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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초일류 기업 비결은 품질경영과 글로벌 현지화”2007-06-29
작성자상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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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 최강자를 목표로 황소 같은 뚝심 발휘

정몽구 회장, 유례 없는 고속성장 이끌어내

‘글로벌 브랜드’ 연구에 몰두, 새 도약 준비

도요타에 이어 세계 자동차 사상 최단기간에 수출 1000만대를 돌파한 현대차그룹. 최근 이 회사의 베라크루즈가 최고급 SUV 분야에서 도요타 렉서스 RX 350를 압도하는 것으로 밝혀져 화제다. 그 배경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품질지상주의와 글로벌 현지화라는 양대 경영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현대차 관계자의 설명이다.

품질경영으로 극적 소생

현대차에 대한 세계의 평가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국내에서 포니 신화를 일으키며 수출 전선으로 뛰어든 이래 현대차는 한국 수출의 선봉장으로 늘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의 하나였지만 오랜 기간 세계 무대는 넓기만 했다. 해외에서 현대차의 품질이 거론된 적도 거의 없어, 지난 90년대 말까지만해도 현대차는 저가로 승부하는 여러 한국 자동차 회사 중 하나라는 평가에 눌려 있었다.

이러한 평가에서 극적인 탈출이 이루어진 것은 2000년대 이후, 정몽구 회장 체제로 전환하면서부터다. 단순하게 보면 IMF 과정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아 세계 7대 메이커로 성장한 사실만으로도 이를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인도시장에서 내놓는 차마다 대박을 터뜨리고, 중국에서 초고속 협상과 생산을 거쳐 베이징 택시업계를 석권하더니,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만들어 낸 쏘나타가 JD파워 신차품질 조사 결과 1위를 차지하는 등, 2000년대의 모습은 90년대와 확연하게 구별된다.

이는 생산에서 품질에 최우선을 두고, 판매 마케팅에서 글로벌 현지화에 최우선을 둔 체제 전환이 아니고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품질 경영과 글로벌 경영이라는 쌍두마차의 철저한 조화가 당사자들도 당황하게 만들 정도로 눈부신 성적표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모든 기업이 품질을 중시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현대차의 품질 지상주의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 업체의 자동차를 단기간에 따라잡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것은 경영자가 제품의 모든 평가 기준 위에 품질을 올려놓고 개발 기간을 획기적이고도 일상적으로 단축하도록 종용하지 않는 한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게임이다. 저만치 앞서 가는 초일류기업이 인력 기술 자본 모든 면에서 우월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현대차의 품질 혁신은 정몽구 회장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현대차 사령탑에 오른 지 2년 만인 2001년, 정 회장은 품질 지상주의를 제1 경영 방침으로 삼을 것임을 공식 천명했다. 이후 현대차의 품질은 눈에 띄게 좋아졌고, 이는 미국 자동차 품질 조사기관인 JD파워의 IQS 지수를 통해 매년 확인됐다.

경영자의 근면함, 경쟁자를 압도

그뿐 아니다. 이 회사가 2005년 12월 출시한 그랜저 TG를 캐나다 자동차기자협회는 ‘올해 최고의 대형차’로 선정했다. 지난해에 미국 오토퍼시픽사는 ‘가장 이상적인 차 1위’로 역시 그랜저 TG를 선정했고, 이어 6월 JD파워 소비자만족도 조사 결과 그랜저 TG는 대형차 부문 1위, 신차품질조사(IQS) 대형차 부문 2위에 올랐다. ‘소재부터 액세서리까지 전 분야에서 명차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할 것을 주문한 경영진이 대당 10억원에 달하는 독일 마이바흐 두 대를 보내, 수도 없이 조립분해하도록 주문한 결과이기도 하다.

“브랜드 가치의 핵심은 품질”이라고 설명하는 정 회장, 그를 만나 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인정하는 강점 가운데 하나는 황소 같은 근면함이다. 국내외를 쉬지 않고 다니면서 세계의 명차를 벤치마킹하는가 하면 사소한 문제점과 아이디어도 놓치지 않는 그의 경영 스타일은 경쟁업체 CEO에 비해 몇 배 많은 시간을 품질 개선에 투입하는 결과를 낳았다. 一勤天下無難事(오직 부지런하면 천하에 어려운 일이 없다)라는 선대 회장의 유지를 계승한 우직함도 한 몫 거들었을 터이다.

그 성과는 세계 시장에 등장한 이 회사의 신차들이 얻은 평가가 입증한다. 최근 미국 언론의 잇따른 격찬은 현대차의 기술력이 이미 세계 정상급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증언들이라 할 수 있다.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21세기 자동차 시장에서 근면함은 그 말의 사전적 의미를 넘어선다. 시장을 선점한 초일류기업들은 자본과 기술에서 이미 우위에 있기 때문에 같은 조건에서 이들을 넘어서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생산력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방법이 필요한데 이를 일반적으로 혁신이라 지칭한다. 그러나 한 두 차례의 혁신으로는 얼마든지 경쟁업체들에 의해 추격당할 수 있어,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혁신의 연속이 필요하다.

