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스트링거 회장 체제 하에서 미국 지사에 보다 강력한 의사 결정 권한을 주는 등 현지 경영에 박차를 가해 온 결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 최신호는 미국 사업장에 전례없을 정도로 강도 높은 결정권을 주는 식으로 지역 특성에 맞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 소니의 회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소니 미국 지사는 일본 색채를 지우는 데 열심이다. 캘리포니아의 산타모니카에 위치한 디자인 센터는 일본식 스타일을 벗어 던졌다. 디자이너들은 과거 본사에서만 가능했던 일부 디자인 작업들을 미국에서 진행하며 인터넷 TV에서 스테레오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고이윤 창출 제품들을 현지 생산하고 있다.
소니 미국 지사의 역할은 한때 판매 및 마케팅으로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소니의 미국 지사 임직원들은 본사(일본)에서 건너온 제품이나 디자인에 대해 이전보다 막강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같은 전략은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의 차별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스트링거 회장은 '소비 가전 1위'의 명성을 회복하고 소니를 부활시키기 위해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현지 경영을 강조했다.
데이비드 깁슨 매쿼리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제품이 생산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지사에 전례없을 정도의 권한을 부여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스트링거 회장 취임 이후 소니의 미국 지사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인큐베이터로 거듭나고 있다. 미국-일본 디자인팀이 합작으로 출시한 마일로(Mylo, 10대용 웹브라우징 및 문자 전송 제품)는 미국내 판매가 예상을 뛰어 넘어 최근에는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소니 미국 지사의 일부 톡톡튀는 아이디어는 TV와 연계돼 있다. 소니는 최근 TV 시청자들에게 아메리카온라인과 야후로부터 동영상 클립을 내려받을 수 있게 해주는 브라비아인터넷비디오링크를 개발했다. 한 번의 클릭으로 소니픽쳐스와 BMG뮤직에서 원하는 음악과 영화도 내려받을 수 있다.
소니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더 잘 어필하기 위해 디자인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지난해 경쟁업체들의 유선형 고화질 TV 출시에 맞서기 위해 미국-일본 팀이 힘을 합쳐 세련된 디자인의 신제품을 출시, 수주만에 매출을 10% 끌어 올린 것이 대표적이다.
알렉스 아리 미국 디자인 센터 대표는 "일본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그러나 모든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미국 시장과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만족시키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