 모두 걸쳐 담합을 자행하고도 자진 신고해 제재를 감면 또는 면제받았다.

설탕 담합의 경우 CJ는 관련 시장점유율이 50%에 육박했으나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로 검찰 고발이 면제되고 과징금도 50%나 감경된 바 있다. CJ입장에서는 자진신고제가 톡톡히 효자노릇을 하는 일종의 특권이자 달콤한 면죄부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총 1501억 원이라는 막대한 과징금이 부과된 합성수지 담합 건에서도 자진 신고한 삼성토탈과 호남석유화학 역시 검찰 고발 대상에서 제외했다.

공정위가 전속고발제를 바탕으로 자진신고 기업을 고발에서 제외하자 검찰은 고소불가분의 원칙(공범 중 일부가 고발되면 동일성이 인정된 사건의 다른 공범에도 효력 미침)을 줄곧 주장하고 있다.

일례로 검찰은 설탕 및 합성수지 관련 담합에서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은 법인과 임원까지 함께 공소 제기한 바 있다. 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은 공정위의 고발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CJ 등에 대해 모두 공소기각 판결함으로써 일단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 기소권의 범위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행사 범위에 구속된다는 점을 선언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자진신고제의 명암을 충분히 고려하여 악용되지 않도록 방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사실 공정위 입장에서 자진신고제는 물증 확보가 여간 쉽지 않은 담합과 관련하여 포기할 수 없는 실효적인 제도이다.

공정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리니언시의 부작용은 숙지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그러나 기업에 동 제도를 이용하도록 하는 강력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개인이 가장 꺼리는 검찰 고발의 면제는 자진신고제를 선택하게 하는 강한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만약 공정위에서 면제해택을 받더라도 검찰의 공소제기를 피할 수 없다면 자진신고제의 효과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자진신고제를 통해서라도 담합이 깨져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후생 효과는 특정 기업이 받는 감면 및 면제 혜택보다 크다고 여겨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록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자진신고제라고 하더라도 부작용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데는 시장 참여자의 이해가 같이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출처 : 뉴시스 박유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