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이후 늘어나다 올들어 다시 급락
올들어 전체 제조업 가운데 정보기술(IT)을 제외한 ‘전통 굴뚝산업(비IT산업)’의 성장률이 1%대에 그쳐 2001년이후 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 굴뚝산업 내에서도 자동차와 선박 등 특정산업을 제외한 나머지 전통산업의 성장률은 대부분 마이너스(-)로 처져 사실상 ‘빈사상태’인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특정산업으로의 지나친 쏠림현상은 경제전반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경제의 착시현상을 유발한다”며 “부가가치를 높이는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전통 주력산업들의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굴뚝산업 성장률 1%대=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1~10월중 전체 제조업에서 IT를 제외한 자동차·선박·철강·화학·기계 등 전통 굴뚝산업(비IT산업 536개품목)의 생산은 전년동기대비 1.2%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2001년(-0.2%)이후 4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비IT산업의 생산증가율은 2001년 바닥을 찍은 후 2004년 4.9%까지 올라갔지만 올해 1%대로 다시 고꾸라지고 있다.
반면 IT산업(95개 품목)의 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5% 늘어나 2002년부터 4년째 두자릿수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조업에서 IT산업의 성장기여율은 지난해 66.4%에서 올해는 84.3%로 상승하고 있지만 비IT산업의 성장기여율은 33.6%에서 15.7%로 하락하고 있다.
김광섭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중국 등 개발도상국의 값싼 제품들이 밀려들면서 전통 주력산업들은 내수와 수출 모두 타격을 받고 있다”며 “특히 내수침체 현상이 누적된 올해는 이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와 ‘선박’에 의존한 성장=올해 비IT산업이 그나마 1%대라도 ‘파이’를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자동차와 선박 등 특정산업의 선전 덕분이었다. 이 기간 자동차산업(자동차·트레일러제조업)과 선박산업(기타 운송장비제조업)은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각각 10.5%, 8.4%씩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10%와 3%에 불과한 이들 두 산업이 전체 굴뚝 산업을 ‘쌍끌이’로 이끈 셈이다. 그러나 섬유(-8.9%)·가죽(-10.3%)·비금속광물(-6.6%)·출판인쇄(-6.7%)·조립금속(-2.8%) 등 다른 전통산업들은 대부분 뒷걸음질치며 전체 성장률을 떨어뜨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같은 현상을 반영하듯 올해(1~10월) IT, 자동차, 선박 등 대규모 장치산업을 포함한 중화학공업의 성장률은 7.4%에 달한 반면 섬유·가죽 등 경공업의 성장률은 -3.3%로 후퇴했다.
◈경제전반의 착시현상 심화=IT산업의 경우 한국경제의 ‘효자’산업이지만 일자리창출 능력이 미약해 생산은 늘어나도 체감경기를 끌어올리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자동차·선박·철강 등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굴뚝산업도 ‘몸집’은 불어나고 있지만 국내투자는 지지부진해 일자리창출 능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곧 ‘생산증가→투자증가→일자리창출→소득증가→소비회복→생산증가’로 이어지는 경기의 선순환고리가 단절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복득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자동차·선박 등 대규모 장치산업들이나 섬유 등 전통 경공업제품들 모두 내수가 문제”라며 “장치산업들은 시설투자, 전통 경공업제품들은 디자인개발 등 부가가치를 끌어올리는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자구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문화일보 송길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