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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데스크칼럼] 선진화 패러다임의 변화2007-08-29
작성자상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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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영국. 유사한 점이 너무나 많으면서도 이질적인 두 나라다. 이들의 경제발전 방식은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인 선진화 방안과 관련,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일본과 영국은 무엇보다 아시아의 동쪽 끝과 유럽의 서쪽 끝에 위치한 섬나라라는 점이 비슷하다. 작은 국토에도 불구하고 한때 자기 영토의 수십 배에 달하는 식민지를 거느렸던 제국주의 국가였던 점도 같다. 하나는 아시아의 경제대국으로 이 지역 패권을 쥐고 흔들었고, 다른 하나는 유럽의 경제대국으로 태양이 지지 않는 대국을 건설했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자동차가 좌측통행한다는 점도 같다. 지리적 여건이 국민의 기질이나 문화를 결정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오밀조밀하게 조경된 주택가라든가 상대적으로 작은 주거공간, 인공미가 넘치는 공원, 비록 외면상일지라도 공중질서에 대한 존중과 국민들의 친절함도 상당히 유사하다.

다른 점도 많다. 일본과 영국은 각각 지구의 반대편에 위치한 국가로, 무엇보다 지정학적 위치가 상이하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고 상이한 역사적 전통을 갖고 있다. 영국은 로마와 노르만 등 대륙세력에 수차례 정복되면서 이를 자기 문화로 동화시켜온 반면, 일본은 한반도나 중국을 통해 대륙으로 진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침략을 감행한 역사를 갖고 있다.

특히 두 나라는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하는 계기가 됐던 산업화 및 근대화 과정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보인다. 영국은 18세기 산업혁명기에 새로운 기술을 끊임없이 창조해온 역사를 갖고 있다. 방직기에서부터 증기터빈, 근대적 운송수단인 철도와 선박 등을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 생활이나 산업에 필요한 기술을 스스로 설계하고 만들었다. 이런 신기술은 빅토리아 시대의 황금기를 구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에 비해 일본은 모방, 기술의 응용과 축소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앞선 서구 문물을 도입해 근대화의 초석을 다진 메이지유신이 그러했으며, 전후 일본의 경제적 급성장을 가져온 것도 상당 부분 여기에서 비롯됐다. 한때 일본 경제력의 아이콘으로 간주됐던 ‘워크맨’ 같은 축소지향의 응용제품들이 세계 전자제품 시장을 휩쓸었던 것은 단적인 예다. 신기술을 도입해 이를 응용하는 일본인들의 탁월한 능력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급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와 같은 영국과 일본의 상이한 경제대국화 과정은 지금까지 한 나라나 기업이 선택할 수 있었던 경쟁방식을 보여준다. 우리나라가 지난 30여년간 일본을 모방하고 일본에서 배우려 했던 것은 신기술 개발 능력에서 선진국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던 엄연한 현실을 반영한다. 당시 거의 대부분의 한국 대기업들이 일본 기업을 모방해 성공을 거두었던 것도 나름대로의 생존전략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경제의 글로벌화가 이뤄지면서 모방전략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화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시간과 공간의 축소로 인한 기술개발과 생산, 소비의 동시화(synchronization)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잘나가던 일본이 1990년대 ‘상실의 10년’을 겪은 것은 변화된 환경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일본 모델은 새로운 환경에서 통용되기 어렵게 됐다.

최근 유수의 한국기업들이 ‘창조경영’을 모토로 내거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제 일본식 모방모델에서 벗어나 산업혁명기의 영국처럼 창조의 영역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로 말하면 전후 신기술 개발의 주도권을 빼앗아 세계 경제를 이끄는 미국식 창조의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전환은 국가경영에도 필요하다. 민간기업의 변화가 정치에도 접목돼야 한다는 얘기다.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의 후보들이 다양한 공약을 내걸고 국민들의 관심을 끌려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한국의 미래를 개척할 창조적 아이디어가 없이는 선진화가 불가능하다. 경제와 경영은 물론 정치에서도 창조적 마인드가 필요한 때다.

출처 :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