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0조원 물류비 절감 가능” … 철도공사, 구조조정으로 자회사 흑자 전환
참여정부는 ‘동북아 물류중심’을 국가적 과제로 제기했다. 감사원 건설물류감사국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도로, 항만, 공항 등 국가물류체계 전반에 대한 시스템 감사에 착수했다.
아울러 공사발주제도 정비를 통해 입찰 관련 비리요인 제거 및 건설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발판을 마련하는 한편, 공기업 경영실태 전반을 점검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공기업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촉구해 경영 정상화를 유도하는데도 앞장섰다.
김용우 건설물류감사국장은 “기존의 공사현장 점검에서 탈피해 지난 3년간 건설물류분야의 낡고 불합리한 제도와 시스템 개선에 주안점을 두고 시스템감사를 실시해 물류시스템 개선, 공사발주제도 정비, 공공기관 경영혁신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화물운송 등 국가 물류체계 전면 개선 = 물류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도로를 이용한 화물운송이고, 물류비를 낮추기 위해서는 바로 화물차의 공차(空車)율을 낮추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운송사업자가 화물을 싣고 어디에서 어디로 간다는 정보를 알려주면 그에 맞춰 화물차가 공차로 오지 않고 화물을 싣고 올 수 있도록 연계해주는 첨단화물운송서비스를 구축했다.
하지만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값비싼 전용 단말기(PDA)를 구입해야 하고, 회사의 창립기념일이나 운전자 생일 등 무려 134개 항목에 이르는 개인 정보를 입력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가입율이 2%대로 낮았고, 50%에 이르는 공차율도 줄어들지 않았다.
공차율이 선진국과 같은 20%대가 되면 연간 10조원 가량 물류비 절감이 가능하다. 이에 감사원은 2006년도에 불필요한 입력정보를 대폭 줄여 17개 항목만 기록하게 했고, 또 인터넷으로 무상 서비스를 실시해 이용율을 높이도록 했다.
한편 대형할인매장 등에서 카트에 물건을 싣고 계산대만 지나가도 전체 상품이 자동으로 계산되는 무선주파수 인식기술(RFID)은 물류산업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신기술로 꼽힌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결과 이를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등 3개 부처가 중복해 개발하고 있었고, 사업계획도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를 주관한 모 감사관은 “각 부처가 같은 것을 개발하면서도 서로 다른 기술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며 “학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각 부처의 개발기술이 같은 내용이라는 점을 확인시킨 뒤, 모든 사업을 정통부에서 주관하도록 하고 다른 부처 사업은 중단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도로나 철도를 건설하는 것만으로는 산업경쟁력 높이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정부가 물류시스템 개선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감사의 의미를 부여했다.
◆철도공사, 감사원 지적 전폭 수용 = 감사원은 도로와 함께 물류의 또 다른 축인 철도에 대한 감사도 실시했다. 2005년 1월 철도공사로 전환한 철도청은 당시 공기업 출자회사 설립 제한 방침을 어기고 2004년 한해 동안 무려 12개의 출자회사를 만들고, 17개 출자회사 임원의 80%를 구 철도청 간부출신으로 임명하는 등 방만 경영을 해오다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
2006년도 감사결과 사업타당성이 없거나 민간업체와 경쟁이 치열해 사업전망이 불투명한 분야에 무리하게 출자회사를 설립해 자본잠식 등 투자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17개 출자회사가 재벌식 순환출자 등으로 소유와 지배구조가 왜곡돼 출자회사간 동반부실이 우려되고 있었다.
이에 감사원은 철도공사 사장에게 자본잠식 등 사업전망이 불투명한 브이캐시 등 4개 출자회사의 지분을 매각 또는 청산을 권고하고, 출자회사간 보유지분 정리 등도 권고했다.
뿐만 아니라 구 철도청은 철도승차권 예약·발매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자회사 ‘파말마’ 이외에 코레일서비스넷, IP&C 등 자회사를 별도로 설립했다. 여러 회사가 생기다보니 자리가 늘기는 했지만, 운영비가 과다하게 소요되고 경영 비효율이 초래되는 것은 당연했다.
감사원은 같은 업무를 하고 있는 이들 3개 자회사도 통폐합 해 경영합리화를 하도록 했다.
특히 철도공사 이 철 사장은 이같은 감사원의 지적을 전폭적으로 수용해 15개 계열사를 9개로 통폐합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 결과 철도공사는 계열 분리중인 1개 계열사를 제외한 9개 계열사 모두가 2006회계년도에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285% 증가한 95억원에 이르는 흑자를 실현하는 성과를 낳기도 했다.
◆예산낭비 표본 턴키제도 본격 감사 = 뿐만 아니라 건설물류감사국은 대표적인 예산낭비 제도로 지적돼 온 턴키입찰(설계·시공일괄입찰)제도에 대한 본격 감사에 착수해 제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 마련을 권고하기도 했다.
턴키입찰제도란 시설공사 입찰에서 설계와 가격 점수를 합산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턴키제도는 낙찰률이 80~95%로 최저가 낙찰공사의 평균 낙찰률 57.5%보다 높아 예산낭비 지적이 끊이질 않았고, 설계평가 위원들에 대한 로비 의혹과 일부 대형 건설업체의 수주 집중 문제 등이 국회와 시민단체에 의해 제기돼 왔다.
2007년도 감사결과 턴키제도는 가격경쟁을 배제한 채 설계심사로만 낙찰자를 결정해 과잉설계와 심의위원에 대한 로비 등 부작용을 낳고 있었고, 설계심사도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건교부가 운용하는 입찰방법 관련 규정이 모호해, 공기단축이 필요하지 않거나 단순 공사이어서 턴키입찰이 부적절한데도 이를 턴키로 발주하는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원안보다 더 나은 대안을 유도하기 위한 대안입찰의 경우, 원안설계가 나오기도 전에 대안입찰로 공사를 발주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하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졌다. 더욱이 이같은 ‘엉터리 발주’가 재경부와 건교부 등에서 운용하는 각종 법률 시행령 등의 불합리한 조항에 의해 조장되고 있었다.
낙찰자 결정도 미국 감사원에서는 업체간 경쟁을 막기 때문에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가중치 방식만을 사용하고 있었다. 또한 입찰가격 평가방법을 불합리하게 규정해 가격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설계평가에 의해서만 낙찰자가 결정돼, 공사비를 줄이기 위한 기술개발보다는 설계점수를 높이기 위한 과잉설계나 설계 평가위원에 대한 로비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었다.
설계평가도 선정위원 1~2명에 의해 결정되고, 비전문가가 이를 평가하는 등 공정성과 전문성을 결여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김 국장은 “그동안 외형적인 건설물량은 증가했지만 후진적인 입찰제도 등으로 인해 건설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건설산업의 체질개선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턴키제도 등 입찰제도 개선이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출처 : 내일신문<장병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