예컨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나는 힘이 센 강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두뇌가 뛰어난 천재도 아니며, 다만 날마다 새롭게 변했을 뿐”이라 말했는데, 이는 근면함이야말로 글로벌 시장경쟁에서 경쟁자에 앞설 수 있는 원천적인 힘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이츠 회장이 ''Change(변화)''의 g를 c로 바꾸면 ''Chance(기회)''가 된다고 역설한 것처럼, 변화를 향한 경영자의 우직한 뚝심이 없다면 현대차의 품질 혁신도 지속되기 어려울 터이다.

현지화 경험을 매뉴얼로 다듬어

그런데 글로벌 시장을 선점한 기업의 마케팅 능력을 품질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것이 냉엄한 시장경쟁의 논리다. 현대차는 이러한 약점을 글로벌 현지화라는 또다른 경영 방침으로 돌파해냈다. 이에 관해 이 회사 미국법인의 로버트 코스마 전 이사장은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적 있다.

“현대차의 가장 큰 강점은 열정적이고 신념에 찬 우수한 인재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정몽구 회장의 리더십과 직원들의 헌신이 합쳐져 오늘의 성과를 낳았다.” 기자는 해외에서 현대차 임직원들을 만나면서 한결같이 열정, 인내, 뚝심, 헌신 같은 가치를 느끼면서 그것이 오늘날 한국 대표 브랜드로 성장한 이 회사 고유의 저력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임직원 각자에게서 나오는 에너지를 세계 최고라는 목표로 집중시키는 힘, 글로벌 현지화는 이 힘이 곳곳에서 발휘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 회사 인도법인의 전 임원은 “현대차를 떠받치는 글로벌 경영이란 가령 이런 것”이라며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한 적 있다. 인도에서 승용차를 몰고 가다보니 도로가 온통 울퉁불퉁하더라는 것. 비록 아스팔트를 깔았지만 이런저런 이유에서 대부분의 도로 상태가 열악하더라는 것이다.

이유를 알아본 즉 현대차 공장이 들어선 남부 첸나이는 1년 강우량이 1200~1300mm에 지나지 않는데, 그게 대부분 10월에서 12월 사이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나머지 10개월은 사실상 여름이며 4월부터 2~3개월은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어가기 때문에 웬만큼 기초를 잘 다지지 않는 한 아스팔트가 지열을 견디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런 사정을 알고 나니 신차를 만들 때 다양한 현지 사정을 철저히 고려하게 됐는데, 그들의 경험은 이후 회사의 해외진출 매뉴얼로 발전했다.

글로벌 경영에 대한 천착은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안착시켰다. 이 회사의 올해 해외생산 규모는 203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1997년 터키에 첫 발을 내딛은 이래 10년만에 무려 34배나 늘어난 연산 규모다. 현재 현대차는 인도 60만대, 중국 30만대, 미국 30만대 등 총 130만대를, 기아차는 중국 43만대, 슬로바키아 30만대 등 73만대를 생산하는 중이다.

여기에 현재 체코 노소비체와 미국 조지아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공장이 착공중이며 각각 2008년, 2009년 생산개시될 예정이다. 이 회사의 지난 해 자동차 판매량 378만대 가운데 해외판매는 293만대로 77.5%를 차지한다. 국내 시장에 대한 의존은 이미 과거지사가 됐다. 해외 생산이 지속성장과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조건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현대차그룹의 해외생산 비중은 현대차 36.1%, 기아차 9.2%로 GM의 60%, 도요타의 50%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이 회사가 글로벌 현지화를 여전히 강조하는 이유다.

새로운 키워드, ‘브랜드 경영’

현대차는 글로벌 경영을 통해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지만 이는 또한 세계 각국에 ‘한국’의 위상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역할도 한다. 가령 지난 2005년 4월 14일 터키 수도 앙카라 시내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넘쳐났다. 터키 측에서 보면 대통령과 수상이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했지만, 한국 측은 국교 수립 48년 만에 터키를 방문하는 터라 그 의미가 남달랐다. 현지 신문들이 “터키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한글로 지면을 장식하는 등 온 시내가 들썩일 정도였다.

공항에서 노 대통령의 숙소에 이르는 도로와 건물을 장식한 환영 광고는 그중에서도 압권. 특히 쉐라톤 호텔 한쪽 외벽을 뒤덮다시피 한 초대형 현수막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이 광고 행렬의 연출자는 다름 아닌 터키 최대의 한국계 투자기업인 현대자동차였다.

당시 터키의 유력 일간지인 휴리엣은 기사에서 현대차를 상세하게 소개하면서 “터키에 약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이 회사는 이번 정상회담에 이은 투자확대 서명으로 유럽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새 교두보를 만든 셈”이라고 전망했다. 한 기업이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가꾼 브랜드 이미지가 양국의 경제적 결속과 양국민의 정서적 유대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최근 현대차는 또 한 차례의 경영 혁신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찍이 2005년 이 회사가 준비한 경영 목표의 최종 단계에 따라 ‘글로벌 브랜드 관리시스템을 레벨 업 또는 개선한다’는 것이 골자다. 글로벌 초일류 업체 사이의 품질 격차가 박빙을 이루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품질 경영을 한 차원 발전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의 지시로 전담 교수진을 구성, ‘브랜드 경영’에 대한 연구 용역을 발주한 바 있다. 품질경영으로 명차를 만들어내고 글로벌 경영으로 고속 성장을 이룩해 낸 현대차. 이 회사가 명품 라인업으로 다시 도약할 것인지, 세계 자동차업계는 주목한다.

출처 : 내일신문<김선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